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주민자치회는 지난 2012년 도입시기부터 어떤 형태로 제도화할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논의 속에서 전개된 결과물이다. 지난 2012년 12월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는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모델을 주민자치회의 지위와 기능, 읍면동사무소(요즘엔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와의 관계를 기준으로 ▲통합형 ▲협력형 ▲주민조직형 3가지로 제시했는데 이 중 현재 지방행정체계에서 적용이 용이한 <협력형>으로 일괄 추진하기로 하고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법’에 포함시켰다. 

이후 적극적 주민참여와 생활자치 구현을 목표로 지난 2017년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활성화 추진계획에 따라 서울시부터 기존 주민자치위원회 제도를 <주민주도형> 주민자치제도로 전환하기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주민자치모델은 <협력형>의 틀 속에 머물러 있다. 

주민자치 모델 중 현행 제도화된 <협력형> 모델은 기존 읍면동 사무소를 유지하면서 주민자치회와 병렬적인 지위에서 상호 협력관례를 유지하도록 한 유형이다. 이와 달리 <통합형> 모델은 읍면동 사무소가 주민자치회로 통합되어 주민자치회가 의결 권한을 갖고 읍면동사무소는 사무기구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구조이다. 반면에 <주민조직형>은 읍면동 사무소를 폐지하고 주민자치회가 의결 및 집행기능을 함께 수행하도록 하는 유형이다. <표 참조>

주민자치를 실시하는 각 지자체와 읍면동 현장에서는 현행 주민자치가 제도화된 협력형 모델에 대해 주민들은 크고 작은 혼란과 이질감, 저항감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생활현장에서 주민자치회 회원인 주민들은 현행 협력형 모델이 갖는 법적·제도적·재정적 제한과 문화적 괴리감을 갖고 있다. 

여수시 주민자치회 활동은

여수시의 경우 27개 읍면동 중 섬 지역인 3곳(남면, 삼신면, 화정면)을 제외한 24곳 중 7곳의 주민자치회(지난 2021년 전환)와 17곳의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기구로 운영되고 있다.

여수시 쌍봉동주민자치회 박건문 회장이나, 여수시 주민자치의 초석을 마련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김석모 전남 주민자치원로회의 상임회장은 좀 더 ‘완결된’ 주민자치회의 모습을 지향한다. 박건문 회장은 여수시의 토박이 시민으로서 젊은 시절부터 청년회, 체육회 등 지역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주민자치회로 연결된 경우인데, 올해로 박 회장이 주민자치회와 인연을 맺은 지도 15년 차라고 한다. 박 회장은 주민자치위원장으로 4년을 일했고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후 초대 회장이 됐으며 지난 2023년에는 여수시 협의회장까지 맡게 됐다.  

박건문 회장의 지역인 여수시 쌍봉동은 각지 주민자치회에서 수시로 견학을 올 정도로 <주민자치의 모범>이 되는 곳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박건문 회장은 주민자치회 활동과 관련해 “이왕 시작했으면 제대로 잘 해보자는 신념으로 일해 왔고 여수시 평가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더 잘하려는 제 욕심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힘들기도 하다”며 “다양한 의제와 사업들을 발굴해 추진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자치회 활동을 하기에는 현행 제도와 재정 마련, 자치회 인력에 대한 처우 등에서 한계가 많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김석모 전남 주민자치원로회의 상임회장은 “지금 주민자치는 자치가 아니라 관치이다. 자치를 제대로 하려면 동장, 이장, 통반장들이 없어져야 한다. 주민자치위원장이 동장을 겸임하면 되고, 통장은 동 자치위원으로 들어와 위원회가 그렇게 구성돼야 한다”며 “관에서 통장, 이장을 만들어 놓으니까 주민자치위원도 공무원 하수 역할 밖에 안 된다. 자치위원이 이래서는 안된다. 97%는 위원 스스로 해나가야 하고 2~3% 기술적인 면을 동에서 지원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주민자치회에 대한 평가와 전망 지표 

주민자치회 사업과 활동의 평가와 관련해 전대욱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2022년 지방행정연구’ 紙에 수록한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의 평가에 관한 연구’에서 성과 진단 지표로 주민자치회의 ▲구성 ▲운영 ▲사업활동 ▲재정(재원조달) 등 네 가지 범주를 제시했다. (1) 주민자치회 구성 측면에서는 △위원수, 여자위원수, 분과위의 차이 △구성방식(공모제 또는 추첨제)의 변화 여부 △분과위 활성화 정도 등을 기준으로 제시했으며 (2) 운영 면에서는 △정기회의나 기타회의 활성화 정도와 위원들의 참석률 제고 정도를, (3) 사업활동 측면에서는 △연간사업이나 주민센터 및 자체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의 활성화 정도 △공유공간 조성과 운영, 마을축제, 마을미디어, 마을기업 등 고유의 주민자치활동을 더 많이, 그리고 더 활발하게 하고 있는지 △타 조직이나 단체와의 연계 수나 빈도는 나아지고 있는지 등을 측정지표로 볼 수 있다. (4) 재정(재원조달) 측면에서는 △기존 자체 회비 및 △보조금(위수탁사업의 발굴) △주민참여예산제나 △주민세 환원 등으로 다양하게 변화된 정도를 지표로 제시했다. 

또 전대욱 연구위원은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은 지속적으로 <공적 권한>을 강화시키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공적 권한>의 부여는 지역사회에서 <사적인 주민공동체>의 활동이 아니라 <모든 지역주민의 공익적 가치>를 제고시키기 위한 목적을 지닌다”며 그동안의 주민자치회 활동에 관해 “점진적 권한의 범위를 확대시키며 공공성을 제고시켜 왔다”고 평가했다.  

이런 지표 분석을 통해 <공적 권한 부여>와 <주민대표성>이 얼마나 확보되었으며 또한 <자치활동의 수행>과 <역량 강화>가 얼마나 이루어졌느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전대욱 연구위원을 비롯한 주민자치회 연구자들은 대체로 그동안의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이 주민대표조직으로서의 공적 권한 부여를 통해 <공공성>을 제고시켰고, 아울러 주민총회·마을계획 및 공적 재원에 대한 접근성의 제고 등을 통해 자치역량을 동시에 견인하였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주민자치회의 가치 구현과 활성화 정도는 각 지자체의 여건이나 정부의 법적·제도적·재정적 조건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낼 수 있고 이 지표와 주민자치회 모델 유형의 교차 적용에 따라 더 발전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면, 주민자치회를 협력형 또는 통합형 또는 주민조직형 중 어떤 모델로 운용하느냐에 따라  주민자치회의 구성과 운영, 사업활동, 재정 활동이 공적 권한의 부여와 주민대표성을 상대적으로 더 촉진할 수도 있고 퇴보 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는 더 많은 연구와 정책 조합이 탐구되고 논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끝)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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