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는 대화의 와중에 특별한 얘기 주제가 없을 때 종종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화제로 삼기도 합니다. 이럴 때면 대개 어떤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난 경우 그 사례를 예로 들며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러나?” “참! 무서운 세상이야”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 사건이나 사고는 나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행위를 한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세상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삶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한편으로는 나와 무관하지 않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동시대 세상이라는 울 안에서 짓고 낳는 데 기여한 큰마음의 영역에서 보면 우리는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볼 때 세상이라는 유형의 질서에 부합할 실체적 진실을 탐구해보는 것도 큰마음의 행보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은 어디에 있으며 그 실체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세상을 정의하는데 지금 눈 앞에 펼쳐지는 거리를 오고 가는 수많은 사람과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와 높은 빌딩 등을 세상이라고 호칭할까요. 아니면 당장 우리 눈에 띄는 하늘과 땅이라든지 산과 들, 동서남북 그리고 동식물의 성장이나 사계절을 세상이라고 해야 맞을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생명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공기라든가 물, 산소와 같은 자원과 사계절과 절기에 따라 변화하는 질서가 세상일까요. 

이와는 달리 인위적이긴 하나 사람의 마음으로 짓고 행하여 나타나는 성과를 세상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는 것이 맞을까요. 이처럼 세상을 호칭하는데 아무래도 시각과 청각과 촉각에 익숙해진 우리는 당장 눈에 보이는 현상을 우선으로 선택하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을 정의할 때 꼭 우리의 시야에 들어오는 현상만을 기준 삼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세상은 표면에 드러나 있는 것만이 아닌, 그 이면에 드러나지 않는 무한한 가능성 역시 세상에 부합하는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보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는 가능성이 오히려 세상을 더욱 활발하게 해줄 동력이 된다면, 또 이것이 세상을 밝혀줄 빛이 된다면 이러한 잠재력은 우리의 의식을 바꿀 엄청난 보고(寶庫)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어느 한쪽을 넘어 전혀 새로운 곳을 바라보는 안목은 나의 의지에 따라 세상이 열리게 할 수 있고 닫히게도 할 가능성을 잇는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치에서 예를 들면 나의 선한 행동이 뭇사람에게 기쁨을 줄 수도 있고, 나의 그릇된 행보 하나가 세상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어느 측면에서 보면 아주 소소한 일인 듯하지만, 기분이나 감정에 따라 전해지는 에너지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결코 작은 일이 아닙니다. 내가 웃으면 상대도 웃고 내가 슬프면 상대도 슬프고, 내가 분노하면 상대도 분노하는 성정이 기운으로, 심정적으로, 사방팔방에 퍼져나갈 때 세상은 그에 영향을 받으며 동시에 성장해갑니다. 

이런 까닭에 세상이란 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기운의 순환 작용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세상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안에 있으며 나의 의식과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현자의 어록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담론이 세상을 이끌 중심이자 주체가 된다면 당연히 이 세상을 향한 각자의 역할은 그 의미만으로도 실로 엄청난 역할을 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행보를 경이롭게 바라보면서 행여나 생각이나 감정에서 일고의 부정이라도 띤다면 세상 속 모든 생명 역시 이러한 감정에 동조될 뿐이라는 기막힌 실상을 방관하여서도 안 될 세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합니다. 

내가 없으면 세상이 어디에 있을 것이며, 세상이 없으면 나 또한, 어디에 존재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나의 선한 행보 하나가 세상을 바꿀 기적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이때 이르러서야 비로소 세상의 겉면이 아닌 그 이면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생겨난다면 이를 어찌 방관만 할 수 있겠습니까? 또한, 이 안목이 보물섬 남해의 실체적 진실을 담아내는 동력이 된다면 남해를 향한 세상의 이목은 더욱 고조될 것이 분명하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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