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상반기 남해군 인사가 곧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5월부터 국장, 과장, 면장 몇 명이 퇴임을 한다고 해서 상반기 인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내 직원들은 누가 고참이고 빠르고 하는 얘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사는 누가 어떻게 하는가. 원조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은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강조했다. 인사는 기술이 아니고, 정형이 없고, 즉흥적으로 하는 일도 아닌 ‘철학’이라는 것이다. 가슴이 따뜻할 때, 따뜻하고 보편적 애정을 바탕으로 감성이 아니라 이성으로 밤새 숙고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인사는 친밀도가 아닌 통찰로, 통찰을 기초로 냉철하게 집행하는 것이고, 리더십은 포용과 통찰이 기본이고, 리더의 필수과목이 인사고, 인사는 가슴 따뜻한 리더가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인사는 어떻게 하는가. ‘능력’을 중시하여 현명하고 유능한 사람을 기용하는 용인(用人)이라 한다. 용인의 고전적 사례는 중국의 요순시대에 있었다. 요임금은 장남이 있었음에도 순(舜)에게 양위했다고 한다. 그 순 또한 아들 대신에 신하들이 추천한 우(禹)에게 물려주었다는 것이다.

생활밀착형 행정가이자 선출직 정치인이라 할 수 있는 군수는 군민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어떻게 보면 국회의원이나 다른 정치가들 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수 혼자 남해군정 전체를 할 수 없는 것이고 직원과 함께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군수의 일하는 방식과 인사방침이 직원들에게 확산되고 그 직원들에 의해 군민의 삶의 질이 좌우되는 것이라서 인사가 중요한 핵심인 것이다.

학창시절 성적 좋은 친구들과는 공부머리로는 시비를 걸기 어렵다. 그러나 그 보직에 임명하고 정책을 추진해 보면 공부머리와 일머리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험성적, 업무 능력보다는 사람 좋다는 주위의 평판만으로 정책이 잘 추진된다면 그런 직원을 승진과 주요보직에 써야겠지만, 정책 추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남해읍의 일방통행, 쓰레기 매립장 위치결정과 같이 꼭 해야 할 정책수행에 있어 많은 갈등과 난제가 언제나 존재하고 있다. 서로 다른 색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 협의와 합의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능력과 추진력, 그 과정을 통해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다. 공부 잘하는 사람이 일을 못한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고 공부머리보다는 일 추진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걸 강조한 것이므로 오해는 없길 바란다. 

제주특별자치도도 성과 창출 발탁 승진과 승진 부적합자에 대한 불이익 등을 포함한 ‘인사혁신 추진 계획’을 발표 추진하고 있다. 4·5급인 경우 승진 심사 시 20% 범위 내 발탁승진과 6급 이하 성과 우수자는 특별 승진 및 특별성과상여금을 현재 180%에서 250%까지 상향해 보상하고, 반면에 승진 부적합자에 대해서도 최대 1.5점까지 감점하는 불이익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삼성전자가 파격적인 연공서열 파괴를 기반으로 한 ‘미래지향 인사제도’를 발표해 충격을 줬다. 연공서열이나 나이와 상관없이 성과만으로 경영진을 임명하는 30대 임원과 40대 최고경영자(CEO)의 탄생이 가능하게 됐다. 응용소재화학기업인 KCC도 직급 개편과 성과주의 신 인사제도를 도입 했는데 기존의 직급체계를 없애고 사원·대리는 ‘프로’로, 과장·차장·부장은 ‘책임’으로 묶는 연공서열 보다는 성과·능력 위주의 조직운영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윤이 최고의 선인 기업과 행정조직이 다르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직의 목표인 성과를 나타내는 목적은 동일한 것이다. 

오랜기간 행정조직의 관행으로 이어져 온 연공서열을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옛날 관행으로 계속해서 조직을 운영한다는 것은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 앞으로는 세계와 이웃 자치단체와 치열하게 경쟁해서 이겨야 하는 절박함을 갖고 이제는 능력과 성과위주의 인사를 해야 할 때이다. 

친자(親者) 찾기는 쉬워도 현자(賢者) 찾기는 어렵다. 쉽게 갈 것인가 옳게 갈 것인가, 인사에는 더 큰 따뜻한 가슴과 통찰이 필요하다. 따뜻한 가슴과 냉철한 마음으로 기획, 행정, 재무 등 지원부서보다 정책 추진부서, 사업부서, 소리없이 음지에서 군민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는 공직자가 우대되는 성과 위주의 인사가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