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5일부터 7월 18일까지 5번의 호우 ‘주의보’와 2번의 ‘경보’가 번갈아 발령되는 상황 속에서 남해 평균 808mm의 폭우가 쏟아졌고 이 중 삼동면 일대에 최고 938mm의 폭우가 쏟아졌다. 전례 없는 ‘극한호우’가 남해에 계속되면서 인명 피해와 대규모 손실은 없지만 토사유출, 침수 등 여러 피해 건수가 발생했다.

긴 장마가 끝나자 남해는 물론 전국이 매일 35도가 넘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고, 밭에서 일하던 우리 군의 고령자 2명, 광주에서 폐지를 수집하는 60대 여성이 숨지는 등 전국에서 27명이 온열질환으로 숨졌을 정도다. 8월 8일, 가을을 알리는 절기 ‘입추’인데도 폭염으로 저녁에는 잠을 제대로 청할 수 없고, 지긋지긋했던 7월의 장마 기간이 그리울 정도다. 

또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등 전 세계가 극한 폭염에 비상이고, 알프스 산봉우리 빙하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지구가 이상고온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무더위 관련 기록을 연일 고쳐쓰고 있는 중이다. 한겨울이어야 할 남미 아르헨티나에서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기온이 무려 30도를 오르내리는 등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의 날씨가 나타나고 있다.

땅만 뜨거운 게 아니다. 바다도 유달리 높은 수온을 보인다. 해수면의 평균 수온은 지난 4월 전례 없이 치솟은 뒤 예년보다 1도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해수면 온도 상승은 해양 생태계 교란은 물론 지구 전체의 기후 패턴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고 바다 양식장은 높은 수온이 계속되어도 괜찮은지 우려된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향후 수십 년 안에 인류가 종말을 맞는 세 가지 시나리오로 핵전쟁, 인공지능(AI) 발전, 지구 온난화인 기후변화를 꼽았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로 인한 폭염, 산불, 해수면 상승, 폭우 등으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늘어나고 있고, 지구의 온도는 빙하기에 비해 6도나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앞으로 2050년경 기후난민이 2억 명을 넘을 것이라고 우려할 정도다. 

2021년 여름, 미국 뉴욕타임스 1면 톱 제목이 ‘한 달째 불타는 시베리아의 눈물’이었다. 지표면 아래가 얼음덩어리인 툰드라 지역 시베리아의 산림 지역에서 초대형 산불이 나 전 세계를 긴장시켰다. 한 달 동안 서울 면적의 24배가 타 엄청난 먼지와 이산화탄소가 발생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얼마 전 세계기상기구(WMO)의 분석을 바탕으로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이제 지구 열대화 시대가 도래했다”며 “현재 기후변화는 공포스러운 상황이지만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세대가 기온 상승을 넘어 인류 생존이 힘들 정도의 극한 기후 시대에 들어섰다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도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은 진척이 없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통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이하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1.5도는 전 세계가 기후변화 위험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제시된 수치다. 그럼에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최근 발표한 6차 보고서에는 평균기온 상승 폭이 1.14도까지 올랐다. “5년 이내에 1.5도 이상 높아질 확률이 66%에 달한다”는 세계기상기구의 관측이 현실이 될까 두렵다. 기온이 4도 이상 오르면 아프리카, 호주, 미국 등이 사막화, 홍수로 인해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곳으로, 5도 오르면 곡식은 50% 감소하고 지구가 거주 불능 지역이 된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9위인 우리 한국도 기후위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탄소배출량의 90%를 차지하는 60개국 중 57위로 최하위권이었고, 2021년에도 59위였다. “한국 정부의 기후위기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국제환경단체의 비판을 들을 법하다. 기후위기는 인류 생존과 직결된 절체절명의 문제다. 유발 하라리의 충고와 “기후위기는 초강대국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고, 더 이상 변명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이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려선 안 된다”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호소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 

정부, 자치단체, 시민단체, 개인 모두 나서야 할 때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살아온 환경,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한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이 글을 읽고 기후위기에 공감한다면 이 시간부터 플라스틱·일회용 컵·쓰레기 줄이기, 에어컨 권장 온도 맞추기에 나서는 당신을 기대하며, 우리와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을 지키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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