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봄날보다 화창한 지난 주 3월 마직막 날과 4월 1일, 꽃 피는 남해 축제 현장을 찾지 않았다면 아쉬움이 많이 남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남해대교 개통 50주년을 기념해 “꽃 피는 남해”를 주제로 남해대교 노량, 왕지까지 축제 마당이 펼쳐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2년 이상 멈췄던 일상, 만남, 그리고 다시 꿈을 꽃피우는, 비록 짧은 2일간의 축제기간 이었지만 모처럼 많은 사람들로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넘치는 축제였던 것 같다. 그리고 꽃피는 남해는 지금까지의 축제와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불꽃놀이와 같이 화려한 단발성 이벤트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아서 낭비성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생각을 했는데 바다에서 펼쳐진 불꽃놀이는 지금까지 봐 왔던 형식과 완전히 차별화된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 것 같다. 나 뿐만이 아니라 그 시간 남해대교와 노량을 찾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시 동안이지만 빠져 들어서 이 시간 이곳에 찾아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 

시끌벅적한 다양한 프로그램보다 축제 주제와 걸맞게 다음 날은 벚꽃과 유채의 봄을 조용히 감상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벚꽃길과 유채단지를 걸으며 이런 삶과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는 모습들이다. 왕지 벚꽃터널을 걸으며 봄날의 소중한 추억의 한 컷을 남기고, 즐거워하는 그 모습들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지는 느낌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왕지의 벚꽃길은 우리에게 봄이 오는 희망의 얘기를 전하고, 멀리 있는 진해나 하동 화계를 찾아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아름다움을 주고 있다. 올해는 이상기온 때문인지 전국의 벚꽃이 동시에 개화한 것 같다. 하동 화계 십리벚꽃길과 이웃 사천,광양 등 몇군데 유명 벚꽃길을 찾아 보았지만 왕지 벚꽃길 만한 곳이 없다는 느낌이다. 

남해대교, 푸른바다, 무엇보다 해안을 끼고 돌아가면서 거의 빈틈없이 가득 채워진 유채단지와 어우러져 어느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 가득한 곳이라는 느낌이다. 왕지 벚꽃길의 특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길은 이제 남해의 보고이다. 웃음소리를 듣기가 힘든 요즘, 이 곳을 찾은 외지 관광객들의 웃음소리를 곳곳에서 들을 수 있어 좋았고 터널을 이룬 왕지 벚꽃길과 유채단지의 아름다움에 감동을 하는 모습들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벚꽃·유채와 봄날을 보낸 시간은 오래도록 여운이 남을 것이다. 

모든 이들에게 호응이 좋았던 유채단지는 설천면 직원이 매주 휴일도 반납하고 직접 장비를 운행하고 퇴비를 실어 날랐다는 것이다. 비란에서 감암까지 그림을 그려가면서 전 구간의 빈 공간에 거의 매일이다시피 작업을 해서 면민들은 처음에 직원이 아닌 유채단지를 조성하는 조경업체 직원으로 알았다는 것이다. 유채를 피우기까지 오랜시간 인내와 정성을 기울인 직원에 고마움을 전하면서, 인구감소 지방소멸, 불경기 등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한 소식만 들려오는 가운데, 요즘도 이런 사명감과 열정 넘치는 직원이 근무한다는 얘기에 기대감을 갖게 된다. 유채를 보고 즐거워 할 것이라는 마음에 이처럼 우리 주위에서는 묵묵히 열정을 태우는 공직자들이 있고, 소리 없이 최선을 다하는 그들이 있다는 안도감에 희망이 시작되는 봄처럼 편안함이 느껴진다.

왕지벚꽃이 있기에 내년에도 어김없이 꽃이 필 것을 안다. 화려했던 벚꽃이 떨어진 뒤에는 푸르른 잎이 시원한 터널을 만들고 가을의 단풍으로, 겨울이 오기전 그 잎이 떨어진다고 낙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계절이 돌고 도는 것처럼 내년 봄에는 다시 움을 틔우고 벚꽃을 피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 이런 자리가 또 마련된다면, 돗자리만 가져오더라도 벚꽃과 유채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램이고, 그곳에서 봄을 노래하는 성악가의 분위기 있는 자리도 함께 한다면 더 좋은 반응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한다. “꽃 피는 남해” 행복과 위로를 느낀 소중한 봄날 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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