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더니 올 한 해도 이제 이틀만 남아 있다. 누구나 이 시점이 되면 사람들은 비슷한 감회에 빠지면서 숙연한 마음으로 한 해를 돌아보게 된다. 

한 해를 돌아보니 늘 그러하듯이 좋은 일, 좋지 않은 일도 섞여 있고, 이렇게 한 해가 가고 있다는 생각에 착잡한 심회에 빠져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해 동안 자신이 무엇을 했고, 또 무엇을 하지 못했는지를 자연스럽게 돌아보기 시작한다. 연말 이때가 내가 삶과 일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대학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견리망의(見利忘義)’는 ‘이로움을 보니 의로움을 잊는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왜 이 글귀가 교수들로부터 가장 많은 표를 얻었을까?라는 의문은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의 “지금 우리 사회는 견리망의가 난무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라는 추천 이유에서 알 수 있었다. 견리망의보다는 ‘제 살길을 스스로 찾는다’라는 의미의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이 더 와닿는 말인 것 같다. 

각자도생이라는 말에서 긍정적인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지만, 요즘같이 예측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가장 적합한 생존방식인 각자도생의 시간을 보낸 듯하다. 각자도생의 긍정성인 면을 보면 우선 각자도생이라는 말은 개개인의 견해와 판단이 중요하다는 뜻이라는 판단이 되기도 한다. 

12월 말 이때 쯤이면 만나지 못해도 먼 곳에서 안부를 나눈다. 홀로 있는 사람, 평소 연락도 제대로 하지 않던 사람들을 챙기고 연말에는 조금 더 많은 양의 선의가 생기는 것 같은 마음이다. 이맘때면 SNS에 불이 난다. 한 두줄 덕담에 희망찬 이미지를 덧붙여 여기저기 보내고 또 그만큼 받기도 한다. 

올 한 해 우리를 괴롭혔던 악재들은 내년에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세계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삼고’(三高)로 인한 부동산 가격의 불안정 그리고 금융권과 건설업의 위기설, 전 세계 원자재 시장과 공급망을 뒤흔들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지, 41년 만에 최고로 치솟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내년에도 미국은 고금리와 긴축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 등 힘들었던 한 해를 넘어 앞으로도 힘들 것이라고 한다. 

과연 다가오는 2024년은 어떻게 흘러갈 것 같은가? 내년에는 세계 40개국에서 대선 또는 총선이 열린다. 정치가 사회경제 시스템을 판가름하는 격동의 한 해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총선에는 유권자를 행복하게 해주고 정말로 나라와 우리 남해를 생각하는 국회의원이 뽑히길 희망한다. 그래서 소모적인 대립과 갈등으로 얼룩졌던 우리 사회가 화합으로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 어려운 1년을 보냈지만 희망을 갖고 참고 견디며 살아가는 군민들이 2024년 용의 해가 좋은 소식을 안고 오길 기대하고 더 행복해지길 기도해 본다. 아듀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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