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선초등학교 53회는 1975년 2월 24일 251명이 졸업했다. 2014년 정회원 100여 명으로 졸업 당시 6학년 담임을 맡은 강상철, 강수상, 김봉산, 정병철 은사님을 모시고 창선초등학교 느티나무 아래에서 초대회장으로 강만옥 회장을 선출하며 발족하였다. 이후 매년 정기총회와 야유회를 지역별로 순회를 하고 진행하면서 우정을 돈독하게 하였다.

특히 올해 정기총회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60여 명의 동창들이 함께하는 자리일 뿐 아니라 10~20년 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이라 더욱 감회가 새로울 것은 자명한 일이다. 김상표 회장과 장영이 총무, 장천기 사무총장 외 곤유마을 친구들의 노력과 열정으로 시작되었다.

창선초 53회 동창회 정기총회는 지난달 28~29일 1박2일로 열렸다. 28일 남해군 창선면 농협 앞에서 오전 6시 출발한 1호차는 진주휴게소를 거쳐 창원을 경유하며 반가운 친구들을 픽업하여 칠곡휴게소에 도착하였다. 2호차는 부산시 동래역 앞에서 오전 6시 40분에 출발해 양산을 거쳐 통도사휴게소를 경유하며 칠곡휴게소에서 1호차와 합류하여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재회의 기쁨을 만끽하였다.

60명은 마치 수학여행을 가는 기분으로 들떠 있었다. 여행에서 우선 입부터 즐거워야 했다. 간식도 풍성하다. 달리는 차창 밖 풍경은 10월의 울긋불긋한 단풍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른 시간에 나와서 잠들이 부족하였지만 입은 웃음의 창고처럼 활짝 열려있다. 입담 좋은 친구들이 한마디씩 하면 낙엽이 굴러만 가도 웃던 청소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1,2호차는 칠곡휴게소를 떠나 죽전휴게소에 도착해 집행부에서 정성껏 준비한 회며 쇠고기볶음 등 산해진미로 식사를 했다. 오순도순 주고받는 소주 한잔이 우정을 돈독하게 하는 것은 물론 60년 삶의 피로마저 녹이는듯했다. 식사를 마친 후 1,2호차는 죽전휴게소를 떠나 오후 1시 청와대에 도착하여 경인 지역에서 합류한 동창들을 만나 기쁨을 나누었고 이어 청와대 관람을 위한 절차를 거쳐 관람이 시작되었다.

청와대 입구부터 수려한 자태를 뽐내며 도열한 조경수들의 안내를 받으며 관람이 시작되었다.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했고 나라를 운영하며,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던 특별한 사람들의 공간이었던 청와대는 오늘날 줄지은 관광객들이 감탄을 자아내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대한민국의 대통령들이 근무하며 사용하던 집무실, 접견실, 침실, 연회장 등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들에 관람객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벽면에 걸린 역대 대통령님들의 초상화를 보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감히 한분 한분의 공과 과를 넘어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할 때마다 얼마나 많은 고뇌와 고충이 따랐을까 싶었다.

선진국가 운영을 위해 외교사절단을 비롯해 많은 국가 원수들이 다녀가며 희비가 공존했던 청와대 구중궁궐 74년 영욕의 세월을 뒤로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모든 것들을 보며, 화무십일홍 권불십년이란 말이 실감 났다.

많은 관람객들 뒤로하고 다음 관람을 위해 경복궁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선 500년 왕가의 역사를 품고 있으며 희로애락이 서려 있는 경복궁을 관람하면서 힘든 삶을 살았던 궁녀들을 비롯해 궁내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이 머물렀던 거처와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과 조선왕조 임금들이 업무를 보던 근정전, 강녕전 등 많은 국보급 건축물이 조선시대의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외국 사신들의 접대와 연회를 베풀던 곳으로 국보 제224호 경회루의 자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비경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토록 아름답고 화려한 비경을 뒤로하고 지엄한 왕권을 휘두르던 그분들은 어디로 가고 텅 빈 근정전만 남아있어 인생무상을 느끼게 하였다.

다음 일정으로 인한 짧은 관람이었지만 조선 500백년 역사의 일부라도 이해하였다는 것에 여행의 맛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고풍스러운 경복궁의 자태를 머금고 오늘밤 숙박을 해야 할 철원으로 출발하였다.

1,2호차가 출발한 후 차 안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화기애애했다. 오랜만에 만나 그동안의 긴 세월 속에서 겪었던 이야기꽃의 향연이었다. 삼삼오오 수다를 떠는 동안 목적지인 철원의 식당에 도착하였고, 회장님의 인사와 함께 집행부에서 진행하는 정기총회를 마치고, 저녁식사와 함께 소주 한잔으로 동창회의 결속과 우정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장기 자랑이 벌어지고 동영상으로 찍어대며 주위에 집들이 없어 마음 놓고 박장대소하며 눈물이 날 정도로 엔도르핀이 마구 뿜어 나왔다. 저녁식사 자리가 끝나고 숙소로 이동하여 방 배정을 받은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은 새벽 산책을 다녀온 친구의 건강강연과 어제 못다 나눈 친구들의 수다로 새벽부터 부산스러웠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먼저 철원의 명소라 하는 고석정을 찾았다. 다소 이른 시간임에도 관광버스들이 속속 도착하였고 관광객들과 어울려 관람이 시작되었다. 고석정은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에 있는 정자로 세운 시기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신라 진평왕과 고려 충숙왕이 머물렀다고 한다. 또한 조선 명종 때 활약했던 의적 임꺽정이 강 건너편에 돌을 쌓아 만든 성의 흔적이 있다고 한다. 

고석정 꽃축제는 막바지라 꽃이 많이 졌지만 마지막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추억의 사진 한 장 이라도 남기려는 동창들의 자리다툼에 마냥 즐거움 그 자체였다. 고석정을 떠나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 잔도길을 찾았다. 3.6㎞의 잔도길은 자연과 어우러져 말 그대로 주상절리였다. 굳이 외국을 가지 않고 국내만 다녀도 경관이 빼어난 곳이 많다. 잔도길을 따라 걸으며 아름다운 경치를 배경으로 담은 사진과 즐거웠던 좋은 사람과의 동행은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짧은 시간도 1박2일의 동창회 해단식과 더불어 추억이란 이름으로 공평하게 나누어 가졌으며, 서로의 건강과 앞날의 행복을 축원하며, 언제 만날지 모를 이별을 맞이하고 그렇게 동창회는 종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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