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수 ​​​​​​​​​​​​​​보물섬남해포럼 대표
공명수 ​​​​​​​​​​​​​​보물섬남해포럼 대표

남해신문이 올해로 창간 33주년을 맞이한다. 그동안 전국의 지역신문들은 특별한 목적과 지향점을 갖고 우후죽순처럼 창간되었다가도 일정한 부수가 꾸준히 발행되지 못하면 폐간되는 경우들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1990년 5월에 처음 선보인 이후 지난 33년 동안 남해신문은 남해군의 대표적인 주간신문으로서 지속적으로 독자층을 넓혀 가면서 지역민들로부터 따뜻한 사랑을 받아 왔다. 

33년의 역사는 결코 짧다고 말할 수 없다. 강산이 바뀌어도 세 번 이상 바뀔 수 있는 긴 세월이다. 지금까지 무수한 지역신문의 쇠락 속에서도 남해신문이 그 영향력을 잃지 않고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신문이라는 매체가 추구해야 할 숭고한 가치를 철저히 지켜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실 중심의 심층보도에 입각한 정론직필에 충실하면서도 건전한 비판과 유익한 정보 제공의 본분을 다해온 남해신문 임직원 여러분의 열정과 노력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신문의 역사를 살펴보면, 매체의 미래가 예견된다. 오늘날 언론자유의 메카로 인정받는 영국에서 17세기에 신문의 발간이 처음 시작되었다. 영국인들에게 있어 신문이 없어서는 안 될 삶의 일부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오로지 신문의 사명에 초지일관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신문들은 주류 신문이나 지역신문은 말할 것도 없이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하면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사회정의의 잣대이자 소금의 역할에 투철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그 어떤 난관 속에서도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기에 전 세계인들로부터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 

남해신문에서도 창간할 당시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의 흔적들이 지면 곳곳에 묻어나고 있다. 사실 신문이 사실을 정확하고 공정하게 보도하는 것 못지않게 사회의 구석진 곳곳에 소외된 목소리들을 담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남해신문은 정치, 사회, 경제 등 제반 분야에서 특정한 이념과 정파의 색깔을 고집하지 않고 심층보도의 원칙을 지향하는 가운데서도 사회 구석진 곳곳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실생활과 관련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지역민들의 길잡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이렇게 지역민들로부터 사랑을 꾸준히 받게 되는 주된 이유는 아무래도 전국의 주류 신문들이 간과하고 있는 지역민들의 서사를 따뜻한 시선으로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남해신문은 남해 출신의 향우들이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생활하면서 저마다 겪게 되는 타향살이의 애환과 향수를 보듬어 주고 달래주는 소통역할을 충실히 실행해 왔다. 따라서 남해신문의 주요 성과 중 하나는 아무래도 서울과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향우 지면의 운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지면은 단순한 기사의 차원을 넘어 각양각처에서 활동하고 있는 남해인들을 연결해 주는 네트워크의 집합체인 플랫폼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과 다름없다. 

서울과 부산을 중심으로 향후들의 행사가 있는 곳이면 규모의 크기를 떠나 늘 남해신문이 함께하고 있다. 이러한 남해신문의 소통역할은 기존의 지역신문들과는 다른 형식과 내용으로 지역민들과 동고동락하고자 하는 애향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가교역할은 결코 전국의 다른 주류 신문이 범접할 수 없는 남해신문만의 특화된 장점이다. 

지금까지 남해신문이 지향해 온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서사는 오늘날 4차산업혁명 시대에 인터넷, 스마트폰, 그리고 다양한 영상 플랫폼이 난무하는 매스미디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넉넉한 소통의 매개체로 다가온다. 그동안 우리는 하루에도 무수히 매체의 소음에 시달리는 가운데 진실과 정의로 포장한 거대 담론의 추악한 민낯을 부단히 목도해 왔다. 심지어 전국의 주류 신문들이 정론직필로 위장하여 특정 정파와 이해 당사자들의 욕망과 목적을 대변하는 겉과 속이 다른 위선을 겪기도 하였다. 

하지만 남해신문을 읽으면 주류 신문의 거대 담론에서 느끼는 거부감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남해신문이 전하는 고향 사람들의 잔잔하고 소소한 서사에서 느끼는 충만감이 벅차오른다. 남해신문은 언제나 우리 주변의 사소하고 작은 이야기들을 따뜻하고 진솔한 시각으로 전하면서도 저널리즘의 올바른 지향점을 잃지 않았다. 남해신문이 지역민이 활동하는 삶의 현장뿐만 아니라 소소하고 확실하며 행복한 삶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는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남해신문이 우리 지역민들에게 소확행의 가교이자 미니멀리즘 서사의 길잡이라 하여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끝으로 33년 전 남해신문을 창간할 당시의 초심을 잃지 않고 저널리즘이 지향해야 할 소명을 다해주길 당부하고자 한다. 영국의 유수한 신문들처럼, 앞으로 창간 60주년과 120주년까지 남해신문이 언론의 본분을 다하면서도 지역민들의 소확행의 가교이자 미니멀리즘 서사의 길잡이 역할에 충실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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