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마치 책을 읽는 것과 같다. 중요한 것은 페이지 수가 아니라 내용이다.” 

이 격언을 읽을 때마다 ‘내 인생은 어떠했는가’라는 자문을 하게 된다. 많은 추억과 이야기들이 내 인생의 중요한 내용이 되었겠지만 그래도 초등학교 시절이 만들어 준 시간들은 늘 내게 삶의 자양분이 되어 주었다. 

특히 동창회나 동기 모임을 할 때마다 친구나 선후배들은 ‘추억’이라는 선물을 한 보따리 들고 와 이야기꽃을 피운다. 언제 끝날지 모를 그 이야기들로 한참 웃고 떠들다 보면 그 시절의 추억은 더 간절해진다.

선배는 고현 도마에서, 필자는 지금은 탈박물관으로 바뀐 다초초등학교를 다녔다. 선배가 다녔다는 초등학교는 1960년대, 필자는 1970년대니까, 너무 오래전 일이다. 

가끔 초등학교 얘기를 하면 지금의 현실과 너무 달라 놀라울 지경이다. 입학 당시 2반이었고, 한 반에 70명 정도였다. 어림잡아 한 학년이 130명이다. 좁은 교실에 학생들이 빽빽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콩나물시루’를 연상시켜 ‘콩나물 교실’이라 불렸고, 교실이 비좁아서 제일 뒤편에 있는 자리에서는 불이익을 받으면서 수업을 했다. 

현재 선배의 초등학교는 농어촌 참 좋은 학교로 선정되어서인지 올해 4명이 입학하고 매년 꾸준히 입학하고 있고 면 소재지도 아닌 학교에서 남해의 다른 면소재지 학교 학생 수 보다 많아 전체 학생 수도 39명이 된다. 

필자의 모교 다초초등학교는 폐교된 이후 면소재지 이동초등학교와 통합되었는데도 올해 입학생은 남학생 1명, 지난해는 여학생 2명 전체 학생 수는 30명도 안되는 21명이다. 출산율 저하와 입학생 감소로 이대로 몇 년이 지나면 근근히 명맥을 이어오는 선배의 모교와 필자의 모교 이동초등학교도 통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긴 서울, 부산, 대구 등 가장 큰 도심에 있는 초등학교. 중학교의 통폐합 소식도 가히 충격적이었고 말로만 듣던 ‘도심 폐교’의 소식을 들으면 초등학교 모교의 학생 수 급감이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하락으로 인한 학생 감소가 어쩔 수 없다지만 감소 폭이 너무 크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은 30만 명 이하로, 2026년 입학생은 20만 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학생 수 감소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교사는 매년 줄고 전국 어느 곳에서나 학교는 계속 통폐합되고 있다.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곳도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절벽은 학교 통폐합으로 이어질 것이고 결국 학창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우리들의 모교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서 그저 아쉬움만 가득할 따름이다.

우리는 자신이 다니거나 졸업한 학교를 모교(母校)라고 부른다. 그만큼 우리는 학교에서 성장했고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우리는 모교를 생각하고 추억하는 것이다. 잊지 못할 추억의 향수를 주는 우리들의 초등학교 모교가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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