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에서
청와대 앞에서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고려삼계탕집에서 식사
고려삼계탕집에서 식사
왼쪽부터 임수근 청년회장, 이종철 향우, 이수영 노인회장, 김창규 향우, 강길상 수산마을 이장
왼쪽부터 임수근 청년회장, 이종철 향우, 이수영 노인회장, 김창규 향우, 강길상 수산마을 이장

창선면 수산마을 사람들이 지난 17일 과거 조선의 중심 경복궁과 현재 대한민국의 심장부인 청와대를 관광했다. 청년회(회장 임수근)와 부녀회(회장 박경숙) 주관으로 노인회 소속 어르신 43명을 포함해 모두 61명이 효도관광을 겸한 봄나들이에 나섰다. 

당일 오전 6시 30분 창선에서 출발한 전세버스 두 대에 탑승한 수산인들은 신탄진휴게소에서 간단한 요기를 한 다음 오전 11시 30분 목적지인 청와대에 도착했다. 마중을 나온 김은하, 김창규, 박장희, 이종철 등 출향인들이 영접했다.

입구에서 예약 인원을 점검한 다음 ‘푸른기와집’을 배경으로 울긋불긋한 옷차림의 동네 사람들이 하트 모양을 하고 파이팅을 외치며 만면에 웃음을 띤 채 단체사진을 찍었다. 관람 동선을 따라 본관 내부의 대통령 집무실을 둘러보고, 노거수가 우거진 경내를 따라 새싹이 파릇파릇하게 돋기 시작한 녹지원과 상춘재를 산책했다. 1948년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2022년 19대 문재인 대통령까지 공과와 명암과 영욕이 교차하는 가운데서도 산업화·민주화·정보화를 이룩한 위대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현대사의 일면을 목격했다.

청와대 관람을 마친 후에는 경복궁 북문인 신무문(神武門)을 지나 한옥이 즐비한 구중궁궐을 거닐었다. 왕과 왕비의 침소인 강녕전(康寧殿)과 교태전(交泰殿), 대왕대비의 침소인 자경전(慈慶殿)을 두루 살폈다. 임금과 신하가 잔치를 벌이고 중국 사신을 접대하던 경회루(慶會樓)의 웅장한 누각과 드넓은 연못을 배경으로 다시 기념촬영을 했다. 그리고는 군신이 치열하게 국정을 논하던 근정전(勤政殿)의 품계석을 어루만지며 500년 전의 조선 역사와 마주했다. 강화도 매음리에서 채취한 박석(薄石)이 깔린 길을 따라 정문인 광화문에 도착했고, 살아 움직이는 수문장들과 시비와 선악을 가린다는 상상의 동물 해태상의 전송을 받으며 두어 시간 남짓한 도보 투어를 마쳤다.

말끔하게 조성된 광화문광장과 세종문화회관을 거쳐 중식 장소인 고려삼계탕에 도착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을 실천하듯, 삼계탕과 전복죽에 반주를 곁들인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이어진 환영식에서 이광진 회장(법무법인 일호 대표변호사)을 대신해 이종철 회원은 “서울 오신다고 첫새벽부터 애쓰셨다. 아침에는 봄비가 오락가락했는데, 하늘도 수산 분들의 상경을 환영해서인지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쳤다. 정말 오랜만에 동네 어르신들을 뵙게 되어서 감개무량하다. 건강 잘 챙기셔서 5년 후, 10년 후에도 계속 뵙기를 소망한다”고 인사했다. 

이수영 노인회장은 답사에서 “출향 인사들이 서울을 방문한 우리를 잊지 않고 환대해 줘서 고맙다. 이러한 미풍양속이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강길상 이장은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과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이런 방식으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바람직한 사례가 축적되면 수산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역동적인 마을을 가꾸는 데 서로 힘을 모으고 격려하자. 또한 창선의 중심 수산마을의 이러한 아름다운 모습은 다른 마을에도 선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정성이 가득 담긴 점심은 푸른솔제지 대표인 김창규 총무가 대접했으며, 고진홍(안산 마디웰 정형외과 원장) 향우를 비롯해 여러 회원들이 십시일반 작은 뜻을 모아 기념 타월과 간식거리 등을 제공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수산마을에서도 싱싱한 생선회와 푸성귀를 공수해 서울 향우들이 오랜만에 고향의 맛과 온정을 느낄 수 있었다.

새봄의 휴일을 맞이해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빌딩들을 대하며 세종대왕 동상 곁의 버스정류장에서 재경수산사람들의 배웅을 뒤로하고 기대와 아쉬움이 교차했던 봄나들이를 마무리했다. 떠나는 이들과 보내는 사람들이 지금은 비록 삶의 터전을 달리하고 있지만 수산(水山)이라는 공동체 특유의 정서와 끈끈한 유대감을 새삼 확인했던 소중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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