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도서관이 지난달 30일 국회의장단 구술총서 열세 번째 책 「대한민국 국회를 말하다 박희태」를 발간했다. 

이 책에는 1938년 남해군 이동면에서 태어나 2010년 제18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박희태 고문이 살아온 이야기가 담겼다. 1부 성장과정과 검사시절이 실렸으며 2~4부는 정계입문과 13대부터 17대 국회 활동까지의 정치역정이, 5부는 국회의장직 수행, 6부는 정치발전을 위한 조언으로 구성됐다.

1부에는 양복점 장남으로 태어나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온 박희태 고문의 어린시절 이야기다. “아버지가 안 계시니까, 초등학교 4학년 때 돌아가셨으니까 누가 저를 지도하겠습니까? 그때부터 ‘나는 나 혼자서 앞길을 개척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어머니는 우리 형제들 먹여 살리는 일에만 몰두하셨으니까요”(21쪽)

중학교 국가고시 시험에서 남해군 전체 2등을 하고도 부산 경남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남해중학교에 보궐로 입학했던 이야기며 경남고등학교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 후 전쟁 중 참고서도 없이 공부해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이야기 등이 실렸다. 

특히 박 고문이 법대에 진학하면서 검사를 꿈꾸게 된 배경 이야기가 흥미롭다. “초등학교 4학년 어느 날 밤 불량기 있는 동네사람이 대문을 박차고 들어와 아버지와 나간 뒤 그날 밤 돌아가셨다. (중략) 그때 경찰에서 하는 이야기가 이 사건은 자기네들이 아믄대로 못 하고 검사 지휘를 받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중략) 그날 이후로 ‘나도 커서 검사가 돼야 되겠다’ 그런 생각을 혼자 마음속으로 하고 있었습니다.”(28쪽)

최장기 여당 대변인, 원내대표, 국회의장 등 한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24년간의 그의 정치 역정이 담담한 구술체로 이어진다. 담담한 어조와는 달리 3당합당과 초원복집사건 등 역사적인 사건을 직접 경험하고 정국을 주도했던 그의 이야기는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24년 정치인생에 대중들의 관심은 화려한 언변과 대변인으로서의 촌철살인에 있지만 정작 박 고문이 가장 보람있는 활동으로 꼽는 것은 사법개혁과 체포제도 도입이다.

스스로를 온건 보수 정치인으로 칭하는 박 고문은 마지막 장에서 오늘날 정치인들에게 ‘타협’을 강조한다. “정치는 타협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국회의원 생활을 쭉 했습니다. 타협, 그것이 발현되는 게 국민의 화합으로 나오지 않나 생각합니다”(218쪽)

260여 페이지 양장본으로 발간한 이 책은 국회도서관 ‘국회의장단 구술기록 아카이브 구축 사업’의 하나로 구술 녹취문을 정리한 것이다. 이명우 국회도서관장은 발간사에서 “이 구술집에는 3당 합당, 문민정부 탄생, 여야 정권교체, 대통령 탄핵소추 등 현대 정치사의 굵직한 사건을 몸소 겪어왔던 박 의장님의 담백한 소회가 담겼다. 이번 구술총서 발간으로 박희태 의장님의 신념과도 같은 '화합과 타협의 정치철학'이 재조명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책은 비매품으로 국회 전자도서관에 접속하거나 국회도서관 열람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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