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정물이기에

의자는 일어설 때가 가장 가볍고

앉을 때가 가장 무섭다

서 있는 가로수를 앉힐 수는 없지만

나무에 새들이 날아와 앉을 때

나무의 그림자는

한 번씩 의자에 앉았다 간다

의자는 늘 등의 자세를 생각한다

의자에서 일어선 계절들은 늙어가고

길도 서서히 발목이 저려온다 

(김수형 ‘3인칭 의자’)

의자는 그림자를 앉히기도, 바람을 앉히기도 한다. 그렇게 모든 계절을 견디며 세상을 지켜본다. 의자의 일이다.

남해읍 중심지역에 의자와 같은 작은 공원이 있다면, 상상만 해도 즐겁고 행복한 마음이다. 작은 공원의 벤치에서 누구를 기다리기도 하고, 오고 가는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는 작은공원이 있다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될 것이다. 

뉴욕시 센트럴파크의 설계자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는 ‘센트럴파크 설명문’에서 “공원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 젊은이와 노인, 모든 계층에게 최적의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의 시가지에는 다양한 규모의 공원이 공급되어 있는 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다. “모든 뉴욕시민이 공원에서 도보로 10분 이내 거리에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도시답게 곳곳에 소공원이 있다고 한다. 뉴욕시는 도시공원의 조성과 접근성을 ‘복지’의 하나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벌써부터 폭염주의를 알리는 뉴스가 자주 올라온다. 아침 7시가 넘으면 더워지기 시작해서 야외에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이 여름이 가장 힘들고 싫어하는 계절이 될 것이다. 오후가 되면 날씨가 더운 정도가 아니라 뜨거워지게 되는데 그럴 때면 마땅히 갈 만한 곳이 없는 사람들은 비용을 주고 카페나 식당 등을 찾을 수밖에 없다. 

올여름이 사상 최고의 폭염이라는 기사는 이제 새롭지 않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땡볕에서 활동하던 사람이 나무높이가 10m 정도인 숲 그늘에서 약 15분간 있을 경우 정상 체온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도시 숲이 1㎡ 증가할 경우 선풍기 5대를 운영하는 것과 맞먹는 시원한 효과가 있다고 하니, 내 집과 도시를 식히기 위해서는 산과 강을 연결한 도시의 숲 조성이 제일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폭염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집에 있는 에어콘으로 나만 시원하게 더위를 이겨내면 될 일이 아니고 이제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지구를 식히는 차원으로 확대돼야 한다. 읍 중심지역에 작은 공원이라도 있고 그곳에 작은 벤치라도 몇 개 설치되어 있다면, 잠시나마 폭염을 피하기도 하고, 사람들과 만나고 세상 얘기도 할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학교가 아니면 그런 공간이 거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시장입구 도시재생 관련시설이 들어가는 그곳에 작은 공간이라도 남아 있었으면 했는데, 지난주 그곳의 현장을 보고 솔직히 엄청난 규모의 철 구조물로 인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많은 보상금을 주고 매입한 혐오시설인 옛 여의도 등의 부지매입은 잘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당초 상당히 넓은 부지였던 그 지역은, 공사가 진행되면서 현재는 벤치 1개도 제대로 설치할 수 있는 빈 공간이 거의 없을 것 같은 공상영화에나 봤을 만한 거대한 철 구조물의 건축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엄청난 규모의 시설물이 군민들에게 문화, 복지 등 어떤 형태로 다가올지 알 수 없지만, 특정인들이나 특정 단체 등에서 주로 이용하는 시설물보다 빈 곳의 공간에 작은 의자라도 놓아두면 군민 누구나가 부담없이 찾아가고 더 많은 군민이 이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새로운 시설물을 계속해서 만들지만 이용률이 떨어져 매년 많은 운영비가 투입되고 애물단지가 되어가는 각종 시설물들을 보면서, 다음 세대를 위해 거대한 철 구조물의 건물보다 차라리 빈 공간을 그대로 남겨두는 지혜가 더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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