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식사 중 친구가 난데없는 질문을 던졌다. 은퇴자금을 이자가 조금 더 높은 제2금융권에 정기예금을 했는데 중간에 해지하면 이자 손해가 걱정된다면서, 예금자 보호 한도액인 5000만 원을 넘긴 일부를 딴 곳으로 옮기는 데 대한 의견을 구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이어 스위스계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CS)마저 자산 손실로 매각됐다는 뉴스를 보고 불안한 모양이다. 

IMF 이후 우리나라 금융과 우리 지역에 있는 조합 등 제2금융권들은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전혀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나 또한 최근 경제대국 미국, 그리고 안전하다는 유럽까지 도미노처럼 번지는 위기설, 금융불안에 대한 뉴스가 연일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어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느낌이다. 평범한 우리 서민들은 얼마 되지 않지만 안심하고 맡긴 은행 예금도 거덜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불안감은 더 확산되고 있다. 

유럽 20개국 정상은 은행 부문은 자본이 탄탄하고 유동성과 함께 탄력성이 있다고 발표하는 등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을 진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세계의 금융시장에서는 아시아 국가 중에 홍콩과 한국이 위험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연일 보도되는 최근의 불안한 금융 사태에 국내 은행들은 자본 비율과 유동성 비율이 양호하고 수익성도 괜찮아 문제가 없는데, 그 이유는 투자 손실로 하루아침에 휘청인 미국 은행과 달리 우리의 금융은 대출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해 왔기 때문에 당장 위험은 없고 과도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라는 금융위원회 등 정책당국의 발표를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의 대형 회계법인이 실리콘밸리은행이 적정하다는 감사 보고서를 불과 파산 2주 전에 냈고 파산되기 직전까지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 충격이 컸다는 것이다. 18억 달러 손실을 봤다는 공시를 내고 36시간 만에 초고속으로 파산한 스마트폰 뱅크런이 벌어져 하루 만에 55조가 빠져나간 것이다. 순식간에 유동성이 부족해 지급 불능 사태가 됐고 대형은행도 단 몇 시간 만에 파산 위기에 처할 수 있게 된 데 대해, 금융 전문가들마저 이렇게 빨리 망할 줄 몰랐다고 놀라워할 정도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건설사들은 파산·매각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은 부실로 이어졌으며 솔로몬저축은행 등 저축은행 30곳이 파산한 것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최근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미분양이 이어지고 건설사들이 어려워지면서, 10여 년 전 사태와 같이 대출해 준 저축은행이나 증권사가 도미노처럼 쓰러질 수 있다고 금융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우리 군의 조합 등 제2금융권에서는 그런 부동산 관련 대출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지난 해 직원실수로 감당 못 할 비대면 고금리 상품을 출시해서 일부 조합원들의 예·적금 인출 사례가 있었던 바와 같이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이다. 

그럼에도 우리 군민들은 조합 등 우리 군의 금융은 그래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라고 생각하고 내 돈을 맡기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기관과 고객 상호간 믿음의 견고함이다. 조합에 맡긴 내 돈은 무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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