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임실N치즈축제’가 역대급 방문객을 기록, ‘대한민국 대표 명품 축제’로 등극했다. 한글날 연휴 기간에 전북은 물론 전국에서 많은 향토축제가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됐음에도 불구하고 임실N치즈축제에는 사상 최대인 55만 9500명의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루었다. 이는 지난해 52만 명보다 3만 9500명이 증가한 수치이며 임실군 전체 인구 2만 6000명의 21.5배에 이르는 대기록이다. 

임실N치즈축제의 성공 요인은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전국에서 유일의 치즈 테마 축제이기 때문이다. 볼거리·먹거리·살거리·체험거리가 풍성해 다시 찾고 싶고 기다려지는 가을축제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주민들의 참여도 높아 지역경제를 살리는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경제적 파급 효과가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축제 주무대인 알프스풍 치즈테마파크를 가을꽃의 대명사인 국화, 코스모스, 구절초로 단장해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극대화시켰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50kg 대형숙성치즈, 임실 치즈의 아버지 고 지정환 신부를 기리는 벨기에의 날 행사. 태극 취타대를 선두로 한 화려한 퍼레이드,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은 개막 드론쇼, 키즈트롯 선발대회 등도 큰 인기를 끌었다.

임실군 12개 읍·면 생활개선회가 정성껏 준비한 ‘집밥’같은 향토 음식은 바가지 없는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인심과 더할 나위 없는 맛을 선사해 관광객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관광객 유치’는 인구가 감소하는 우리군으로서는 생존을 위한 방어 전략이다. 인구감소로 쇠퇴의 기로에 놓인 지방도시에게 축제는 ‘지방소멸’, ‘쇠퇴의 물결’ 속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전국에 축제가 너무 많다보니 경쟁력이 약화된다. 전국에서 2일 이상 열리는 문화축제는 연간 80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충남의 한 도시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지역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또 교통수단의 고속화, 다양화로 당일치기 방문이 늘다보니 지역에서의 소비금액도 소폭 증가에 그치거나 오히려 감소 추세다. 대규모 축제일수록 수익은 적자다. 이것이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양산해 낸 ‘너도 나도 축제’의 낯뜨거운 성적표다. 이는 국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지방도시 상황도 비슷하며 유럽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지역축제들은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놀라운 점은 올해 개최됐거나 개최 예정인 지역축제가 1129개나 된다는 것이다. 매년 많은 지역축제가 특색도 별로 없고 예산 지원의 명목인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신통찮다는 비판을 받는다. 방문객도 지역민도 행복한, 세계인도 함께 재미있는 지역축제가 육성되기를 기대한다.  

소멸하는 지방도시

‘생활인구’를 늘리자

국내 관광시장 역시 제로섬 게임이다 보니 한 곳에 관광객이 늘면 다른 곳은 줄어드는 구조다. 따라서 관광객만으로 지방소멸과 쇠퇴를 대응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 같은 도시 인구 감소를 해결하려면 ‘생활인구’를 늘려야 한다.

생활인구와 유사한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일본의 ‘관계인구(關係人口·2016년 도입)’와 독일의 ‘복수주소제’를 들 수 있다. 일본의 관계인구는 우리나라의 ‘고향기부제’와 유사한 ‘고향납세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독일의 ‘복수주소제’는 거주지로 등록된 지역과 실제 생활공간이 다른 인구를 관리할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다. 주말부부나, 취학, 취업 등의 이유로 주거지를 떠나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행정 및 공공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이제 지방도시들은 ‘고향’이라는 ‘향수(과거)’ 대신 ‘새로운 일터(현재와 미래)’로 자리잡혀야 한다. 지방도시로 기업 이전이 어렵다면 일하는 사람들을 이전시키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워케이션’이다.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인 워케이션은 말 그대로 휴가지에서 원격으로 근무하는 업무방식을 뜻한다. 

근무지의 경계를 허무는 업무 형태가 늘어난 것은 지자체가 생활인구를 늘릴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자연환경과 다양한 관광지가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워케이션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워케이션’ 유치는 관광객에만 의존하는 생활인구 증대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할 수 있다. 숙박형 여행 수요를 지속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투자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덤이다. 

지역에서 축제의 중요성은 무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축제에만 매달려서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 ‘관계인구’ 확대의 한 방안으로 워케이션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적극 검토해야 하지만 지역 축제가 또 관계인구 확대와 전혀 무관하지만은 않기 때문에 기존 축제에 대한 성찰이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연례적으로 개최하는 지역 단위의 축제라고 여겨 안일하게 준비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 지자체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이런 부류다. 축제 규모나 장소, 시기가 익숙하다고 자만해 행사 준비를 조금이라도 소홀히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새만금 잼버리 대회 역시 규모는 다르지만, 준비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축제를 개최 중이거나 앞둔 지자체는 특히 이를 감안해 비상한 각오와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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