담배소매업 자진 폐업 등 금연자 비율 두 배 이상 증가

‘무모한 도전’ 실패…지속관리, 평가방법 개선 필요


지난해 7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증한 국제건강도시로 지정된 남해군이 올 한해동안 실시한 ‘담배연기 없는 마을 만들기’ 추진 사업이 10개 마을 전부 실패로 끝났으나 주민들의 자발적인 금연의지가 행동 실천으로 옮겨져 주민건강에 ‘청신호’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얻었다.

아울러 주민 흡연율이 15.7%에서 6.4%로 9.3%가 감소하고, 금연자 비율은 25%에서 56.8%로 31.8%가 증가하는 등 금연자가 두 배 이상 증가폭을 보이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건강증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담배연기 없는 마을 만들기 사업을 전개한 남해군은 10개 읍면에 1개 마을씩 ‘담배연기 없는 마을’로 지정하여 흡연주민 140명(15.7%)과 비흡연 주민 752명 등 총 892명을 대상으로 1년간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군은 사업 추진에 앞서 담배연기 없는 마을 주민 흡연율을 15.7%에서 0%로 감소시키고, 군 내 주민(20세 이상 성인 남자) 흡연율 46.3%에서 30%로 감소시킨다는 목표 아래 흡연율 0% 마을에 대해서는 시상금 50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1월 9일부터 해당마을 주민설명회와 주민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지정서 전달, 주민 흡연력 및 의식평가서 작성 등 지역진단으로 사업이 진행됐다.

▲ 금연상담사가 마을회관을 찾아 혈압을 체크하는 등 이동 금연클리닉을 진행하고 있다.
3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한 군은 마을별로 주 1회씩 찾아가는 금연클리닉을 통해 흡연자 등록 및 관리, 금연 서포터즈 활동지원, 금연 대체 프로그램인 주민체조교실을 운영해왔다.

▲ 최홍규 보건소장이 담배소매업을 자진 폐업하며 금연지키미로 활동한 양화금마을 모석태 옹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군은 금연상담사 2명을 확보하고 마을이장 10명을 사업전담 관리자로, 자진 폐업한 담배소매업주 양화금마을 모석태, 김화주 옹 2명을 금연지키미로 지정했으며 일산화탄소(CO) 측정기 구입과 각종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만반의 준비에 들어갔다.

6월과 11월 상·하반기 점검을 거쳐 나타난 최종 평가에서는 총 892명의 주민 가운데 흡연자가 140명(4명 전출, 4명 사망으로 8명은 자연적 감소)에서 57명으로 줄었고, 주민 흡연율이 15.7%에서 6.4%로 9.3% 감소됐다.

또한 흡연율 감소가 가장 큰 마을은 남해읍 곡내마을(20.8%에서 2.2%로 18.6% 감소)이었으며 삼동면 양화금, 미조면 송남리, 창선면 연곡리 순으로 나타났다.

▲ 이번 사업을 통해 자신이 먼저 금연을 하고 금연강사 등을 하면서 열의를 보였던 삼동면 양화금 노종남 이장이 평가회에서 자신의 소감을 얘기하고 있다.
이번 사업을 통해 금연에 성공한 삼동면 양화금 노종남(62) 이장은 “생업까지 반납한 두 어르신께 면목이 없다”며 “40∼50년 이상 피워온 담배를 한 순간에 끊는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힘들었지만 금연 후 몸이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또 남해읍 곡내마을 김옥근(66) 이장도 “젊은이들보다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이 금연 실천에 솔선수범하여 좋은 본보기가 됐고, 주민들이 병원가는 횟수가 줄 정도로 기침도 안하고 얼굴빛도 좋아졌다”고 말하고 “사업 기간 중 몰래 숨어 피우거나 금연했다가 다시 피우는 사례가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업을 전담해온 보건소 정현주씨는 “중간평가에서 주민흡연율이 6.2%까지 감소되다가 농번기가 끝난 후 다시 흡연자가 발생하는 상황이 나타났다”며 “당초 지역적 특성과 주변 환경, 주민들의 개인사정을 배제한 채 ‘흡연율 0%’라는 기준은 무모한 도전이었으나 50년 이상 흡연 생활을 정리하겠다며 금연에 동참한 주민들의 의지는 아주 큰 성과로 여겨진다”며 이후 지속적인 관리를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군의 ‘담배연기 없는 마을’ 만들기 사업은 해당마을 뿐 아니라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잡지 등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인 이슈로 시선이 집중되었고, 지난 10월 중국 소주시에서 열린 제2회 세계건강도시연맹대회에서 우수사례로 소개되는 등 호평을 받기도 했다.

군보건소 건강증진담당 김성중 계장은 “내년에는 지역주민의 행동실천 단계에 맞는 개인별 변화정도를 점수화하여 그에 따른 성취 단계별 평가를 하는 방법으로 시상제를 변경하고, 담배연기 없는 마을과 아울러 절주사업도 병행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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