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장경 판각지는 남해군이 확실하다는 내용의 학술 심포지엄이 남해군에서 열려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단의 고명한 스님들이 함께 진행한 대회여서 의의가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려대장경판각성지보존회(회장 김정렬)가 주최한 ‘고려대장경 판각지의 현대적 재발견 심포지엄이 지난 13일 오후 남해 아난티 그랜드레지던스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식전 행사에 이어진 개회식은 법산스님의 대회사, 장충남 군수와 김정렬 고려대장경판각성지보존회 회장의 환영사, 돈관스님의 격려사, 임태식 군의회의장과 류경완 도의원의 축사, 고려대장경판각성지 사업화 경과보고 순으로 이어졌다. 하영제 국회의원과 김두관 국회의원이 축전을 보내 이번 심포지엄을 축하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고려대장경의 판각지는 남해”라는 인식을 지역 주민들과 공유하고, 고려대장경 복원사업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돈관스님(동국대학교 이사장), 혜공스님(대한불교조계종 문화부장), 성각스님(남해군사암연합회 회장) 등 종단의 큰 스님과 관련 학자, 박물관장들이 참석하여 고려대장경 판각지 복원사업에 힘을 모았다. 

동국대 전 이사장인 법산스님은 이날 심포지엄 개회사에서 “항몽정신을 결집시키기 위해 판각한 고려대장경 판각지 즉 출생지가 외면당하고 있어 서글픈 현실”이라며 “그동안 남해 판각지에 대한 사실 규명과 성역화를 위한 남해군의 의지로 지난 20여 년간 여러 차례 연구발표와 발굴 등을 거쳐 남해고려대장경판각성지 보존회가 발족되어 활동하고 있지만 성역화 사업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 법산스님은 “그동안에도 노력해 왔지만 이번에 장충남 군수가 발심해 조계종 종정이신 성파 큰스님의 남해 판각지에 대한 역사적 인식과 소신을 경청하고 그동안 남해 판각지의 역사 사실의 문헌학적 증거를 제시하며 남해가 판각지이고 성역화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는 점에 감동해 추진사업을 돕기로 했다. 오늘 심포지엄을 통해 여러 학자들과 지역 인사들의 토론회를 열고 이를 기반으로 고려대장경 남해 판각지 성역화사업의 촉매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장충남 군수는 환영사에서 “고려대장경과 관련 문화유산 학술조사 결과, 지난 2017년에는 남해 전 선원사지와 백련암지가 고려대장경 판각지로 인정받아 경남문화유산으로 자리잡는 쾌거를 이뤘다”며 “이번 심포지엄은 고려대장경 판각지인 남해군에서 고려대장경의 과거와 현재의 역할과 의미를 규명하고 발전방안을 마련하는 자리이므로 아낌없는 성원과 조언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정렬 고려대장경판각지성역보존회장은 “고려대장경 판각지 남해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에 참여해 주신 여러분께 환영의 인사를 올린다”며 “이번 심포지엄이 고려대장경 판각지가 남해였음을 재조명하는 데 큰 이정표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또 동국대학교 이사장인 돈관스님은 격려사를 통해 “고려대장경 판각지로서 남해분사도감의 설치 운영은 이미 증명되었으나 판각지의 가치를 충분히 알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남해가 대장경 판각지의 문화적 가치 고양과 동서기록문화의 교류 거점 지역으로서 역사성을 확립해 남해가 국제 문화도시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상국 교수 “판각지는 남해” 주장 

이날 심포지엄에서 동국대학교 박상국 석좌교수는 기조강연을 통해 대장경판의 간행기록 조사를 통해 대장경판은 1233년에서 1248년까지 판각되었음을 밝혔고 “판각장소는 강화 선원사가 아니라 남해군이 확실하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남해군은 그동안 고현면 일대에서 시·발굴 조사를 추진한 바 있으며,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학술회의도 9차례 개최했다. 그 결과 선원사지와 백련암지가 고려대장경 판각지로 인정받아 경상남도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이날 종합토론은 법산스님(동국대학교 전 이사장) 주재 하에 ‘세계기록유산 고려대장경 판각지의 현대적 비전 제시’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번 토론에 참석한 한상길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교수는 “강화 선원사 일대 발굴조사 결과 고려대장경 판각 흔적이 전무했다”는 사실을 소개했고, 최병헌 서울대학교 전 교수는 남해에서 고려대장경 판각을 주도한 인물은 ‘정안’이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이재수 동국대학교 불교 학술원 교수는 남해가 고려대장경의 판각지임을 브랜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으며, 김봉윤 국사편찬위 사료위원은 남해에서 고려대장경 목판인쇄문화가 복원 되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특히 이재수 교수는 “천 년 전 최첨단 하이테크 기술의 집약체인 고려대장경을 현재에 되살려 현재의 기술로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봉윤 위원은 “대장경 판각은 목공과 제지, 서예와 서각, 인쇄와 제본 등 목판인쇄문화를 총괄하고 있으며, 금속공예, 나전칠기, 자연염색 등 여러 전통공예와 어우러져 있다”며 “이러한 과정을 전시·교육·체험 활동과 연계하고 유적을 정비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도록 하는 것이 대장경 판각지가 가야할 방향”이라고 제언했다.

이날 참석한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는 “계속적인 홍보를 통해 전 국민에게 남해가 고려대장경의 판각지임을 각인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충남 군수는 “이번 심포지엄이 고려대장경 판각지 성역화 사업의 실현을 위해 종교를 초월해 모든 군민들이 한 마음으로 뜻으로 모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탄생한 곳에서 세계인들이 목판인쇄 문화의 대걸작을 경험할 수 있게 국가 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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