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 성​​​​​​​남해고등학교 3학년 영어교사
정 대 성​​​​​​​
​​​​​​​남해고등학교 3학년 영어교사

얼마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공정성을 강조하며 킬러문항에 관한 논쟁이 크게 일어났다. 지나치게 과열된 입시경쟁과 함께 대도시와 시골의 학력 격차는 더욱더 커지고 있다. 진정한 교육적 가치가 단순한 입시에 언제까지 국한되어야 할 것인지 안타까움이 든다. 2021년 12월에 협약을 맺고 멀리 유럽의 발트 3국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의 히우마김나지움 학교와 국제교류를 진행 중인 남해고등학교는 학생들에게 문화 다양성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배우는 참된 교육적 가치를 실현 중이다. 현재 경상남도 내에서 유럽과 국제교류를 하는 학교는 단 두 곳이며 직접 방문 교류의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2023년 올해 1월 히우마 김나지움 학생 12명, 교사 4명이 남해를 방문하여, 금산보리암, 전주한옥마을, 합천해인사 등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홈스테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갔다. 오가는 길이 무려 24시간 만 하루의 여정인지라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8박 9일간 소중한 시간은 양국 학생들에게 잊지 못할 시간이 되었다. 오는 길도 힘들었지만 가는 길도 똑같이 머나먼 여정이기에 방문이 계획되어 있었지만 준비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5월 28일부터 6월 5일까지 8박 9일간 남해고등학교 학생 14명 교사 4명이 에스토니아로 먼 여정을 떠났다가 돌아왔다. 여독이 풀리지 않았지만, 에스토니아에서 첫날은 합살루라는 지역을 탐방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합살루 지역은 과거에 중세 여러 종교의 집결지였던 곳으로 지금은 유럽 사람들의 휴양지로 주목을 받는 곳이다. 이후 페리를 타고 히우마섬에 도착하였다. 도착하자마자 열린 멋진 환영 세레모니는 두 학교의 우정을 확인하는 아름다운 향연이었다. 멋진 춤과 노래 속에서 몇 개월 전에 보았던 친구들을 확인하며 기쁨과 환희를 감출 수 없었다. 24시간을 달리고 날아서 왔지만 모든 피로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히우마김나지움의 전 교직원과 학생들이 기쁘게 반겨주었으며 대륙을 넘나드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얼굴색은 다르지만 따뜻한 정을 첫날부터 느낄 수 있었던 행복한 순간이었다.  

둘째 날은 온라인 교류 때 사진으로 보았던 히우마김나지움 건물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현대식으로 갖추어진 작지만 아름다운 히우마 김나지움 교정에서 음악, 미술, 체육, 무용 등 다양한 수업에 함께 참여하고 교류를 진행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입시를 위해 경쟁하는 과목들 대신에 예체능을 중요시하는 교육문화와 함께 섬세하고 실용적인 수업 분위기에서 학생들끼리 협업하여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모습은 경이로울 정도로 대단했다. 무용 시간에는 수업에 화답하는 의미로 연습해 간 태권무를 선보여 한국의 전통문화를 세계로 전파하였다.   

셋째 날은 히우마섬 북서부지역을 탐방하는 투어가 진행되었다. 에스토니아에서 가장 높고 아름답다는 42미터가 넘는 타쿠나(Tahkuna)등대를 방문하고 소련군이 실제로 거주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전쟁기념관을 방문했다. 또한 지상에 있는 코푸(Kopu)등대를 방문하여 지역의 역사와 지리적인 특성과 함께 에스토니아를 침략했던 여러 나라에 대해 배우며 우리나라의 식민지 역사와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등대 투어 이후에는 유럽식 캠핑문화를 체험하며 직접 요리하고 교류를 나누었다. 투어의 전 일정은 히우마 학교의 영어선생님께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학생들은 아마도 학교의 정규교육과정에서 들은 모든 영어듣기보다 훨씬 더 많이 듣고 배웠을 것이다.  

넷째 날은 아름다운 히우마섬의 생태체험활동이 진행되었다. 히우마섬의 남부지역을 돌아보며 습지와 다양한 생물종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다양한 이야기와 신화 속의 에스토니아 역사와 종교에 관하여 듣고 배우며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후에 히우마섬 박물관을 견학하고 기록과 체험으로 지리적, 문화적 특징들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옛날 수공예 방식으로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방직공장에서는 실제 양털을 활용하여 다양한 옷감을 만들어내는 기계의 구조와 원리를 알 수 있었다. 처음에 환영회가 열렸던 수레모이사 저택에서 맛있는 유럽식 런치와 함께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중세 시대 유럽 사회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었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공통으로 느낀 점은 옛것을 간직하며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에스토니아인들의 문화였다. 

다섯째 날은 히우마섬에서 에스토니아의 수도인 탈린으로 이동하였다. 백야로 인해 오후 10시 30분에 해가 지는 히우마섬에서의 짧았지만 행복한 기억을 간직한 체 페리호를 타고 다시 뭍으로 왔다. 수도인 탈린으로 이동하기 전 에스토니아 출신의 유명한 작곡가인 아르보 기념관 견학을 시행하였다. 아르보의 다양한 작품활동과 생애 외에도 구소련부터 에스토니아의 독립에 관한 이야기까지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이후 특히 모두가 기대했던 수도 탈린으로 향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탈린의 구시가지는 정말 아름다웠고 중세와 현대가 살아있는 멋진 콜라보를 감상할 수 있었다. 운좋게 시기에 맞추어 탈린 구시가지에서 진행된 음악과 음식 축제에 참여할 수 있었고 유럽인들과 함께 즐기는 모습 속에 문화 다양성을 다시금 배울 수 있었다.

여섯째 날은 우리나라의 시티투어와 같은 Hop on Hop off 버스를 타고 탈린의 이모저모를 알아볼 수 있었다. 영어로 된 해설을 들으며 탈린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랜드마크 중 한 곳인 티비타워에 올라가 넓게 펼쳐진 탈린을 전체적으로 돌아보며 세계를 향한 비전과 마인드를 품을 수 있었다. 마지막 오후에는 자유시간으로 탈린전통시장, 구시가지 등 이곳저곳을 조별로 탐방하며 마지막 우정을 함께 나누었다. 학생들은 영어로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가운데 영어를 사용하는 자신감과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가기 전 일곱째 날이 되니 학생들은 아쉬움에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탈린구시가지를 마지막으로 함께 걸으며 아쉬움을 달래고 우정을 함께 나누었다. 공항까지 나와 마지막 눈물을 삼키며 작별하는 에스토니아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언젠가 다시 또 볼 날을 기약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총괄 인솔 책임을 맡았던 박영남 교장선생님께서는 “학업도 중요하지만 세계를 보는 눈을 열어줄 수 있는 교육활동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하며 교육적 가치에 집중하며 앞으로도 어려운 여건이지만 남해고등학교는 국제교류활동을 이어 나가며 국제적인 리더로서 교육적 가치를 실현할 것을 공표했다.

에스토니아 히우마 김나지움을 가기 위해선 남해-인천국제공항-핀란드 헬싱키-에스토니아 탈린-페리호-히우마섬의 코스로 무려 약 24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시간과 국경을 뛰어넘은 두 학교 간의 우정과 교육적 가치는 다 말하기 어렵다. 9월부터 신학기가 시작되는 히우마김나지움과의 교류는 온라인으로 계속 진행되며 학생들의 영어능력신장과 더불어 문화 다양성과 함께 국제적인 마인드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To the World, To the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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