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앞둔 지난 17일 읍장날, 3년만에 온 가족이 함께하는 제대로 된 설날의 차례를 지내기 위해 생선을 구매하는 등 모처럼 읍 시장 바닥이 활기찬 모습이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상상을 벗어난 삶의 영향을 미치고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가장 큰 아쉬움은 설날, 추석과 같은 명절을 가족이 함께하지 못하게 한 것이었는데 가족과 함께 3년 만에 제대로 된 설날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도시화 이후 가족이 함께 모이는 것은 고유 명절인 설날과 추석인데 현대인에게 있어 명절의 의미도 어쩌면 조상의 산소를 찾는 것도 있지만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가족 등 가족 전체가 함께하는 만남의 의미가 더 크다 할 것이다. 고향의 부모님,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형제자매, 모처럼 어릴 때 함께 자란 친구나 이웃 그리고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고향 남해와의 만남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할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60년대 70년대 그리 넓지도 않은 남해에 14만 인구가 살고 있었고 그 당시 초등학교 한 반 학생이 60명은 기본이고 70명까지 좁은 교실의 공간에서 부대끼며 공부했던 것이다. 그 많던 남해 사람들이 서울로 부산으로 더 잘살아 보겠다고 나간 것이다. 우리 남해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이런 경쟁심리가 남달랐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객지에 가면 다른 사람보다 앞서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고 능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능력과 목표 달성을 추구한 것이 남해인의 삶 그것이었을 것이고 내 것으로 만들려는 욕심, 목표했던 결과물을 찾기 위해 그 성과에 만족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고 그렇게 설날 같은 명절에 고향 남해에 당당하게 가고 싶었던 것일 것이다.

서로가 떨어져 사는 도시화 시대, 핵가족 시대에 와서도 명절인 설날만큼은 그 힘든 귀향과 귀성의 긴 시간의 지루함도 생각할 겨를없이 어김없이 모여 혈연의 정을 나누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설날은 남해 사람들 저마다의 그리움과 향수를 치유하고 새로운 활력을 주는 마법 같은 날이 된다. 지난 2년간의 설날은 코로나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 정부의 요청에 따라 고향 방문을 자제하자는, 사실상 가족과 함께하지 말라고 하는 상상조차 해 보지 못했던 설날을 보낸 것이 아닌가. 

명절에는 어려운 가정이 더 힘들고 외로울 것이다. 특히나 3년 정도 괴롭힌 코로나로 인해 자영업을 비롯한 대부분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제적으로 힘든 삶을 살아온 것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된 기부문화에 대해 알게 되면 우리 모두를 되돌아보게 된다. 기부한 이들 대부분은 그저 돈이 많다고 기부를 한 것이 아니라, 어려웠던 과거를 극복하고 자신이 받았던 도움을 다시 돌려주는 데 기인했기 때문이다. 

언론에 소개된 기부자 중에는 사업 실패 등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했지만, 지인이 조건 없이 빌려준 5000만 원으로 다시 사업을 시작해 재기에 성공한 후 자신이 받았던 도움을 남들에게도 조건 없이 주기 위해 기부를 마음먹었다고 한다. 매년 신원을 밝히지 않은 기부자가 어김없이 화순읍 행정복지센터 앞마당에 사랑이 가득 담긴 배 30상자를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 달라며 두고 가고, 경기도 광주시 탄벌동에는 30대 후반의 남성이 민원대에 현금 50만 원이 든 봉투를 놓고 사라지는 등 선행이 이어지고 있는데 기부자들 대부분은 “현재 내가 돈이 아무리 많다고 해서 기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기부로 인해 나에게 돌아오는 행복이 더 크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힘들었지만 힘든 고통은 낮은 곳으로만 흘러들었다. 3년 만에 찾아온 모두가 함께 하는 올 설날은 서로가 어려운 이웃의 가정을 한 번 더 찾아보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한 번 더 이웃을 생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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