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전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환경생리학자 로저 울리히의 논문이 발표 당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펜실베이니아 병원의 수술 입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창 밖으로 숲이나 정원이 보이는 병실과 벽면이나 담만 보이는 병실의 환자군 사이에는 회복기간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즉, 숲이나 정원이 보이는 병실의 환자군이 진통제 투여량이나 부작용 등이 적었고 입원기간도 짧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간은 자연환경에서 생리적으로 긍정적 변화를 보이도록 적응돼 왔고 본래 녹색의 자연을 좋아하고 자연회귀 본능을 가졌다는 의미다. 

숲을 통한 치유가 인체의 면역과 건강 증진에 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다. 피톤치드, 음이온, 햇빛, 산소, 냄새, 경관, 소리 등이 대표적 영향인자들이다. 최근 평균수명 증가와 ‘웰빙’ 바람으로 숲의 치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산림치유의 활동별(걷기, 명상, 운동, 가상체험 등) 특성과 관련한 치유 효과를 의과학적으로 입증한 연구 32건을 분석한 연구자료에 의하면 숲속 걷기의 효과가 가장 뛰어난 걸로 평가됐다. 특히 불안·우울 완화, 주의력 회복, 면역·심폐 기능 강화 등 항목에서는 긍정적 경향이 100%로 나타났고 숲속을 걷거나 앉아서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체내 염증을 완화하고 스트레스 지수를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는 것이다. 

계절에 맞는 분위기라는 것이 있는데 가을을 가장 가을답게 만드는 것 하나만 꼽으라면 단풍만한 것도 없을 것이다. 내산의 단풍이 다음 주부터 시작될 것이다. 매년 11월에 내산을 찾을때 마다 진입로의 이 아름다운 가로수를 언제 누가 식재를 했는지 가장 적합한 단풍나무를 식재하고 관리했던 당시 담당 공직자에게 고맙다는 마음이다. 색깔이 유난히 빨갛고 노란 진입로의 단풍나무, 이런 기대감으로 매년 내산을 찾게 되는 것이다.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내산의 단풍과 함께 가을이 더 깊어 갈 것이다. 화려한 물감을 입히기 시작하는 듯 내산의 단풍은 산 위부터 시작되어 아래로 매일매일 새롭게 물들어 갈 것이다. 내산은 내 옆에 있는 남해에 살아 가면서도 잘 다가가지 않는 그 곳 가을의 색깔 추억을 누리기 좋을 단풍 명소다.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 설악산을 비롯한 타지역의 산에 비해 내산은 조용하다 못해 한적하다는 표현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찾는 이가 많지 않아 한적하게 단풍을 즐기며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은 이는 더욱 더 좋은 곳이기도 하다. 이번 가을 멀리 단풍놀이 떠날 기회가 없다면, 내산의 단풍을 찾아 가을의 정취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수필가 이양하의 ‘신록예찬’을 빌리면 신록은 우리의 눈과 머리, 가슴, 그리고 마음 구석구석을 씻어낸다. 요즈음 일교차가 크지만 걷기에 좋은 계절이다. 내산의 단풍 절정기는 11월 전후로 예상된다. 청량한 기운이 가득한 숲길을 느긋하게 걸으며 가을 정취와 산림치유의 효과를 만끽해 보자. 자연의 보물창고인 내산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과 영속성의 비밀이 아닐까. 내산에서 이 가을의 정취를 느끼고 산책길을 걸으며 모처럼 호젓한 사색에 젖어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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