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임인년, 호랑이해가 저물고 있다.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했는데, 한 해가 가버렸다. 이맘때면 SNS에 불이 난다. 한 두줄 덕담에 희망찬 이미지를 덧붙여 여기저기 보내고 또 그만큼 받기도 한다. 

한 해의 끝 무렵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문화는 언제, 또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지나간 시간을 애도하고 다가올 새해를 환영하기 위해 우리는 만난다. 만나지 못해도 먼 곳에서 안부를 나눈다. 홀로 있는 사람, 평소 연락도 제대로 하지 않던 사람들을 챙기고 연말에는 조금 더 많은 양의 선의가 생기는 것 같은 마음이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는 신종 감염병의 대유행으로 몇 년간 자제해 왔던 모임들이 망년회, 송년회라는 이름으로 12월 한 달 동안 봇물 터지듯 이어져 왔다. 어차피 잡아둘 수 없는 시간, 반가운 이들과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서 잘 보내주자는 뜻으로 가지는 즐거운 모임이다. 과도한 술자리로 이어지기 쉽지만, 요즘은 송년회의 양태도 달라지고 있다. 늘어지기 마련인 저녁 자리보다 젊은 세대가 중심이 된 점심 혹은 브런치 송년회가 인기였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송년회 시기에, 일본에서 온 뜻도 별로 좋지 않다고 하여 사라지다시피 한 망년회(忘年會)라는 말을 다시 떠올려보면, 잊고 싶은 일들을 까맣게 잊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툴툴 털어버리고 새로운 해를 맞이할 수 없을 만큼 힘겹기만 한 삶을 반영한 말이지만 희망마저 갖지 못한다면 내일은 더 암울하고 우울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를 위로하는 것들이 우리 주위에 많이 있다. 연말연시가 되면 기부에 앞장서는 이름 모를 많은 의인들의 아름다운 소식이 들려와 우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다. 

매년 연말에는 ‘올해도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고 반추하지만 올해는 더 그런 한해였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었던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서로 간에 분열하는 마음이 들끓었던 한 해가 아니었나 되돌아 본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진영 간의 골은 더욱 깊어졌고, 서로를 향한 조롱과 배척은 금도를 넘어서고 있다. 최소한의 협의도 존재하지 않은 것 같은, 우리 사회의 가치중립적 주장마저 설 자리가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또 박빙의 승부 끝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도 8개월, 장충남 군정도 6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여진 등 올 한 해 우리를 괴롭혔던 악재들은 내년에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원자재 시장과 공급망을 뒤흔들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지 기약할 수 없고, 41년 만에 최고로 치솟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내년에도 미국은 긴축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 등 힘들었던 한해를 넘어 앞으로도 힘들 것이라고 한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영구적인’이란 뜻을 가진 ‘퍼머넌트(permanant)’와 위기를 뜻하는 ‘크라이시스(crisis)’의 합성어인 ‘퍼머크라이시스(permacrisis)’를 2022년 올해의 단어로 꼽았는데 2023년을 맞이하는 현재의 불안정한 세계,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한다. 

올 한해, 구글의 한국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검색어가 ‘기후변화’라는데 개인적으로는 ‘중꺾마’라는 줄임말로 유명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을 최고 키워드로 꼽고 싶다.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올 한 해를 열심히 살아왔고, 2023년에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다시 찾아올 것 같은 경제 한파에 당차게 맞서 보자는 생각에서이다. 

어려움이 예상되는 내년이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에 웃을 수 있었다. 저물어 가는 세월을 붙잡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이틀 후면 다가오는 내년에 대한 기대와 설렘임의 긍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2023년은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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