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 이동면 다천마을 출신 재부산 남해군 향우인 정영선(60) 작가가 지난달 25일 소설 ‘아무것도 아닌 빛’(강 출판사)으로 올해 ‘제54회 2023년 동인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으면서 남해군을 널리 알리는 빛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인문학상’은 김성한의 ‘바비도’, 선우휘의 ‘불꽃’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박완서의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신경숙의 ‘그는 언제오는가’ 등 기라성같은 작가들과 작품들을 선정하면서 현대문학상과 함께 국문학계의 양대산맥을 이룰 만큼 권위와 깊이를 갖춘 문학상으로 인정받고 있다. 

정영선 소설가는 이번에 동인문학상 본심 후보작 19편 중 최종심 후보 5편 중에서 심사위원들의 4차 투표를 거쳐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8일(금) 열릴 예정이다. 

정영선 작가의 동인문학상 선정작 ‘아무것도 아닌 빛’은 표면상으로는 부산 외곽의 낙동강 인근 ‘은곡’의 서민아파트 단지에 사는 90세 전후의 남녀 어르신들의 단조로운 일상을 조명하는 사건들로 전개되지만 심층에서는 일제 식민지 시대와 해방, 남북 분단 상황 속에서 젊은 시절을 살아낸 주인공 조향자와 안재석 등 인물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정영선 작가의 역사학자적 풍모가 깊게 배여 있는 상황 설정이다.   

이와 관련해 정영선 소설가는 “얼마전에 일본의 조선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이 학교를 지켜온 분들을 여럿 만났다. 이들이 ‘분단상황이 이런 모습으로, 이렇게 오래갈 줄은 정말 몰랐다’며 눈물을 보였다”며 “일본에서 원폭피해를 입은 분들을 면접하고 인터뷰한 것들이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스무 살에 빨치산이 된 안재석과 원폭 피해로 남편을 잃은 조향자는 내가 만난 그 누구도 아니지만 누군가의 모습을 조금씩 닮아 있을 것이다”라고 소설작품의 일단을 소개했다.   

소설 제목인 ‘아무것도 아닌 빛’의 숨은 뜻에 대해 정영선 작가는 “저는 역사 교사인데 역사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결국 역사를 움직이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던 사람들의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며 “돈이나 권력은 없지만, 그 사람들 마음에는 변하지 않는 순정이 있다. 저 밑바닥에서 정치에 오염되지 않은 사람들 사이 ‘우리가 이렇게 해서 되겠나?’란 한마디가 모여서 빛이 되고, 우리 사회를 변화시켜 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당선 소감으로 정영선 작가는 “부산에서도 많은 축하의 말씀들을 건네시는데 고향 남해군민들에게 이런 소식으로나마 인사를 드리게 됐다. 남해의 지인들께서도 축하의 말씀을 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더욱 정진하는 소설가, 문학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수줍게 인사했다. 

향우 정영선 작가는

정영선 작가는 1963년 2월 1일 이동면 다정리 다천마을에서 부친 정상휴 님과 모친 김재엽 님의 슬하 3남 3녀 중 막내로 남해초등학교, 남해여중, 마산여고, 부산대학교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부산에서 중등 역사교사로 재직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지난 1997년 문예중앙을 통해 단편소설 ‘평행의 아름다움’으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문학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부산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에서 수학하기도 했다. 

문단 데뷔 후 정영선 소설가는 ‘실로 만든 달’ ‘부끄러움들’ ‘물컹하고 쫀득한 두려움’ ‘물의 시간’ ‘생각하는 사람들’ 등 힘차고 깊이 있는 주제들을 다루는 소설들을 계속 쏟아냈다. 부산소설문학상, 부산작가상, 봉생문화상(문학 분야), 요산김정한문학상, 그리고 이번에 전국적인 규모의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주요 문학상을 받으면서 소설문학가로서 정진해 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영선 작가는 부산작가회의 부의장과 요산문학축전운영위원장, 요산문학관 이사를 역임하면서 필력을 쌓음과 동시에 문화사업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현재는 부산소설가협회 부회장 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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