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면 출신 소설가 백시종(79) 향우가 또 한 편의 장편소설을 펴냈다. 우리나라 작가들의 경우 70세가 넘으면 일단 절필을 하거나 설사 작가생활을 계속하더라도 단편이나 에세이 정도로 가볍게 활동하기 마련이다. 한데 백 작가는 팔순을 눈 앞에 둔 나이에도 불구하고 본격 장편을, 그것도 매년 한 권씩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5년 연속 출간하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문단의 화제다.

▲작년에 펴낸 『황무지에서』로 ‘이병주국제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는데, 그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새 소설을 발표하셨군요. 『삼봉이 순자 연대기』는 구상에서 집필까지 얼마나 많은 시일이 걸렸나요

“실제 구상에서 자료수집, 집필 완성까지 만 24년이 걸렸다”고 백 작가는 말한다. 그러니까 24년 전 직장에서 출장 형식으로 방문한 방글라데시에서의 기억을 되살려 우리나라 경제의 압축성장 과정을 장편소설로 승화시켰다는 것이다.

박정희 정권의 강압 일변도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이며, 대통령령으로 깜짝 시행된 ‘사채 동결’ 사태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경제 비방책과 그 후유증을 고스란히 소설 속에 녹여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기적을 일궈낸 60년대, 그리고 70년대 우리나라의 수많은 ‘삼봉이’와 ‘순자’들이 오로지 가난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일념으로 구로공단에서, 벵골만 해외 현장에서 고군분투했던 생생한 기록 영상물이 이번에 백 작가가 펴낸 장편 『삼봉이 순자 연대기』의 주 테마인 셈이다.

문학평론가 임정연 교수는 ‘경제 성장의 환각 속 자본 위력이 인간을 압도하기 시작했던 그 시절을 작가가 적절히 소환시킨 얘깃거리도 흥미롭지만, 반칙이 난무했던 시대적 모럴 및 불공정과 비상식의 기원을 탐색하고, 그리고 그것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 이 소설의 묘미이고 진가가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백 작가의 소설은 일단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데 그 비법이 있다면 무엇이고, 언제까지 이러한 작업을 계속할 것인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언급해 주시죠

이 질문에 백 작가의 얼굴에 생기가 돈다. “우리나라만큼 이야기가 많은 민족이 없습니다. 수천 년을 이어온 수난의 역사 및 문화와 전통이 내가 밟고 있는 땅속에 그대로 묻혀 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여건이 허락할 때까지 나는 쉬지 않고 그것을 파내어 진실을 밝히는 이야기로 만들어 기록해 놓고 싶습니다.”

▲남해 출신 정을병 소설가와도 각별한 교류를 갖고 계셨다면서요

“그렇습니다. 남해가 낳은 위대한 선배 작가 정을병 씨와는 42년 동안 지근 거리에서 부대끼며 살아왔습니다. 오는 4월 21일(금) 남해도서관에서 ‘남해 출신 작가 정을병을 읽다’라는 주제로 행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정을병 재조명’을 위해 남해 문인들과 관계 인사들이 큰 힘을 쏟고 있는 중입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가 약력>

1944년생 남면 향우. 1967년 동아일보. 대한일보 신춘문예로 데뷔. 2021년 세종문화상 예술부문(대통령 표창) 수상 외 다수. 2021년 장편소설 <황무지에서> 외 15편. 문예바다 발행인 

장편소설 ‘삼봉이 순자 연대기’ 책값은 1만 3천원. 쿠팡을 비롯한 교보, 예스24, 알라딘 등 인터넷서점에서 구입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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