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이후 4권의 창작집과 11권의 장편소설을 출간하며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백시종 작가가 이번에는 연작 장편소설로 노당익장(老當益壯)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 소설의 작품성은 주로 이 시기에 <누란의 미녀>로 김동리문학상, <황무지에서>로 이병주국제문학상, <여수의 눈물>로 세종문화상 대상 등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에 걸쳐 주요 문학상을 집중 수상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백시종 작가는 지난해 발표한 장편소설 <삼봉이 순자 연대기>에 이어 2023년에도 장편 연작소설 <쑥떡>을 펴낸다. 7편의 중편으로 연작 형식을 띤 이번 작품은 백시종 작가의 ‘먹거리 고해성사’이며, 이승하 평론가의 말을 빌리면 주옥처럼 빛나는 성장소설로 구분된다.

백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나는 80살 긴 터널을 빠져나오며 깊숙이 숨겨 두었던, 지난날의 과오와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꾸밈없이 드러내놓기로 작심했다. 일종의 먹거리 고해성사다. 물론 더 많이 취하기 위한 탐욕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생존과 결부된 식탐이었지만, 어찌 되었건 먹는 것 앞에서는 예의도 의리도 도리도 뛰어넘었으며, 심지어 가족 사랑까지도 배신했다. 그 행위를 아무리 미화시키고 변명해도 본질은 파렴치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80살 긴 터널을 빠져나오며 나는 또 다른 생각도 한다. 바로 먹는 즐거움, 먹는 기쁨, 먹는 쾌감이 세상의 어떤 것보다 월등하다는 판단이다. 성욕이나 명예욕 같은 것은 나이 들면 자연적으로 소멸되기도 하지만 식욕의 기쁨은 생명이 붙어 있는 한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되기 마련이다. 신선하고 좋은 재료로 맛깔나게 조리하는 요리사로 이름나면 우리는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돈도 시간도 아끼지 않는다. 그렇게 따지자면 그동안 내가 훔쳐 먹고 주워 먹고 빼앗아 먹었던, 그러면서도 나름의 맛과 풍미가 있었던 시대적 음식을 추억해 내고, 그 시절을 재조명하는 작업도 아무 성과 없는 넋두리 같지는 않다.

이승하는 작품해설에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작가의 말 부제가 참으로 인상적이다. ‘먹거리 고해성사’라니! 작가는 천주교인이 고해실에 들어가서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보는 마음으로 이 소설들을 썼다는 뜻이리라. 아닌 게 아니라 이 소설의 이야기들 자체가 자신의 실수, 과오, 범죄 같은 것들에 대한 너무나도 솔직한 고백이다. 이 진솔한 고백 앞에 감동받지 않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인 ‘이게 다 먹자고 하는 짓 아닙니까.’라는 말이 실감 나는 소설들이다. 

해설자는 감히 단언하건대 백시종 작가가 이 연작소설을 발표함으로써 이 땅의 소설가 가운데 자타가 공인하는 박완서, 김주영, 김원일, 이동하, 송기원 같은 작가와 높낮이를 잴 수 없는 위치에 확실히 올랐다고 본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 성장소설들을 책으로 묶어 냄으로써 생의 큰 매듭 하나를 지은 것이 아닐까. 이 연작장편소설이 백시종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가 될 것이라 믿는다. 

백시종 작가는 1967년 동아일보·대한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했으며, 류주현문학상, 중앙대학문학상, 노근리문학상, 황순원문학상양평문인상, 세종문화상 예술부문(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계간 『문예바다』 발행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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