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과 6월 사이로 펼쳐지는 농촌의 신록은 마늘 농사와 모심기로 이어지는 분주함 속에서도 그 자태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때마침 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일 때에 맞춰 자라는 신록의 색채로 대변되는 연녹색 청정함이 이를 증명합니다. 

이때쯤이면 농가마다 마늘 쫑 뽑고 마늘 수확하여 말리고 망에 담고, 이어 논에 물을 대고 모심기를 준비하는 노정으로 매우 바쁜 시기입니다. 이러한 과정들이 해마다 이루어지는 농촌의 일상이지만, 모든 것이 마음 짓기에 따라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필자는 이를 또 하나의 시선인 신화(神話)의 측면으로 바라봅니다. 그것은 인간사 모든 것이 마음으로 짓고 마음으로 옮기는 노정 속에서 가고 돌아옴이 분명한 것이 신화의 특징이기 때문입니다. 

이 신화라는 단어를 서두에 옮기다 보니 생각나는 책 한 권이 있습니다. 필자가 오래전에 몇 번씩 탐독한 바 있는 파울로 코엘료가 지은 ‘연금술사’입니다. 전 세계 120여 개국에 번역 소개된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신의 꿈 즉 신화를 꿈꾸고 있는 모든 이에게 축복과 환희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작가는 양치기 소년 산티아고를 통하여 “자신의 보물을 찾아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과정 그게 연금술이지” “무언가에 대하여 마음을 다하여 원하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것이네.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땅에서 해야 할 임무”라고 일러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안에 있는 보물을 찾아 길을 걸어야 하며, 그것이 살아생전에 해야 할 임무라고 주창하는 그의 글에서 오늘의 우리 역시 이러한 신화를 찾아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신화란 궁극적으로 자기 속에서 참다운 자신을 만나는 일이라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가슴이 뭉클해지기까지 합니다. 즉 밖에서 밖이 아니라, 안쪽에서 그 안쪽에 있는 자신을 만나는 것으로부터 신화의 노정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사람의 근본이라 할 성품이 나의 안 깊숙한 곳에 무형으로 뚜렷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무형으로 존재하는 것이 사실 형체는 없지만, 실체가 있는 듯하니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합니다. 이를테면 생각은 우리의 두뇌 속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듯한데,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으며, 그것이 어떤 모양을 띠고 있으며, 색깔은 어떻고 부피나 무게는 어느 정도인지 식별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러한 무형의 실체를 만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람이 할 수 있는 신화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극적인 신화가 아닐까 여겨보기도 합니다. 이러한 여정을 참고로 하면서 청년 산티아고가 찾아 나선 또 하나의 경험은 삶은 의외의 것, 작고 사소한 일상에서 얼마든지 신화적 요소가 잠재되어 있다는 점을 일러주고 있습니다. 

작가의 의중이 반영된 아주 가까운 일상에 필자의 시선이 닿은 오늘, 마늘 작업과 모심기 속에서도 신화를 창조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다시 한번 직감하게 됩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일상의 삶 속에서 이루게 될 신화에 대해 살아가면서 만나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통하여 보고 듣는 것이나 느끼는 과정에 신화의 요소가 깃들어 있지 않은 것이 없으며, 우리는 이를 가슴에 담아낼 힘을 길러야 한다고 일갈하고 있습니다. 즉 내 마음이 시끄러우면 시끄러운 곳 너머에 있을 고요로서 신화를 담아내야 하며, 분노와 격정에 휩싸이는 감정 속에서는 감정의 파고 너머에 있을 안정된 신화로서 마음을 달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감성이 담긴 신화의 모체에서 오늘에 대한 의미를 특히 강조한 것은 과거 경험의 실상보다 오늘의 실체적 진실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저장된 과거의 경험은 실체가 없는 가상의 짐작일 뿐인데도 그런데 우리는 이미 익숙해진 과거의 경험을 정석으로 여겨버리는 우를 범하게 됨으로써 자칫 신화 창조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통하여 삶은 하나같이 모든 생명의 신화 활동이며, 이 신화 활동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지류를 형성하고 있다는 마음의 원리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맞이하는 마늘과 모심기의 일상이 더 귀하게 느껴지는 오늘은 신화 창조의 처음이자 시작의 날이라는 점에서 그 숭고함을 가름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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