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편지로 서로의 안부를 주고 받았다. 편지함에 배달된 편지들은 누구에게나 설렘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E-mail과 핸드폰 문자가 편지를 대신하고, 또 시간이 흐르면서 편지를 밀어냈던 핸드폰 문자도 이젠 카톡에 자리를 내주게 된 것이다. 무료로 막 보내지는 카톡, 80자 이내에 맞추는 문자 연락을 보내야 하는 기기의 장점이라고 해도 세상이 점점 더 빨리 변해감을 느낀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카톡을 대신할 새로운 무언가가 나오겠지만 편지함에 반가운 소식의 지인편지가 아닌 세금, 상수도, 전화요금 고지서들만 가득 찬 것이 아닌 옛 시절의 편지가 그리운 이 가을이다.

“말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 가슴속 울려주는 눈물 젖은 편지” 낙엽이 지는 창밖 늦가을 풍경을 내다보며 '편지'라는 옛 노래를 듣다가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와 관련된 얘기를 해 볼까 한다. 

빈센트 반 고흐하면 누구나가 위대한 화가로 기억하지만, 그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서한집을 보고 문학가라고도 한다. 반 고흐는 사는 동안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늘 집시족처럼 이동했다. 생활이 넉넉지 못하면서도 형 편지를 받으면 돈을 보내주던 착한 동생 테오는 형이 보낸 658통이나 되는 그 많은 편지를 버리지 않고 모아 둔 덕분에 6권짜리 서한집을 발간할 수 있었다. 

고흐는 동생에게 보낸 편지 한 귀퉁이에 드로잉과 여행 풍경 등도 함께 그려 보냈는데 “새벽 4시면 잠에서 깨어나 창가에 앉는다. 일터로 나서는 사람들, 들판에서 커피를 끓이기 위해 준비하는 농부들을 스케치하지. 그런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겠니?” 일과 일상의 소중함이 담겨 있는 편지, 그리고 “월요일 아침 나는 파리로 떠난다. 브뤼셀에 2시 7분 도착. 가능하다면 역전으로 나와 주렴. 그렇다면 나에게 큰 기쁨이 될 거야.” 이국의 낯선 도시 기차역 플랫폼에서 동생에게 만나자며 손으로 꾹꾹 눌러쓴 형의 편지는 얼마나 낭만적인가?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을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시인 김남조님의 시 ‘편지’ 중 일부다. 

소녀와 소년이 ‘사랑’에 눈뜨기 시작하면서 밤을 새우며 썼다 구겨 버린 편지가 얼마나 많았겠는가. 밤새워 쓴 편지를 아침에 읽으면 낯설음과 그 어색함으로 부치지 못한 편지는 또 얼마나 많았는지 ….   

고흐가 동생에게 전한 “빵 한 조각으로 버틸 수 있어야 해. 높은 하늘의 별과 무한함도 분명 느껴야 해. 그럴 때 인생은 참으로 매력적이지.”라는 말은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정신적 결핍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들린다. 

몇 년 동안 연락조차 없는 친구나 친지들에게 ‘연락주지 못해 미안, 보고 싶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편지를 해 보는 것은 어떨지. 

어릴 적 함께 뛰놀던 동네 친구가 깜짝 놀라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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