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꿈을 세 번 꾸어야
시집 올 수 있다는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해안선을 둘러싼
반달 모양의 숲은
마을의 단잠을 지켜준다.
은멸치 떼 몰려와
한나절 놀다가고
파도가 사철 태평가를 연주하는 곳.
밥상을 차린 듯
쪽빛 수평선에 아스라이 떠있는
섬, 섬, 섬…….
신선이 노니는가?
두미산 허리에
띠를 두른 구름 한 자락.
눈썹달이
나뭇가지에 걸린 밤
숲길 따라 걷노라면,
삶의 때가 벗겨지고
헛된 욕망도 씻겨나가고
나 또한 하얗게 사라진다.
-시작노트-
가장 아름다운 포구로
선정된 물건리 마을
포구의 몽돌 밭 까지
몰려오든 은빛 멸치 떼
해안을 둘러싼 숲은
어머니의 품처럼
마을을 지켜왔고
수평선 너머 섬들은
풍요로운 밥상
신선이 사는 듯
두미 산에 걸려있는 구름
아침 저녁으로
금빛 은빛 파도를 번갈아
잉태하는 작은 포구는
아스라한 달빛 아래
바로 여기가 선계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