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으로는 아직까지 1월이다. 그래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 그리고 건강한 2023년을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건강 자산 지키기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지난 해 17.5%에서 2045년 37.0%로 높아진다. 일본(36.7%)을 넘어서 전 세계에서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된다고 인구학자들은 예상한다. 노후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과 같이 평소 건강관리를 소홀히 한 것에 대해 후회하는 사람을 자주 보게 된다. 잃고 나서야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건강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노년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서 건강 자산이 더 절실하다. 나이 들어서 건강을 잃으면 돈도 쓸 수 없고 친구도 만날 수 없다. ‘건강자산(Health assets)’ 개념은 1980년대 도입돼 사용되고 있다. 2023년 건강자산 지키기 실천을 위해 106세에 삶을 마친 일본 의사의 건강 수칙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장수국가 일본에서 고령자 6000여 명을 대상으로 1987년부터 어떻게 노쇠해지는지 30년 동안 추적 관찰한 연구 보고서가 있다.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생활을 꾸릴 수 있는 ‘건강 수명’의 경우 남성이 72.68세, 여성은 75.38세가 된다. 건강에 대해 어느 나라보다 조심하는 일본인들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9~12년 정도를 병과 함께 살아가야 하고 아쉽게도 남자 대부분인 70%는 90세가 되면 누워 지내거나, 세탁·청소·조리 등을 할 수 없어 누군가의 돌봄 없으면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여자가 남자보다 6년 정도 더 사는데, 여성도 90세가 됐을 때 호르몬 영향으로 뼈와 근력 쇠퇴가 어느 정도 일어나기 때문에 정정한 할머니는 드물다고 한다. ‘남자 70%’가 누워 지내지만 여자 대부분은 나이 들어도 자립도가 남아 있어 움직임이 느리지만 일상생활을 꾸려간다는 것이다. 일본의 동네 골목을 가보면, 지팡이 짚고 다니는 할머니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그 시간에 할아버지들은 대부분 집에 누워 지낸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2021년 100세 이상 인구가 8만 6510명인데 51년 연속으로 해마다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고, 그중 88%는 여성이고, 100세로 넘어오는 남성 수가 적어서 여성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100세 이상 인구는 7733명이다. ‘나는 이제 늙었다’는 것을 인지하는 ‘노년 자각’이 남성에 비해 여성이 빠른데 이는 여성이 거울을 더 자주 봐서 그렇다는 해석도 있지만, 그래서 그런지 여성이 노년 생활에 더 빨리 적응을 잘하는 편이라고 한다. 남녀 공히 70세 정도까지는 ‘청년’처럼 지내다가 70대 중반부터 노쇠하기 시작해 80세가 되면 노쇠가 눈에 띄게 나타난다고 한다. 체력과 근육을 키우고, 여든 넘어서 요양원에 갈지, 집에서 지낼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보고서에서 얘기한다. 2020년 기준 일본인의 평균 수명은 남성이 81.64세, 여성은 87.74세다. 

‘신노인’ 운동을 펼치고 106세에 생을 마친 내과 의사 히노하라 시게하키. 그의 수첩에는 110세 되는 해에도 약속 일정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일 년에 100여 일을 건강에 대해 강연하고 다녔는데, 그의 건강법은 지금도 일본의 노인들이 따라 하고 있고 미국의 경제방송인 CNBC가 ‘히노하라식으로 100세 시대를 사는 비결’을 방영해서 많은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건강 장수 수칙 10가지를 강조했는데 핵심 메시지는 ‘나이 장수’가 아니라 가치 있고 의미 있게 오래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죽는 순간까지 인생의 현역으로 세상 뜨기 몇 달 전까지 하루 최대 18시간씩 일했다고 한다. 많이 사랑하고 많이 사랑받는 사람이 오래 건강하게 산다고 했고, 항상 창조하는 일을 하고, 남을 위해 살자고 했다. 이어서 살기 어려운 것은 어느 시대나 똑같고, 남들이 쉽게 찾아오는 집을 만들어 사람들과 활발한 교제를 하자고 했다. 젊은 사람들의 관심사에도 귀를 기울이고, 웃음으로 얼굴에 주름을 늘려보자고 했다. 긍정적인 자세와 어울림이 장수 비결이라는 의미다. 

몸을 쉴 새 없이 움직이고 활동해야 하는데 그는 평소 계단만 보면 올랐고, 한걸음에 두 계단을 밟았다. 노년 건강의 최대 적은 낙상 골절이라며, 잘 넘어지는 훈련을 하고 자기 전에 침대에서 근육이 튼실한 엉덩이가 바닥에 먼저 닿게 넘어지는 연습을 했다는 것이다. 

끝으로 환자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의사를 단골로 두라고 했고 본인도 의사이지만 의사를 만능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는 교양과 예술이 필요하고, 뭔가를 즐기는 것이 고통을 잊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히노하라는 막판에 폐렴으로 고생할 때 영양공급 튜브를 거부하고 병원에서 나와 자택에서 삶을 마침으로써 열심히 살면서 죽음을 기꺼이 맞이 한다는 ‘가치 장수’ 교훈을 남겼다고 한다. 길이 멀어도 가야 할 곳이 있는 달팽이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쉬지 않고 간다고 하는데 새롭게 출발한다는 마음으로, 이달부터 멈추지 말고 건강 자산 지키기를 실천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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