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을 기다려야 입원할 수 있는 군립 남해노인병원에 어머님의 노후를 맡기고 면회를 갔다 온 선배가 입원 전 보행에 지장이 없이 정정하시던 분이 휠체어 없이는 거동할 수 없는 상태를 보고 많은 걱정을 하시면서 한동안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얘기하는 내내 걱정하고 후회하면서 그곳에 모실 수밖에 없는 현실에 좌절하는 것 같았다.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차이를 보면, 의사와 간호사가 상주하여 환자를 돌보는 곳이 요양병원이고, 요양원은 돌봄의 성격이 강하며 나머지는 비슷하게 관리한다는 것이다. 2019년 5월 14일 보도된 내용인데 한겨레신문 권지담 기자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한 달 동안 경기 부천 요양원에 근무하면서 요약한 체험르포는 우리 군 노인병원이나 요양원과는 전혀 관계없다는 점을 먼저 알리면서, 부모님을 병원이나 요양원에 모실 때 참고했으면 한다. 

요양원 일과

요양원의 하루는 여름 겨울 계절과 관계없이 ‘아침 6시 기상 및 세수, 7시 20분 아침 식사, 오전 9시 기저귀 케어, 9시 30분(일주일 1회) 목욕, 낮 12시 점심 식사, 오후 2시 20분 기저귀 케어, 3시 간식, 5시 10분 저녁 식사, 6시 소등, 저녁 7시 30분 기저귀 교체, 밤 11시 20분 기저귀 교체.’ 요양원의 하루는 1분도 흐트러짐 없다. 

치매 노인이 온몸에 대변을 발라도 일주일에 한 번 정해진 요일에만 목욕이 가능하다. 요양보호사 2명이 18명을 일으켜 세워 앉히고 앞치마를 두르고 틀니를 끼워주는 등 식사 준비부터 식사 수발 등 식사를 끝내야 한다. 투약, 양치질, 양치 컵 씻기, 앞치마 빨래, 오전 중 나온 빨래 널기까지 80분 안에 마쳐야 한다. 

날이 갈수록 ‘어떻게 잘 돌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다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요양’은 사라지고 효율만 남았다. 식사 10분 전, 똑같은 앞치마를 둘러매고 반쯤 올린 침대에 앉아 초점 없는 눈으로 밥을 기다리는 노인들의 모습은 소름 끼칠 만큼 일률적이었고 환자 영양식을 먹는 노인들의 대변은 양·색깔·묽기, 색깔마저 정확히 일치했다. ‘많은 노인들을 집단적으로 가두거나 모아 넣는 곳.’ 기자가 한 달 동안 지켜본 요양원은 사실상 죽어야만 ‘퇴소’할 수 있는 수용소였다. 

용변조차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곳

변기에 앉아 시원하게 대변을 본다는 건 기저귀를 찬 노인들에게는 소원이자 꿈같은 일이었다. 변비 탓에 노인들 대부분이 최소 3일 동안 같은 기저귀를 차고, 오래 교체되지 않다 보니 노인들은 꼬리뼈에 욕창을 달고 살았다.

요양원을 택한 이유

몇 명을 제외하고 요양원 입소는 자발적이 아니고 갑작스러운 사고로 거동이 불편해졌거나, 치매가 심해져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노인들이 가족의 손에 이끌려 요양원에 온 것이다. 사연은 달랐지만, 들어오는 순간 바깥 세계와 단절되는 건 모두가 같았다. 찾아오는 이도 없고 노인 27명 가운데 1~2명만이 일주일에 1~2번 찾아오는 가족을 만날 수 있었고 나머지 노인들은 명절에만 겨우 가족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외롭고 고통스러운 병 ‘치매’

요양원 입소자의 90%는 치매다. ‘석양증후군’ ‘일몰증후군’ 치매 환자들의 폭력성은 일몰이 다가올수록 심해진다고 했다. 

치매가 심할수록 가족의 방문은 줄고 그렇게 자신을 죽이고, 주변 사람들까지 병들게 했다.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식사를 거부하는 것이다.

“차라리 제정신이 아닌 게 낫지”

요양보호사들은 정신이 온전할수록 수치심이 클 수밖에 없어 버티기 힘든 곳이 요양원이라고 입을 모은다. 

평균 나이 87세. 70대부터 100대까지 나이와 상태는 달랐지만,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에선 모두가 같았다. 기자가 요양사로 일한 한 달 동안 2명의 노인이 죽음으로써 요양원을 퇴소했다. 가족과 함께 살게 됐다거나, 건강이 나아졌거나 등 다른 이유로 요양원을 벗어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가족들은 전문적인 돌봄을 받으면서 생활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노인들을 요양원으로 보낸다. “장수 기원이 ‘덕담’이 아닌 ‘욕’이 되는 요양원, 효도가 아니야. 말도 못 하고 누워 있는 어르신들 영양제 맞히고 수면제 먹이고, 살려고 오는 곳이야? 죽으려고 오는 곳이지.” 요양보호사들은 요양원을 ‘고려장’이라고 불렀다. 

한겨레 권 기자의 르포 기사를 읽고 요약하면서 가기 싫고 집에 있고 싶다고 하는 어머님을 돌보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맡겨야 하는 선배의 안타까운 심정, 걱정하는 선배 마음을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언젠가 우리 모두에게 다가올 미래라고 생각하니 걱정되고 한편으론 선배의 애타는 마음에 더 공감이 간다. 소중한 가족과 편안한 집을 놔두고 노인병원과 요양원에 보내야 하는 가족들의 안타까움, 치매, 거동 불능 어르신들을 가족 대신 돌봐야 하는 노인병원과 요양원 근무자들의 어려움, 가족과 근무자들의 이해관계가 묘하게 교차하는 느낌이다. 보건소를 포함한 담당부서 공직자 여러분의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과 더불어, 근무하는 관계자 여러분, 가족을 대신해서 요청합니다. 걱정하는 선배 어머님을 포함 어르신 모두 잘 모셔 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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