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우 진​​​​​​​더블유제이 건축사사무소 대표
장 우 진
더블유제이건축사사무소 대표

“남해의 자연경관과 아름다운 해안선을 보고 자란 건축가로 자랐습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 환경을 고려한 공간의 보존과 활용을 위해, 아름다운 남해만의 공공의 건축을 위해 태어난 고향에 작은 보탬이 되고자 곳곳을 돌아보며 건축가의 시선으로 글과 그림을 남깁니다.” 

남해는 육지와 떨어진 섬이었다. 옛 선인들은 농사와 물고기를 잡으며 삶을 영위했고 정치적 유배지의 섬이기도 했다. 육지와 고립된 섬에서 생활이 녹녹치 않았을 터인데 이곳 남해의 수산물과 농산물로 육지 못지않은 풍족함을 누렸을 것이다. 

남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노를 저으며 거친 파도를 뚫고 가는 험난한 통과의례의 바다였을 것이다. 남해의 수많은 섬은 서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물길이 서로 맞닿아 공간적 한계를 넘어 소통과 이음의 역할을 하였다. 이런 남해 사람들은 생활력이 강해서 악착같이 땅을 일구고 산과 들과 바다에 생계를 위한 땅의 흔적을 남겨놓았다. 

육지로 오가는 것이 힘들었던 그 과거를 뒤로하고 섬과 육지를 잇는 큰 다리가 생겼으니 남해대교다. 아름다운 곡선의 유려함을 떠받치는 붉은 현수교는 바다의 푸름과 대비되고 동양 최대라는 수식이 붙곤 했다. 남해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다. 노량 바다 위로 위풍당당하게 떠 있는 웅장한 자태는 과거 임진왜란의 격전지로 역사적 아픔을 알고는 있는지 유유히 물살만 일렁거린다. 국내기술로 건설할 수가 없어 일본의 기술을 빌려왔다는 남해대교, 수많은 민초들의 숭고한 희생, 그리고 그날의 함성과 애환이 잠든 역사의 바다는 아무 말이 없다. 

장우진 디자이너가 그린 남해대교에 대한 비전
장우진 디자이너가 그린 남해대교에 대한 비전

우리 선조들은 최초로 철갑선인 거북선을 만든 창의성이 뛰어난 민족이며 숱한 어려움을 이겨낸 강인한 민족이다. 오랜 세월을 버티어 낸 남해대교도 역사의 뒤안길로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여느 인생과 다름이 없다. 수많은 수학여행과 단체여행, 그리고 신혼여행을 위해 방문했던 남해대교는 관광지였다. 사진에 담고자 풍경이 되어주었다. 

지난 2018년 9월 세계 최초로 기울어진 주탑 기둥 공법으로 건설한 노량대교가 들어섰다. 이순신장군의 해전 승리를 기원하는 ‘브이’ 자의 형상과 물에 비친 케이블은 학익진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러한 신기술과 상징성을 반영하여 새로운 남해의 관문이 되었다. 새로운 다리와 이전의 다리가 노량바다에 풍경을 변화시켰다. 

남해대교는 차량 통행을 더 이상 하지 말고 다리 상판에 새로운 관광명소로 사람과 사람이 거닐 수 있는 보행 공간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남해의 관문 명소로 거듭날 수 있는 재생의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걷다가 쉬고 산책하고 풍경을 담고, 역사의 파편들을 전시하는 열린 미술관이 되었으면 좋겠다. 바다와 사람, 나무와 숲이 연결되는 친환경 네트워크 대교로 다시 찾는 명소가 될 것이다.  

 

장우진 기고가 프로필

더블유제이 건축사사무소 

Designer/ Architect 대표, 건축사

건축설계, 건축디자인, 인테리어, 모델링,

 그래픽, 공공디자인, 시설물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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