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명절에 수도권에 거주하는 친구가 모처럼 고향 남해를 다녀갔다. 설천 왕지에서 진목~도마~심천, 선소~초양~삼동 지족까지 이어지는 강진만의 정감 넘치는 해안도로를 드라이브 하면서 남해 사람들이 모르는 보물이라고 그 친구가 여러 번 되풀이 말했다. 

강진만을 따라 편리하게 이용하는 이 도로는 우리 주민들에게는 산책길. 통행로로 남해를 찾는 관광객에게는 새로운 관광도로로 이용되고 있다. 

선소 바닷가에 차를 세우고 입현 매립지를 함께 걸었다. 그 친구는 선소 바닷가의 파도 소리, 입현 매립지의 바람과 함께 콧속을 파고드는 맑은 공기, 파란 하늘을 실컷 즐기면서 어린시절 강진만에 얽힌 추억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도시에서 열심히 살아가면서 고향을 찾을 때면 어린시절 바닷가에서 수영하고 모래밭에서 뛰놀던 그때를 추억하고 강진만에 앉아 한 두 시간 멍 때리고 나면 열심히 살아 오느라 바닥까지 소진했던 몸과 마음에 에너지가 충만해지곤 한다곤 한다. 

하지만 바닷가에 앉아 파도소리를 들으며 멍 때리기를 하다가도 빠른 속도로 해안도로로 휙휙 지나가는 차량들을 보면 갑자기 살고 있는 도시로 다시 돌아온 것은 아닌지 우울해 진다고 말했다. 방금까지 타고 돌던 강진만의 해안 도로에 대해 조성 당시 얼마나 고민하고 시작했을까 하는 얘기였다. 나를 포함한 우리 주민이 편리하게 이용했던 그 도로에 대해 한참을 얘기하는 것이었다.  

어릴 적 조개 잡고 뛰놀던 바닷가의 모래사장, 주민이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평화롭던 강진만 풍경의 아름다움이 사라지고 이 도로의 기능으로 인해 환경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선소, 심천, 이어, 도마, 진목 등 강진만 어디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그 많았던 모래사장은 어디로 갔는지 흔적조차 찾을 수 없고 해안도로로 인한 계속되는 해변 침식으로 앞으로 더 깊은 바다가 될 것이라는 지적에 우리가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차를 몰고 편리하게 이용했던 강진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그 친구가 가장 아쉬워 하는 것은 도로로 인해 우리 남해안 최고의 철새 도래지인 강진만이 완전히 훼손됐다는 것이다. 보호해야 할 야생 철새가 도로로 인해 너무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철새 도래지로서 기능이 상실되고 있다는 것이다. 비란, 도마, 심천, 선소, 섬호에 이르기까지 매년 수 만마리의 겨울 철새 그리고 멸종위기 철새까지 강진만을 찾는데 이번 겨울에 와보니 거의 자취를 감췄다며 철새 도래지마다 활동하는 환경단체가 남해는 없는지 물어보면서, 지금처럼 남해군이 철새먹이, 철새관리, 인력확보 등 안전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고 관리를 소홀히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철새 보기가 힘들 것이라는 것이다. 

천 만명이 다녀간 순천만의 정원박람회가 순천만 두루미 서식지로 시작됐다는 것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철새가 경제적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볼거리의 돈이 된다는 것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관련 공직자들이 철새 확인을 위해 이번 겨울 입현매립지에 몇 번이나 가 봤는지 궁금하다. 매년 수 만마리 철새가 찾아오던 그 철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자연이 살아 숨쉬는 청정 남해에 철새가 찾지 않는다면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친환경 남해라고 할 수 있을까.     

도시에서의 삶이 힘들 때마다 삶의 에너지를 채워주고 몸과 마음에 쉼을 주었던 강진만의 바다. 고향 남해의 개발과 발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수 만마리 철새가 찾아오던 강진만의 익숙했던 풍경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길 바란다는 친구 얘기에 공감을 하면서 틈나면 나부터 더 자주 가야겠다. 우리군 환경관련 공직자들의 열정을 기대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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