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은 주​​​​​​​남해군생태관광협의회 사무국장
김 은 주
​​​​​​​남해군생태관광협의회 사무국장

남해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 보호수 중 주변 경치가 가장 아름다운 나무가 있다. 남면 선구마을 팽나무다. 팽나무 아래 쉼터에 살짝 걸터앉아 사방을 둘러보면 뒤로는 응봉산이 우뚝 솟아있고, 앞쪽과 왼쪽으로는 태평양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선구마을과 향촌마을 바닷가 몽돌밭도 반짝반짝 눈부시다. 마을 건너편엔 여수·여천도 보인다. 

응봉산은 하늘에서 보면 매가 바다를 향해 날개를 편 모습처럼 보여서 응봉산이라 불린다. 매봉이라고도 하는데 응봉산의 ‘응’자가 매 응자다. 응봉산은 산 곳곳에 바위가 우뚝우뚝 솟아있어 해동청·보라매가 살 수 있는 지형이다. 선구마을은 배가 많이 드나드는 마을이란 뜻의 ‘배구미’로 불리다 신선이 살았다는 전설 때문에 신선 선자를 써서 선구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남해군 보호수 12-22-4-1은 남해군 남면 선구리 1121-1에 있다. 나무 나이는 지정 일자(1982년 11월 10일) 기준으로 350년. 2022년 기준으로 390살이다. 주변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주민 휴식처까지 넉넉하게 제공해 주는 당산나무라 보호수로 지정되었다. 

남면 선구마을에 수령 390년 된 남해군 보호수인 팽나무가 있다. 인근에 7장수 나무도 있다
남면 선구마을에 수령 390년 된 남해군 보호수인 팽나무가 있다. 인근에 7장수 나무도 있다

팽나무 바로 옆에는 마을 수호신으로 모셔지는 당산나무를 호위하듯 서 있는 ‘7장수’ 나무도 있다. 마을 사람들은 당산나무 옆에 있는 여러 나무를 ‘호위장수나무’ 또는 ‘졸개나무’로 부른다. 7장수의 수령은 백 년 정도라고 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팽나무, 푸조나무, 말채나무, 서어나무 등이 어우러져 작은 숲을 이룬다.

선구마을 팽나무는 그야말로 마을의 수호신으로 받들어 모셔지는 나무다. 음력 정월 대보름엔 어김없이 당산제를 지낸다고 한다. 밥무덤도 아주 정갈하게 마련되어 있다.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니 나무의 건강 상태는 아주 양호해 보인다. 겨울이 되어도 따뜻한 마을이라 그런지 가지마다 달린 나뭇잎들이 오래도록 시들지 않고 남아있다.

선구마을에는 2003년에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26호로 지정된 선구 줄끗기 행사가 있다. 2015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선구 줄끗기는 정월대보름에 바로 이 당산나무 아래에서 시작된다. 당산나무가 가장 큰 어르신이고, 당산제가 가장 중요한 행사가 되는 것이다. 

팽나무 아래에 당산제에 사용된 제밥을 묻는 ‘밥무덤’이 있다
팽나무 아래에 당산제에 사용된 제밥을 묻는 ‘밥무덤’이 있다

특히 선구마을 당산나무는 해방 후 창궐하던 호열자를 마을 근처에 얼씬도 못 하게 호통쳐서 쫓아낸 나무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당산나무가 선구마을에 은덕을 베푼 결과로 여기고 있다. 호열자는 수인성 전염병으로 알려진 콜라라인데 아마도 응봉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맑고 깨끗해서 이 물을 마신 선구마을에는 희생자가 나오지 않은 모양이다.

더운 여름날 팽나무와 호위장수나무가 숲을 이룬 당산나무 아래 앉으면 더위와 함께 온갖 시름도 물리칠 수 있을 것 같다. 

남면 선구마을 팽나무가 더욱 건강하고 아름답게 오랫동안 마을의 수호신이 되려면 나무의 부피 생장에 피해가 없도록 데크 가장자리와 나무줄기 사이의 생육 공간 확보 그리고 7장수 중 오른쪽 마지막 고사한 장수는 베어내고 다른 장수로 심으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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