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나리 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어릴 적 좋아하고 마음으로 노래했던 동무생각은 박태준 작곡가가 대구 계성학교를 다닐 때, 마음속으로 짝사랑하던 인근학교의 한 여학생을 생각하다 이은상 시인을 만나 작곡한 노래이다. 

지난주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대구 청라언덕을 찾았다. 청라언덕은 대구 달성로 56 (동산동 194)에 위치한 언덕이자 대구시의 관광명소이고 옛날 선교사들이 머물렀던 곳이다.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 옆에 위치해 있고 한국 100경 중 하나로 선정된 곳이라서 그런지 많이들 찾아오고 있었다. 우리 역사의 근 현대사와 개신교, 가톨릭 역사를 볼 수 있는 유적이다. 

청라(靑蘿)라는 이름의 유래는 언덕 위 선교사 주택들의 벽면에 푸른 담쟁이덩굴로 뒤덮혀 있어 푸를 청(靑), 담쟁이 라(蘿)를 써 ‘푸른 담쟁이덩굴’이란 뜻의 청라언덕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가난한 사람들이 먼저 죽은 아이들을 묻던 곳, 슬픔과 애통의 버려진 공간을 선교사들이 선교부지로 조성한 것이다. 

1898년, 선교사 아담스와 존슨이 병원과 학교를 짓고 푸르른 담쟁이넝쿨을 키우며 예배와 진료와 교육에 힘썼다. 죽음의 공간을 생명의 땅으로 소생시키려는 노력이 이어져 지금의 동산병원과 청라언덕이 생겨난 것이다. 선교사 본 챔니스가 거주하던 주택은 현재 의료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고, 선교사 블레어가 살았던 주택은 교육/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3.1운동이 일어난 그 역사적인 현장인 3.1운동계단, 1899년 동산의료원 개원 당시 존슨 선교사가 미국에서 직접 가져와 심어 현재는 현재 대구광역시 보호수 1호로 지정된 대구 최초의 사과나무, 그 외 동산의료원 개원 100주년 기념종탑, 우리가 어둡고 가난하던 시절 태평양을 건너와 배척과 박해를 무릅쓰고 온 힘을 다해 복음과 인술을 전한 선교사와 가족들이 묻혀 있는 은혜정원, 대구지역 최초의 대구제일교회와 기독교 100주년 기념관 등이 위치해 있다. 

‘코로나19, 기억의 공간’ 박물관은 동산병원의 사택을 개조해 올해 개관했다. 박물관 입구에 있는 내용을 보고  감동이 밀려왔다. “여기엔 공황도, 폭동도, 두려워하는 군중도 없다. … 대신 절제된 침착과 고요가 있다.” 코로나 당시 대구 현장을 취재하던 미국 ABC방송 이언 패널 기자의 감동어린 기사 내용 그대로다. 

당시 우리 국민 모두가 겪고 힘들어했지만 어느새 점차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가는 코로나는 2020년 2월 18일 대구에서 코로나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병원과 응급실은 줄줄이 폐쇄되고 대구 봉쇄로까지 이어졌다. 373명 의사가 무보수 자원봉사에 나섰고 간호사 3874명 자원봉사를 신청하고, 국군간호사관학교를 나온 간호장교 75명은 임관과 동시에 곧바로 국군대구병원에서 코로나 환자들을 돌본 그 현장이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하는 공간으로 탄생한 것이다. 

청라언덕은 그런 근현대사의 역사와 최근의 감동까지 함께하는 공간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우리 지역의 이순신 순국공원, 나비생태공원, 문경, 순천, 합천 등 각 지역에 산재해 있는 드라마 세트장과 같이 많은 사업비를 투자를 한다고 해서, 잠시 동안 시선을 끌기 위해 시설물이나 공원 등을 조성한다고 해서 한두번 정도는 찾지만 지속적으로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려하고 특별하지는 않지만, 근현대사와 개신교, 가톨릭 우리의 역사를 보존하고 정체성을 이어가는 곳, 봄의 교향악을 불러보고 싶고 추억속에 젖어보고 싶어 찾는 청라언덕, 역사유적과 천년의 옛 모습을 간직한 경주의 황리단 길을 지속적으로 찾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독일에 가보지 않아도 독일과 같은 주택, 그곳에서 살아가는 교포와 독일인,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 같은 그런 상상을 하면서 찾아가는 독일마을, 처음처럼 그런 모습이 독일마을의 정체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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