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태 (읍 유림동)
양기태
(읍 유림동)

아주 먼 옛날 옛적에 어느 작은 산골 마을에 젊은 남녀가 결혼을 하여 살고 있었는데 너무도 가난하여 초근목피로 연명할 정도로 곤란한 삶을 살고 있었다. 너무도 힘이 드니까 남편이 객지에 나가 일을 열심히 하여 돈을 벌어오기로 상의했다. 한 2년 동안 일을 하여 돈을 벌어오기를 작정하고 그동안 어렵더라도 잘 참고 잘 견뎌 내자고 굳은 언약을 하고 남편은 일을 하러 떠났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약속한 2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고 4년이 지나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으니 걱정은 태산이고 초조하게 지나고 있는데 이웃 사람들이 아무래도 잘못된 것 같으니 딴 사람하고 재혼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들을 해서 조금 형편이 좋은 사람과 재혼을 해서 잘 먹고 잘 살아가게 됐다. 

본 남편은 나간 김에 돈 욕심이 생겨 좀 더 많이 벌어야겠다고 마음먹고 6년 정도 되어서 돈을 제법 많이 모아 반겨줄 마누라를 생각하고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부인은 이미 딴 사람하고 재혼을 하여 살고 있었다. 이에 본 남편은 내 마누라를 돌려 달라고 아우성을 치게 되었고 현 남편은 그동안 먹여 살리고 잘 살고 있으니 내 여자가 맞다고 서로 신경전을 벌이고 싸움질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 결국 고을 원님이 알게 되어 심판을 받게 되었다. 

고을 원님이 두 남자와 한 여인을 불러서 저 여자는 감옥에 가두고 두 남자는 집에 가서 잠을 자고 내일 이 시간에 이 장소에 다시 오라고 명을 내렸다. 밤이 지나고 하루 만에 다시 고을 원님 앞에 서게 되었는데 지난 밤중에 그 여인이 옥에서 숨을 거두어 죽고 말았으니 지금까지 같이 살아온 현 남편이 장례를 치르도록 하여라 하고 명하였다. 이에 현 남편이 하는 말이 “지금까지 저가 먹여 살렸으니 장례는 전 남편이 치르는게 맞다”고 주장을 하였다. 전 남편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주 슬퍼하고 “그동안 고생만 많이 시켰으니 제가 장례를 잘 치르도록 하겠습니다”하고 울먹이고 있으니 원님이 그 정성이 갸륵하다며 진짜 남편으로 인정하게 되고 칭찬도 받고 무척 즐거워하고 깨를 볶으며 알콩달콩 정답게 잘 살게 되었다. 

또 고을 원님은 현 남편에게 같이 살 때는 좋았고 죽었다고 하니 외면해 버리는 철면피 같은 사람, 인정도 의리도 없는 나쁜 사람이라고 많이 나무라고 앞으로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하시며 가벼운 벌을 내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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