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우리 남해의 강진만을 찾는 철새의 숫자가 최근 몇 년 동안 확연하게 매년 줄어드는 것 같다. 이곳을 찾는 탐조객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서식하는 입현매립지의 철새가 많이 줄어드는 것 같은 느낌이다. 

중촌과 선소마을 사이 습지에, 겨울이면 수천 마리의 철새가 매일 날아오고 서식하는 장관을 볼 수 있었는데 왜 줄어드는지, 어디로 갔는지 생태관광을 중요정책으로 추진하는 남해군은 그 원인에 분석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순천만 철새들을 위해서 순천시는 어떤 정책을 추진하는지 소개하면서, 매년 일본으로 찾아가던 겨울 진객인 흑두루미가 순천만에 최근 몇 년 동안 긴급 피난 온 이유를 알아보고 우리의 강진만에서도 특별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본다. 순천만을 찾는 흑두루미는 긴급 피난에서 이제는 매년 찾아오는 겨울 철새가 되었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찾아가던 일본의 지역에 무슨 일이 있어서 순천만으로 오게 되었을까. 순천만 용산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동천하구 갯벌은 흑두루미들의 잠자리다. 이들은 일출 30분 전부터 깨어나 동이 틀 때쯤 본격적으로 1km 떨어진 대대뜰의 먹이터로 이동한다. 

매년 10월부터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날아와 이듬해 4월 초까지 월동하는 흑두루미가 찾아온 지 13년째다. 새벽녘, 순천시의 관찰에 의하면 순천만을 박차고 오른 흑두루미 5117마리가 찾아와 겨울을 난다는 것이다. 서너 마리씩, 대여섯 마리씩 가족 단위로 갯벌을 박차고 올라 1킬로미터 떨어진 ‘희망농업단지’에 마련된 아침 식탁으로 줄지어 날아가는 행렬. 갯벌을 붉게 물들이며 밝아오는 새벽녘 순천만을 가득 채운 이 소리. 관악기에서 나온 것 같은 소리가 5~6km 떨어진 곳까지 넓게 울려퍼지는 건 울음관이 가슴뼈를 관통하면서 가슴뼈와 함께 얇은 판이 오디오처럼 소리를 증폭하기 때문이다. 

2001년 이곳에서 월동한 흑두루미는 3400여 마리였는데, 그동안 2000마리 가깝게 늘었는데, 전 세계에서 1만 7000여 마리만 남아있어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천연기념물 제228호로 지정해 보호하는 상당수가 순천만에서 6개월간 월동을 한다는 것이다. 순천만은 시베리아에서 3000~4000km의 거리를 날아서 일본 가고시마현 이즈미 월동지로 향하는 흑두루미의 중간 기착지였다. 처음에는 200~300여 마리 규모였는데 2017년 2176마리, 2020년 3132마리로 늘었고, 현재는 5000마리 정도로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순천만의 흑두루미 보호 지역은 62ha. 흑두루미가 전깃줄에 걸려 죽는 것을 방지를 위해 2009년, 순천시는 대대뜰에 생태계 보호지역을 설정한 뒤 전봇대 282개를 뽑았다. 순천시는 추가로 인안뜰에 109ha를 확보해 이곳의 전봇대 161개도 뽑는다. 이 지역의 개발보다 생태를 선택한 순천시의 획기적인 결정으로 2009년 452마리였던 월동 개체수가 10배 이상 늘어난 데에는 이 같은 순천시의 노력이 주효한 것이다. 

또한 순천시는 경관 농업단지를 운영하면서 ‘겨울 진객’ 흑두루미의 특별한 식탁도 마련했다. 이 지역이 생산하는 무농약 쌀을 2021년 만해도 200톤의 벼를 겨울철새 먹이로 제공했다는 것이다. 농가들에게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 사업을 시행해 흑두루미 영농단 참여 농가들은 벼를 수확하지 않고도 총 1억 원의 보상금을 받아 농가와 자연생태계 서로가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10월부터 날아드는 흑두루미는 12월까지 대대뜰에 흩어진 볍씨를 먹다가 1월부터는 매주 뿌려주는 볍씨 8톤을 먹으며 4월까지 지내는 것이다. 순천만을 찾은 이유는 기후변화 요인과 풍족한 먹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안전한 잠자리도 크게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의 분석했는데 이것이 우리 강진만과의 차이인 것으로 보인다. 

2001년 11월 초 전 세계 흑두루미 90%가 월동하는 일본 이즈미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했고 이즈미 104ha 규모 서식지에는 고인 물로 인공 조성된 잠자리 ‘무논’이 있는데 이곳이 오염되면서 지구상에 생존한 흑두루미의 10%에 달하는 1300여 마리가 폐사했다고 한다. 생존에 위협을 느낀 흑두루미 6000여 마리중에서 조류 인플루엔자를 피해 일부 흑두루미들이 순천만으로 유입된 것이라고 한다. 

순천만 습지는 람사르 협약에 등록되어 오랜 동안 환경보전에 힘써왔고 흑두루미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봇대를 뽑고, 안전한 먹이를 제공하는 등 그간 순천시가 공을 들인 효과였다. 강진만 겨울 철새, 그중에서도 청둥오리를 보호하고 살리자고 여러 번 기고했더니, ‘철새가 밥 먹여주냐’고 반문한 사람들, 심지어 청둥오리만큼 맛있는 새가 없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시대가 변했다. 순천시의 자료에 의하면 흑두루미 관찰자들이 2009년에 연 15만 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300만 명까지 늘었다고 한다. 농민들에게만 수익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순천시의 식당 카페 숙박업 등 자영업에도 많은 수익이 돌아가 철새가 경제를 견인한다는 것을 순천시가 증명한 것이다. 겨울 진객 흑두루미가 자연도 살리고 순천도 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순천시와 같이 전봇대는 뽑지 않더라도 우리 강진만의 철새들이 줄어드는 원인에 대한 조사하고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고, 보다 철저한 대책도 수립해서, 강진만을 찾아오는 철새만이라도 안전하게 보호하고 살려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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