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에서 촬영하고 최근 가장 높은 일반인 평점을 받고 있는 영화 ‘소풍’을 보물섬시네마에서 관람했다. 

‘소풍’은 오랜 절친이자 사돈 지간인 두 친구의 재회를 통해 60년 만에 남흥여객 버스를 타고 노량대교, 그림같은 풍경이 나오는 평산1리, 우리 군민의 삶의 현장인 남해읍시장 등 고향 남해로 여행을 떠나며 시작한다. 주인공인 은심이 고향의 변화와 삶의 의미를 탐색하는 16살의 추억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사실 영화를 관람하러 갈 때 마음은 남해 어디에서 촬영했는가 하는 궁금증으로 갔었는데, 값진 우정 이야기, 고령층이 겪는 아픔을 담담하게 풀어내어 전 세대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영화다. 파킨슨병 진단과 가족 간의 갈등, ‘소풍’ 속에서 그 무엇보다 친구가 소중했고, 노래 부르기 좋아했고, 짝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16세 시절 그 마음을 평생 간직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졌다. 

다가오는 죽음에 대해 억지로 슬픔을 강요하거나 이미 자신들이 살아본 인생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이제 곧 우리 모두가 직면하게 될 현실이기에 자연스럽게 공감을 이끌어 낸다. 

영화에서도 단짝과 마지막을 같이 하는 존엄사를 택한 두 사람의 결정, 절벽 끝에 손을 잡고 서서 최후를 준비하는 모습은 관객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절벽에 서 있는 두 사람 모습, 임영웅의 노래 ‘모래 알갱이’는 보는 이의 마음을 더욱 울리고 만다. 배우자가 평생을 같이해 주지 못한다면, 자식이 아닌 진정한 친구가 내 평생의 반려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며 또 다른 감동을 전해 준다.

도움 없이는 하루가 아닌 잠시라도 삶이 힘든 부모님과 남해에서 살아가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 영화가 매년 가속화하는 현 시대의 고령층 문제와 우리의 인생도 다 저런 모습으로 변해간다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요양병원에 있는 선배의 모친, 필자를 포함한 우리 주위의 현실을 보면 많은 고령층이 기본적인 생리 현상을 가족이나 요양원 등에서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서 살아가는 삶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과연 그들의 삶에 존엄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 이들은 가족에게 폐 끼치기도 싫지만 일부에서는 자기를 잃은 채로 살게 될까 두려워하며 아프고 고독하게 살다가 고독사 할 바에는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갖길 소망하는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삶의 끝에서조차 변치 않는 아름다운 우정의 가치다. 시대와 환경이 변하더라도, 인간 관계의 깊이와 그 속에서 발견되는 삶의 진정한 의미는 변하지 않고 모든 순간이 가치 있고 아름답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은 올 때도 그러하듯 갈 때도 마치 즐거운 ‘소풍’과도 같다는 말처럼 내 곁에 있는 소중한 가족, 친구들이 서로의 삶에 일부분이 되어 행복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인생의 행복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 “소풍”.  꼭 한번 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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