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은 주남해군생태관광협의회 사무국장
김 은 주
​​​​​​​남해군생태관광협의회 사무국장

느티나무에 꽃이 피었다. 우람하고 큰 나무 덩치에 비하면 보일 듯 말 듯 아주 작게 피는 꽃이다. 가만히 다가가 살펴보면 신기할 정도다. 그래도 열매 맺고 씨앗 떨구어 천년까지 살아간다. 참 대단한 나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마을 곳곳에 느티나무를 심었나 보다. 더운 여름날 농부들에게는 느티나무 그늘이 선풍기요 냉장고다. 봄날 느티나무 잎이 한꺼번에 피면 풍년, 아래위로 번갈아 피면 흉년이 든다고도 여겼다.

남면 평산리 오리마을 느티나무도 마찬가지다. 한 해 농사를 점쳤던 느티나무다. 어디 그뿐일까. 마을 당산나무이면서 쉼터이자 사랑방 역할까지 맡은 수호신이다. 지정번호는 남해군 12-05-14, 지정 일자는 2005년 9월 2일이다. 지정 일자 기준으로 400살. 2023년 기준으로 418살이다. 나무 높이와 둘레로 봐선 더 오래 살아온 어르신 나무로 추정된다.

남면 오리마을에는 경상남도 기념물 제155호 전 백이정묘가 있다. 고려 후기의 유학자인 이재 백이정(1247∼1323) 선생의 묘소로 전해 내려온다. 성리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그 체계를 파악하여 확립한 사람이 백이정 선생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위대한 분이라 할 수 있다. 

남면 평산리 오리마을에 수령 400년 된, 장수같이 늠름한 풍모의 느티나무가 서 있다
남면 평산리 오리마을에 수령 400년 된, 장수같이 늠름한 풍모의 느티나무가 서 있다

백이정 선생의 봉분 주위에는 평평한 긴 바위로 담장이 둘러쳐져 있고 바닥에는 자연석이 깔려있다. 봉분을 쌓아 올린 돌이나 주변 담장 쌓은 수법이 고려 시대 성곽 축조법과 비슷해 그 시대의 기법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고 한다. 오리마을에는 전 백이정묘 외에도 백이정 선생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여러 지명이 남아 있다.

남면 평산리 오리마을은 바다 매립으로 인해 옛날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 그래도 멀리 보이는 오리정 숲은 아직도 아름드리 팽나무, 푸조나무, 느티나무, 말채나무 등이 모여 아름다운 숲을 이루고 있다.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으로 조성된 숲이다. 

근처에는 제법 너른 갈대밭도 보이고 아주 오래된 고인돌도 보인다. 오리마을 느티나무는 군데군데 수술한 흔적이 보이긴 해도 나무 상태가 아주 건강한 편이다. 돌로 쌓은 축대 아래쪽에 뿌리가 드러나 보이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나무 아래에 서면 늠름한 기상 간직한 장수 같은 풍모가 느껴진다. 오랜 세월 모진 풍상 다 겪으며 우뚝 서 있는 당산나무는 언제봐도 경외의 대상이다. 

이 느티나무는 군데군데 수술한 흔적이 있긴 하지만 건강은 아주 양호한 상태다
이 느티나무는 군데군데 수술한 흔적이 있긴 하지만 건강은 아주 양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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