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동 길 숭실대 명예교수
류 동 길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은 지난 6월 30일 서울의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지방소멸시대를 맞아 농어촌 현실을 분석하고 귀농·귀촌 이주 정책을 토론했다. 120여 명에 이르는 향우들과 전문가들이 토론에 참여하거나 토론과정을 지켜보며 많은 의견도 제시했다.

지방소멸 현실은 안타깝다. 남해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3년 우리나라 전체 228개 시·군·구 중 52%인 118곳이 소멸 위험지역이고 대부분이 지방이다. 대구와 울산 등 광역시의 인구감소도 심하다. 앞으로 부산의 인구도 감소할 것이 예상된다. 남해군 인구가 지난 5월 말 현재 4만 1298명으로 4만 명의 벽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처럼 보인다. 더욱이 고령인구 비율도 거의 40%에 이른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인 0.78이다. 인구는 감소추세인데 수도권은 과밀상태다. 지방인구를 흡수해서다.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있어 지방이 비어간다. 산업구조가 농업에서 제조업을 거쳐 지식서비스업으로 이행하고 있어서다. 지식서비스 산업의 대부분이 수도권에 있다. 이들 산업에 필요한 고급 인력이 수도권에 있고 또 인력이 수도권으로 몰려든다.

교육 문제도 지방소멸을 부추긴다. 과거 지방 어디서든 학교 공부 열심히 한 우수학생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공교육이 무너진 지금은 아니다. 학원이 몰려있는 수도권으로 학생이 몰린다. 교육문제가 수도권 과밀화의 한 요인이 돼 있는 게 현실이다.

사람이 수도권으로 몰려드니 수도권 집값이 뛸 수밖에 없다.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킨다며 아파트를 계속 건설,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을 부채질한다. 지방을 살리는 길을 찾아야 하는데 정치현실은 그런 먼 앞날을 내다보지 못한다. 세종시를 기업도시·교육도시로 만들었다면 수도권 과밀현상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충청권 표를 노린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은 행정의 효율성도 지방발전도 거두지 못한 졸책이었다.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했다. 직장과 학교, 또는 관광 등을 위해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도 포함하는 인구다. 기준은 하루 3시간 이상, 월 1회 이상으로 정해졌다. 정주인구뿐 아니라 생활인구도 고려 대상으로 해서 각종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이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일종의 고육책에 불과하다.

군 단위 지자체가 지방소멸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기는 어렵다. 지방에 인구 늘이기는 물론 교육과 의료, 일자리와 복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고 또한 한두 가지 대책으로 해결될 일도 아니다.

남해군은 귀농·귀촌에 힘을 쏟아야 하는 한편, 우선 가능한 사람이 많이 찾아오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섬은 어느 나라에서나 관광지가 된다. 관광에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혼재한다. 에어컨과 선풍기, 부채가 혼재하는 것이다. 남해를 찾는 사람들이 합리적인 음식값과 훈훈한 인심에 반할 수 있게 하는 방안부터 찾아보자. 남해를 명품 관광지로 만들려면 남해의 자연경관에 인심과 서비스 품질을 합친 ‘그 무엇’을 만들어내야 한다. 신발회사 사장은 자기 발에 맞는 신발이 아닌, 손님 발에 맞는 신발을 만든다. 명품 관광지로 만들려면 이 말을 음미하면 좋겠다.

남해군 당국은 인구감소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청년 정착·정주환경 개선 방안을 두고 많은 고민과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군민의 공감대 형성이 먼저다. 그래야 미래를 내다보고 한 걸음씩 나갈 수 있다. 남해를 살릴 길을 여러 각도로 연구해야 한다. 고민이 깊어지면 답은 나온다.

남해를 실버타운으로 건설할 수 있을까, 자연과 역사 문화 지역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 기업 유치 방안이 있을까, 천혜의 자연환경을 건강한 삶과 연관시키는 치유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 남해의 농수산물을 제조·가공·판매하는 개발팀을 만들 수 있을까. 이는 포럼에서 제기된 아이디어였다. 위대한 발전이나 발명은 때로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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