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은 주남해군생태관광협의회 사무국장
김 은 주
​​​​​​​남해군생태관광협의회 사무국장

깜짝 놀랄 만큼 나무 밑동이 두껍다. 나무줄기까지 둘레도 매우 두껍다. 보기에도 아슬한 옹벽에 쌓여 생육지 환경이 크게 위협받고 있으며, 마을 공동 스피커와 전기선이 경관과 상관에 옥에 티가 되고 있다. 얼핏 보면 당황스러울 만큼 노쇠한 모습이지만 세월의 멋은 한껏 묻어난다. 남해읍 오동마을 느티나무는 500여 년이 넘는 세월을 온갖 풍상 다 겪으며 살아온 나무다. 오동마을은 남해읍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마을이다. 멀리 강진만이 한눈에 바라다보인다. 망운산에서 계곡 따라 흘러 내려온 물은 오동 상수원을 지나 오동 소류지, 아산 저수지에 모인다.

오동마을은 예부터 오동나무가 많은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는 지금도 오동나무가 보인다. 오동나무 종류에는 오동나무, 참오동나무, 벽오동 등이 있다. 오동나무는 전설 속의 새 봉황이 사는 나무다. 봉황은 오동나무에만 앉고 둥지를 튼다는 전설의 새다. 대나무 열매만 먹는 것으로 알려진 신비의 새 봉황이 오동마을 앞산인 봉광산에 날아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오동마을 느티나무는 남해읍 아산리 1178-2에 있다. 남해읍 오동마을 보호수 12-05-13이다. 수령은 지정 일자(2005.09.02.) 기준으로 500살, 2023년 기준으로 518살이다. 오랜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가지가 많이 잘려 나간 모습이다. 옛날에는 지금보다 훨씬 큰 아름드리나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러 군데에서 외과 수술한 흔적이 보인다. 처음에 봤을 때는 나무 전체를 충전재로 채워 넣어 치료한 것이 보였는데 최근에는 모두 긁어내어 나무 안이 텅 비어 있다.

수령 518년의 오동마을 느티나무가 오랜 세월을 이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수령 518년의 오동마을 느티나무가 오랜 세월을 이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느티나무 아래쪽에는 충효비가 서 있고, 마을 쉼터 역할을 하는 아담한 정자도 마련되어있다. 음력 10월 보름에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동제를 지낸다. 다른 마을 느티나무와 마찬가지로 오동마을 느티나무는 농사의 풍흉을 알려주는 역할도 했단다. 느티나무의 잎이 피는 상태에 따라 그해 농사 방향이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나뭇잎이 한꺼번에 피면 모내기도 한꺼번에, 여러 차례 나누어 피면 모내기도 여러 차례에 나눠서 하는 방식이다.

오동마을 느티나무 근처에 서면 아름다운 남해 풍광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그 옛날 오동마을 아이들은 마을 느티나무를 아주 친근하게 대했던 듯하다. 나무 위에 올라앉아 졸기도 하고, 가지를 타고 다니며 놀기도 하고, 비어 있는 나무 밑동에 들어가 살짝 숨기도 했다는 것이다. 500여 년 전 하씨들이 집성촌을 이루며 느티나무를 심었던 것으로 구전되어 오는데 옛 조상님들의 지혜가 혜안이 고마울 따름이다.

아이들이 이 느티나무의 비어있는 밑동에서 놀기도 했을 정도로 친근하고 오래된 나무다
아이들이 이 느티나무의 비어있는 밑동에서 놀기도 했을 정도로 친근하고 오래된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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