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축제의 사전적 의미는 축(祝)이 동반된 큰 제사(祭)를 의미한다. 그리고 서양에서 페스티발(Festival)은 성일을 의미하는 라틴어 Festivals에서 유래되었으며, 카니발(Carnival)도 사육제(謝肉祭)라 하여 사순절이 시작되기 직전에 3~7일 동안 술과 고기를 먹고 가장행렬을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어원에서 볼 수 있듯이 축제는 그 뿌리가 종교 의례이며 종교축제라 볼 수 있다. 

고대사회에서 축제의 기원을 찾아보면 절기별로 변하는 자연이나 농경과 추수를 기념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굳이 축(祝)이나 제(祭)와 관련이 없더라도 지역의 큰 행사를 축제라 부른다. 

카니발과 페스티발은 기독교적 종교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유럽인들은 금욕이라는 기독교적인 금기와 인간의 삶에서 즐길 수 있는 욕구를 적절히 잘 섞어 그들만의 축제를 만들었으며, 지금은 세계인들이 즐기는 축제로 성장하였다. 

1900년대 초반 600여 개였던 축제가 2014년에는 1만 5천개 이상으로 늘었다. 2006년 동국대 예술대학장, 남해탈공연예술촌장을 지낸 故김흥우 촌장님이 집필한「한국의 지역축제」에 보면 풍어제, 대동굿, 당제, 용왕제 등 우리의 민속신앙을 기반으로 한 축제가 많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세계화가 가속되면서 다양한 문화예술축제가 자리잡게 되었으며, 어느 지역을 가든지 대동소이한 축제로 지역의 특수성이 희석되어 가고 있다. 

남해에는 남해무형문화재 남해선구줄긋기(南海仙區줄긋기)가 있다. 선구마을에서 해마다 음력 정월 대보름날에 아랫마을을 남편으로, 윗마을을 북편으로 나누어 시작되는 줄긋기는 세시풍속이며 우리 지역의 민속놀이이다. 정월대보름이 되기 며칠 전부터 각 집에서 고를 만들 짚을 모으고 어린이들은 이웃집에서 짚을 훔쳐오기도 한다. 반농 반어촌인 선구마을에 한 해 동안 풍농과 풍어를 빌며 해난사고의 방지, 마을의 번영을 기원하기 위해 당산제를 지낸다. 

지역민이 대동단결하며 느끼는 일치감은 지역민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우리의 전통문화이지만 일제강점기 민족문화말살정치에 의해 선구줄긋기 및 우리의 많은 전통문화가 역사 곳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나, 남해군은 선구 줄긋기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복원을 위해 힘쓰고 있다.  

우리의 정신을 무참히 짓밟기 위해 무속신앙과 전통문화를 말살하려고 했던 일본은 그들이 정신문화의 지주인 신사에 제사를 지내는 의식으로 가장 일본스러운 축제인 마츠리 축제를 만들었다. 마츠리는 신사나 절을 주체 혹은 무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의식에서는 풍작, 풍어, 사업번창, 무사고, 무병장수, 가내안전 등을 빈다. 또는 이것들의 성취를 감사하며 지내는 것도 있고, 다섯 가지 명절 등 연중행사가 발전되기를 기원하기 위한 것이나 위인을 기리기 위해서 행하는 것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런 목적에 따라서 개최 시기나 행사의 내용이 아주 다양하고 같은 목적, 같은 신에 대한 마츠리더라도 취향이나 전통에 따라, 지방이나 지역에 따라 크게 차이 나는 경우도 많다.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혈안이었던 일본은 지금도 매월 28일 소규모 마츠리를 지역마다 개최하고 있으며, 이날은 일본의 전통의상과 전통 먹거리 등 그들의 문화를 계승하고 있다.

필자는 지역의 전통문화를 지키고 계승해나가는 남해문화재 야행을 통해 남해읍 사거리에서 둥근 보름달을 띄우고 봉황이 불새가 되어 남해읍을 감싸듯 날아오르고, 남해의 젊은 청년들이 선구줄긋기를 재현하는 역동성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남해의 주도로에 망운산 정기를 받은 남해읍 봉황산의 봉황과 남해바다의 용왕이 남해군민들과 관광객이 하나가 되어 남해의 터주신과 대동단결하여 역동적인 남해인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마츠리의 기모노 복장이나, 베네치아 카니발의 화려한 중세유럽의 의상보다 아름다운 우리나라 전통 한복을 입고 축제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축제의 주인공이 되어 우리의 것을 즐기는 상상을 해본다. 우리 모두가 사라져가는 우리의 것을 즐기며 계승해 나가면 일본의 마츠리 행사나 베네치아 카니발보다 더 경쟁력 있는 축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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