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인은 ‘향수’에서 고향은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이라 그리며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라고 고향사랑에 대해 노래한 바 있다. 정지용의 ‘향수’나 이은상의 ‘가고파’ 노랫말처럼, 나고 자란 언덕배기·바다·골목을 잊을 이는 없다. 살다 쌓인 말과 그리움과 시름을 안고 저마다 고향·가족·친지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 고향은 누구에게나 그립고 정든 곳이다. 부모님이 계신 곳일 수도 있고 태어난 곳일 수도 있다. 

고향은 언제 생각해도 마음의 안정감을 주는 곳이다. 고향을 지키고 남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느낌이 덜 하겠지만 이번 설날에 고향을 찾은 친구들은 거의 한결같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다 보면 고향 남해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고 한다. 나무를 깍아 철사줄로 스케이트 만들어 타다가 강논에 빠진 추억, 망운산에 나무하러 가던 일, 차도 없던 시절 꽁꽁 언 산길을 따라 설날에 조상묘를 찾아가던 일, 여름날에는 집 앞 바닷가에 수영 하러가고 저녁에는 마당 위에 멍석을 깔고 누워 쏟아지는 별들을 헤아리면서 잠을 청하기등 이처럼 유년기의 아련한 추억을 얘기하면서, 이 나이 될 때까지 수백 번이나 고향을 갔다 오지만 고향 남해에 올 때마다 마음이 들뜨고 설레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남해를 떠날 때 돌아가고 싶은 곳 내 고향 남해가 소멸 위기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이유도 아닌 인구감소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늦었지만 지방소멸이라는 위기에 대처하고자 고향사랑기부제를 도입했다.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고향사랑기부제는 본인이 현 주소지를 제외하고 태어나거나 자란 곳을 비롯해 학업, 근무, 여행 등을 통해 관계를 맺은, 그립고 정든 고향에 기부하는 감성적 애향심에 기댄 정책이다. 남해를 떠난 향우나 그 자녀들이 소멸 대상지역으로 분류된 고향 남해에 기부함으로써 남해 발전에 기여하고 남해군에서 제공하는 답례품과 세액공제 등으로 소소한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남해군에서는 그 향우들의 기부금을 통해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부자나 남해군이나 서로가 다 좋은 제도인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이 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사례를 비추어 보면, 답례품이 너무 큰 인기를 끌다 보니 고향을 살리자는 본연의 취지는 어디로 가고 고향세를 기부하면 세금 절감과 답례품을 받는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실제 본인이 태어난 지역이나 그 고향의 발전이나 인구증대 등의 확대보다는 이 제도에 참여한 도시 납세자의 대부분은 답례품에 더 관심이 많고, 오히려 인기 답례품을 내놓는 지역으로 기부금이 몰리는 부작용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인구가 많은 지역이거나 다양한 특산물 등 지자체둥 그나마 경쟁력이 있는 지역에 기부금이 몰리고, 정작 재원이 필요한 지자체에는 기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부금제도를 시작하고 있는 우리 군으로서는 참고할 만한 것이고 다른 지역보다 더 인기있는 답례품 마련 등 전문가 자문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참고로 요트 탑승권(강원 속초), 해상펜션(경남 사천), 반딧불이 신비탐사(전북 무주) 등 체험형 상품이 인기를 끌었고 ‘천하장사와 함께하는 식사 데이트권’(전남 영암군)은 상품은 출시하자마자 품절됐다고 하는데 우리군의 경우 이를 참고해서 타지역에서 오고 싶어 하는 리조트와 펜션, 자연휴양림 숙박권, 요트 체험 등 체험형 상품에 대해 검토할 만하다고 본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 바로 고향 남해다. 가족, 이웃과 어울려 지내면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공간이다. 타향살이, 귀향, 향수 등 고향과 관련된 수많은 말에서 드러나듯 남해인들에게 고향은 뼛속 깊이 박힌 본질적 정서라 할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출발은 순조롭다. 유명 인사의 동참 때문이다. 축구 스타 손흥민(춘천시)과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광주시 북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충북 음성), 이 동참해서 모두 자신들의 고향에 기부했다. 김동연 경기지사, 오영훈 제주지사 등 단체장도 본인이 태어난 고향에 기부했다고 하는데 우리군 출신 단체장이나 고위 정부 관계자에게 참여 협조를 부탁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고향 사랑에 누구보다 앞장서서 참여하는 구덕순 재경향우회명예회장, 하정이 재경남해군향우회여성협의회 사무국장, 상주면 출신 고두현 시인 등 시행 첫날 8명이 참여하는 좋은 출발, 그리고 향우들의 남다른 고향 남해사랑을 생각해 보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해 본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