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상 봉 작가
백 상 봉 작가

도마리(都馬里)는 마을 뒷산의 형세가 말 모양과 같다하여 도마산이라 부르다가 뒤에 도마리로 바뀌었다는 의견이 많지만, 마산(馬山)은 지명과는 달리 말 형상을 닮은 곳은 없다고 한다. 그리고 고려 말 대장경을 조판하면서 남해분사도감을 설치하였는데 도감이라는 말이 와전되어 도마가 되었다고 하는 의견이 있다. 

도마리의 옛 지명은 도마산리(都馬山里)로 도읍 도(都) 말 마(馬) 뫼 산(山)자를 쓴다. 도마산의 지명에서 마산(馬山)을 중심으로 보면 도목수나 도원수처럼 마산중에 으뜸이 되는 마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마산은 말뫼의 한자식 표현으로 우리말의 말과 뫼가 합해진 것이며, 말은 명사 앞에 붙어서 그것이 크다는 것을 나타내는 접두사로 쓰인다. 말벌, 말매미 등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말은 맏, 맞, 맛, 못 등으로 발음이 변하여 사용되기도 한다. 한자를 차용할 경우는 馬, 斗, 末 등이 사용되었다. 따라서 말뫼는 큰 산이라는 의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도마를 중심으로 보면 부엌에서 사용하는 도마처럼 널찍한 지형이거나, 우리나라 고유의 두모 사상과 관련이 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두모는 상고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고유 지명으로 많은 학자들이 연구를 하여 발표한 바가 있다. 그중 몇 가지를 요약해 보면 남명우(1997)는 두모는 산이 둘러쳐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고 생활용수 및 농업용수를 공급해주는 하천이 흐르는 따뜻한 공간이라고 하였다. 김사엽(1979)은 두모를 삼방산(三方山)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앞이 하천이나 바다로 이루어진 장소로 취락입지에 적합한 길지(吉地)로 여겼음을 주장하였다. 배우리(1994)는 둠을 단순히 둥글다의 뿌리말로 보지 않고, 뭉침, 덩이, 둘림과 두르다의 명사형인 두름도 둠과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였으며 그 의미도 사방이 산이나 골짜기로 둘러싸인 작은 분지로 발전했다고 언급하였다.

이상의 논의들을 종합해보면, 두모는 어원적으로 둥글다(圓)는 의미를 지니고 있고, 산을 뜻하는 고어(古語)인 돔과도 관계가 깊은 것으로 보인다. 즉, 지형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물이 풍부한 모습과 둥근 것에서 얻을 수 있는 완전하고 편안한 느낌이 두모라는 지명 자체에 온축되어 있는 것이다. 오늘날 고지명 두모는 두모라는 원형 그대로 남아있지만은 않다. 환경의 변화, 새로운 문화의 유입, 음운적 변화, 행정구역의 개편 등의 요인에 의하여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 온 것이다. 고지명인 두모의 변형된 모습으로는 도마, 두무, 두미, 두만, 도문, 두문, 두마, 두머, 동막, 다무, 도만, 도미, 드무, 도무, 도모 등이 있어 두모계 지명이 매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해준다고 나유진은 설명하고 있다. 

도마산리는 도맘이라고도 불리었는데 이는 도마뫼의 준말일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마을 이름에서 산을 버린 것은 마산보다는 도마에 더 중요성이 있지 않았나 생각을 한다. 도마리는 호구수의 증가에 따라 바닷가의 동쪽은 동 도마, 서쪽은 서 도마, 가운데는 중 도마로 나눠지고 성산과 도산 마을로 나눠졌다.  

성산(城山)이라는 지명은 전국적으로 퍼져 있으며 성을 닮았거나 성이 있는 곳을 칭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곳은 제주도의 성산읍, 서울의 성산동이 있다. 남해의 성산은 전야산 군의 치소로 성이 있었고 1404년에 임덕수가 성을 보수한 읍성이 있었던 곳으로 남해읍성기에 기록이 남아있는 곳이다. 성산의 다른 이름은 잘뫼이다. 잘뫼는 성산의 우리말인 잣뫼의 와전으로 생각하며, 잣이나 재는 성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또 다른 의견은 성자를 이룰 성(成)으로 보아 잘되다, 좋게 이루어지다. 훌륭하게 되다라는 의미로 보는 경우도 있다.

성산마을을 지나가는 남해대로 건너편에는 도산(陶山)마을이 있다. 도산은 도기 도(陶)와 뫼 산(山)을 쓰며, 옛날부터 토질이 진흙이 많아 질그릇을 굽던 곳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질은 질그릇 만드는 흙으로 질흙, 진흙, 니토 ,황토 등으로 불리며 질그릇은 잿물을 입히지 않고 진흙으로 구운 도기를 말한다. 도산을 다른 말로 질개라고 하는데 산자락 마을이 있는 곳은 도산이었고 바닷가는 질개라고 부르다 바다가 간척사업으로 메워져 질개는 사라지고 도산마을만 남은 곳으로 추정을 한다. 그러나 질개는 도산과는 의미가 다른 말이다. 

질개는 질다는 말에서 온 것으로 땅이 물기가 많아 개흙에 발이 빠지는 개라는 의미로 진흙탕, 진창으로 쓴다. 서울에 있는 진고개는 진흙 니(泥)를 쓰서 니현(泥峴)이라 하는데 배수가 안 되어 진창이 되는 곳이었다. 지금도 도산마을 밑에는 무논이 남아있어 농사를 지을 때 발이 빠져나오기 힘든 곳이 있다. 

도마리는 살기 좋은 땅이라는 이름을 가진 만큼 넓은 버리들을 대천이 가로질러 물이 넉넉하고, 마을 사람들도 근면하여 자고 나면 들판이 바뀌는 도깨비들이라는 별명도 있다. 버리들은 남해 도마리와 증평 남하리 두 곳에 있는 지명으로 넓은 들의 의미이다. 벌 들, 벌판 들, 넓은 들이란 지명은 전국 여러 곳에 있고 삼동면 동천리와 서면 서상리에도 있는 지명이다. 벌은 벌판으로 개척하지 않아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며, 들은 평평하고 넓게 트인 땅으로 논이나 밭으로 되어있는 곳을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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