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호 정 변호사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김 호 정 변호사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절벽이 심각한 국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은 교육이나 일자리 등의 이유로 젊은 층이 수도권이나 대도시로 대거 이탈하고 있어 소위 ‘지방공동화’ 또는 ‘지방소멸’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구의 양적 증대에 초점을 맞춘 출산율 대책과 함께 지방으로 인구를 유입할 수 있는 지역발전정책을 함께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연구원’은 인구감소 시대의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과 사회통합 구현을 위한 비전으로 ① 활력 있는 지역 ② 동등한 삶의 질 ③ 자립적인 지역 만들기 등을 정책 목표로 한 다음, 이를 실천하기 위한 전략으로 첫째, 전 생애에 걸쳐 건강하고 품격 있는 생활 실현, 둘째, 개성 있는 매력 공간 창출로 생활인구 확보와 유출 억제, 셋째, 지역자원 기반 생산·소득 및 일자리 확충, 넷째, 지역 간 교류·협력으로 상생과 공존의 문화 확산, 다섯째, 지역이 주도하는 분권 역량과 실증 기반 강화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2022.2.17. 보고서)

남해군도 인구유입을 위한 이주정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남해군이 다른 지역과 차별되는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차별화되는 매력이 있다면 인구가 이동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방향성). 다음으로는 지역의 매력과 경쟁력을 어떻게 확대 재생산하고 이를 기반으로 생산·소득 및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 그 실천과제를 분명히  하여야 합니다(실천성). 지역의 매력과 일자리 창출로 인구가 유입된다면 주거와 생활 인프라는 자연스럽게 구축될 것이고, 지역의 활력 증진과 함께 주민들의 삶의 질은 제고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남해군은 남해-여수 해저터널 개통에 따라 새로운 남해의 청사진으로 ‘인구 10만의 생태해양관광도시’를 제시하였습니다. (현재인구 41,579명 中 남성 20,190명, 여성 21,389명) 남해군이 갖는 천혜의 자연환경 등 매력을 살린 청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휴양(healing)과 관광만으로는 일자리 확보를 통한 정주 인구를 확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지역의 주도성과 역량이 강화된 정책이 반드시 함께 추진되어야 합니다. 또한 천혜의 자연환경과 함께 ‘역사·문화의 보물섬’이라는 점도 지역의 특색 또는 정체성 차원에서 남해군의 매력 또는 경쟁력이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강조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남해군의 청사진에 의하면 남해~여수 해저터널이 이어지는 설천·고현면 일대를 ‘미래성장권으로서 신산업발전축’으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광양만 국가산단과 연계한 산업지원지구’로 한다는 것인데, 다양한 지역발전의 기회를 모색한다는 점에서는 이해가 되지만, 혹시 산업과 휴양·관광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 다른 지역과의 차별되는 매력(관광휴양지)과 경쟁력을 잃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설천면과 고현면은 노량을 앞바다로 하고, 고현면 관음포에는 임진왜란 때 전사한 이순신 장군을 모시는 사당인 충렬사와 이락사가 있습니다. 또한 관음포 인근에 있는 백련암, 선원사, 정림사 등 유지는 고려 항몽기 때 제작한 팔만대장경의 조판지로 확인되어 현재 불교계에서 성역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설천·고현면 일대는 호국성지로서 역사·문화적 차원에서 훌륭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역사·문화 관광지역으로 보존·관리하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휴양과 관광만으로는 정주 인구를 확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남해군은 지역자원에 기반한 생산·소득 및 일자리 확충을 통해 취업·창업의 기반을 조성하는 데 노력하여야 합니다. 남해군이 ‘생태해양관광도시’를 표방하고 있으므로 생산·소득 및 일자리 창출의 지역자원은 농업·수산업 그리고 역사와 문화에 중점을 두는 것이 타당합니다.

남해군에는 마늘·시금치·고구마·한우·죽방멸치·유자 등과 같은 유명한 지역특산물이 있고, 지역특산물의 판매를 홍보하기 위한 각종 축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축제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역특산물의 생산·유통을 기업화하거나 소위 ‘로컬 푸드 생산·유통 마을’을 조성하는 방법 등으로 취업·창업을 할 수 있는 물적 기반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귀농·귀촌을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여야 합니다.

현재 남해군 내에는 ‘독일마을’, ‘미국마을’ 등이 있지만, 그런 형태보다는 ‘문화·예술인 마을’, ‘자동차·항공인 마을’과 같이 같은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교류하며 공동으로 창업하고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인구 유입과 정착을 유도하고 생활 및 관계인구를 확대하는데 더욱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남해군에는 청년인구의 유입과 정착을 유도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이미 마련되어 있습니다. 지역 활성화 또는 청년인구의 유입을 위한 수단으로 항상 거론되는 것이 대학의 지역 유치인데 남해군에는 도립 남해대학이 이미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남해대학에는 호텔관광학과·호텔조리제빵학과·항공운항과·항공정비학과·전기자동차학과·소프트웨어공학과·산업안전관리학과·원예조경학과 등 9개 학과가 있습니다. 외지 학생들의 학교 입학 및 재학으로 1단계 청년인구의 지방유입은 실현되었습니다.

남해대학에 설치된 학과들은 모두 취업과 관련된 전문기술분야의 학과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는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따라서 학교는 남해군의 지역 발전과 학생들의 취업과 진로보장을 연계한 교육을 실시하고 산학협력을 추진하는 방법으로 학생들의 남해 정착을 유도하여야 합니다. 또한 남해군과 지역 내 위치한 산업체·공공단체·연구기관 등도 학생들이 산학협력을 통해 취업·창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협조하여야 합니다.

학교에 ‘농업과학연구소’, ‘해양수산연구소’, ‘향토역사문화연구소’ 등을 설치하고 이들 연구소가 지역 내 관련 기관·단체 및 공동체들과 유기적 협력하고 활동함으로써 학생들과 지역주민들에게 취업·창업의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평생교육시스템을 도입하여 은퇴인구·지역주민·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재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자기실현과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게 하여 불필요한 인구 유출을 막아야 합니다.

학교에 베트남·인도네시아·라오스·캄보디아 등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고 이들이 남해군에 정착하여 취·창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으로 정주 인구의 확대를 시도해 볼 수도 있습니다. 현재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이민정책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감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현재 남해대학에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남해군이 적극적으로 나서 경상남도와 협의하여 해결하고, 남해대학을 지역 활성화와 일거리 창출을 통한 정주 인구 확대의 동력으로 활용한다면, 남해군이 목표하는 ‘인구 10만의 생태해양(+역사문화) 관광도시’는 성공적으로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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