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남해군 상반기 인사가 있었다. 승진이나 평가 좋은 보직을 받은 직원들은 본인들의 기준으로 잘 된 인사라고 생각하고. 기회를 잃어버린 직원들은 내가 무엇 때문에 기회를 잃어 버렸는지 서운해 할 것이다. 승진, 누락, 보직 등 어떤 결정이든 인사권자가 그렇게 판단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왜 그런 결정이 있었는지 한번 정도 되돌아 보고 이제는 다음 기회를 보고 또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서운하다고 직장을 박차고 나갈 순 없고, 다음 인사 때 기회가 오고 안오고는 본인하기 나름이니까. 

그런데 간부들 입장에선 승진이나 보직 변경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은 앞으로 어떤 간부와 함께 근무해야 하는가에 대해 더 관심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직장에 다니는 누구나 첫 직장이나 새로운 보직을 담당하면 좋은 간부, 좋은 동료와 함께 일하는 그런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면서 출근한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해 방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극 중 정명석 변호사를 보며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과 행복감을 느끼고 저런 상사와 근무했으면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저런 간부, 어른과 함께 근무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직장을 다니는 직원 모두의 공통적인 희망 사항이다. 정 변호사를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정 변호사가 우영우의 성장을 돕는 이상적인 직장 상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우영우를 대하는 정 변호사의 모습을 보면, ‘좋은 선배·간부·어른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보인다.

정 변호사는 우영우에게 처음부터 마음을 연 것이 아니고 오히려, 자신의 팀에 합류했을 때 장애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로펌 대표를 찾아가 반대하면서 “장애자가 어떻게 사건을 맡을 수가 있느냐”며 편견을 드러냈다. 

하지만 우영우에게 사건을 맡기고 우영우가 형사 사건에서 형법만이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민법에 의한 숨은 쟁점을 찾아내자, 체면을 중시하는 상사지만 편견에 사로잡혔음을 인정하고 사과한다. “이런 건 내가 먼저 봤어야 하는데 내 생각이 짧았네” “잘했다”라는 칭찬도 함께 한 것이다. 

직장에서 상사이지만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먼저 손을 내밀어 사과할 줄 아는 모습에 직장을 다니는 모두가 공감하는 것은, 현실에서 이런 상사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잘못됐을 때도 그 책임을 팀원들에게 떠넘기지 않고, 어리고 경험 없다고 함부로 대하지 않는 매너와 배려가 몸에 배어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직원들간의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점도 이상적 직장 상사의 모습으로 다가온 것이다. 

사실 관선 시절과는 달리 민선 이후 공직자 모두는 갑이 아닌 을이 되면서 업무추진이 힘든게 사실이다. 모든 민원인들에게 친절해야 하고, 조그마한 다툼에도 양보를 해야 한다. 또 민간인들 입장에서 일상에서 평범하게 겪는 아주 작은 일이라도 공직자라는 이유로 구설에 오르는 것을 경계해야 하고 이 눈치 저 눈치 주의해야 하는 일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군민에 대한 봉사자라는 공직자의 자세가 단순히 선언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뜻인 것 같다. 

이번 주부터 새로운 보직, 새로운 환경에서 근무하게 되는 직원들이 ‘좋은 간부’ ‘좋은 어른’의 표본인 간부와 함께 군정정책 추진에 열정과 즐거움이 함께 했으면 한다. 

7월이다. 장충남 2기 군정이 시작된 게 어제 같은데 벌써 한 해가 지나갔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제 겨우 4분의 1이 지나갔을 수도 있다. 이렇듯 시간은 이중적이고 상대적이다. 어떤 정책목표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고 그런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에겐 시간은 화살처럼 몹시 빠르지만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할 때는 굼벵이보다 느리다. 천금을 주고도 단 1초를 살 수 없지만, 무의미하게 흘려버리는 것도 시간이다. 공직자들이 하는 일에 열정과 즐거움이 있었으면 하고 군민들은 기대한다. 왜냐하면 우리 군의 미래가 공직자 그들에게 달려있다는 걸 군민들이 잘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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