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남해의 보물은 자라나는 아이들에서부터 지금까지 이곳을 묵묵히 지켜온 우리네 아버지며 어머니입니다. 본지는 주어진 삶의 현장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소박한 이웃들의 진솔한 모습을 소개하는 ‘보물섬 우리이웃’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 매주 목요일 아침이면 해양초 정문 앞에서 교통정리 봉사를 하는 여승진씨.

자동차 판매 영업사원으로, 가베레고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여승진(37·기아자동차 남해지점)·정경미(36·레고홈스쿨)씨 부부는 자녀 셋을 둔 평범한 맞벌이 젊은 부부다.

이들 부부는 올 3월 순천제일대학 남해캠퍼스 사회복지과에 진학한 예비 사회복지사. 늦깎이로 부부가 함께 복지공부를 하게 된 사연은 교회를 통해, 직장을 통해, 취미모임을 통해 맛본 ‘봉사활동의 단맛(?)’에서 비롯됐다.

“이왕이면 같이 하자”

“젖먹이 아이, 빠듯한 살림살이… 우리 형편으로는 부부가 동시에 대학 다니기는 쉽지 않았어요. 봉사를 하다보니 복지분야에 관심이 생겼고 이왕이면 배워서 전문성을 갖추고 제대로 된 봉사를 해보자는 데 뜻이 모아졌어요. 이왕이면 둘이 같이 하자고 맘먹고 가족들과 직장의 선처를 구하게 됐다”는 이들 부부.
하지만 주위에선 ‘늦게 무슨 공부냐, 왜 돈도 안되고 고생만 하는 사회복지과냐’며 의아스럽게 묻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일주일에 세 번 수업이지만 첫 수업시간을 제때 못 맞춰 지각하기도 일쑤. 그래도 한 학기가 지난 지금, 복지에 관한 기본 마인드가 생기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봉사에 대한 의식도 많이 변화됐다는 승진씨. 그는 “누군가 나서 해야될 일, 늦게 시작한 만큼 더 열심히 배워서 앞으로 노령인구가 많은 군내에서 실버타운을 운영해보고 싶다”며 조심스레 포부를 밝혔다.

‘봉사가 이런 거구나!!’

승진씨는 직장에서 매월 장애인 목욕시키기와 매주 목요일 아침 학교 앞 교통정리 안전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교회 청년회 봉사활동에, 남해기독신우회 회원으로 의료봉사와 장애인 나들이, 음악회 등 각종 행사에도 빠짐없이 동참해오고 있다.

경미씨 또한 동화읽는어른모임을 통해 올해부터 남해유치원에 동화책 읽어주기 선생님으로 무료봉사를 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남해나누미 봉사단이 발족되면서 승진씨가 단장을, 경미씨는 아동팀장을 맡게 됐다.

“지금까지는 그냥 하는, 다들 하니까 하는 형식적인 봉사였지만 이제는 ‘봉사라는 게 이런 거구나’라고 새삼 실감하고 있다”는 승진씨. 그는 특히 “예전에는 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되어 무조건 다 해줄려고만 했는데, 지금은 가능하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생각을 깨우쳐주고 재활 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됐다”고 한다. 이 모두가 짧은 시간 가운데서도 맺어진 배움의 결실이 아닐까.

가족·직장동료들 배려 커

이들 부부가 야간에 공부하기까지는 묵묵히 후원을 아끼지 않는 가족들과 직장 동료들 덕이 크다.

“맞벌이에다 야간 공부를 시작하고부터는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딸로서, 주부로서 해야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요. 집안 일이며 육아도 거의 다 어른들 몫이 돼버려 면목이 없어요. 무엇보다도 어린애들한테 엄마노릇을 못해 미안할 뿐”이라는 경미씨.

직장에서의 승진씨 경우도 마찬가지다.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야간 당직이 있지만 직원 모두가 내 일처럼 돌아가며 대신 당직을 서주어 맘놓고 야간 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단다. 이런 주변인들의 희생과 배려 덕분에 공부에 더 애착이 간다는 두 사람.

하지만 운동이나 낚시 등 취미생활이나 교제활동에 제약이 많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종종 발생해 곤란을 겪을 때도 있다고.

“희망있는 싸움은 행복하다”

밀레니엄 해인 2000년 1월 1일, 한바탕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치른 이들 부부는 유난히 자녀욕심이 많다. 지난해 6월 셋째 지후를 낳으면서 출산장려금 300만원을 받은 행운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행복하다’는 말을 실감케 됐다고 한다.

“경제적으론 아이를 많이 나을 형편은 아닌데, 돈의 가치와는 바꿀 수 없는 감동이 전해져 너무 좋다는 표현이 절로 나와요. 모든 사물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매개체가 된 것 같다”는 경미씨는 아이 셋을 수술해서 낳다보니 자연분만만 가능하다면 아직 넷째 아이에 대한 미련도 남아 있어 보인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시간과의 싸움 속에서 바삐 살아가는 일상이지만 미래를 향한 희망 있는 싸움이어서 행복하다는 경미씨의 고백이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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