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의 마을은 얼마나 발전하고 있습니까? 귀하의 마을은 동민 모두가 일치된 마음으로 면모를 일신하고 공동체 정신을 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까? 귀하의 마을은 귀농한 젊은 사람들이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잘 배려하고 있습니까? 귀하의 마을은 예술과 문화의 감성이 살아있는 환경을 가꾸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습니까? 귀하의 마을은 동민 간에 인간적인 유대와 정을 깊이 나누기 위한 대소 행사를 자주 열고 있습니까? 귀하의 마을은 동민의 취미와 여가 활동에 아낌없이 지원해주고 있습니까? 

누군가가 자신이 속한 마을에 대하여 이런 질문을 한다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요즈음은 귀농하는 젊은 세대가 많아 지성과 예술과 멋을 품기는 마을을 구상하기도 하고, 또 어떤 마을은 체험 교실 등과 같은 특색있는 아이템을 구상하여 인터넷으로 홍보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례를 보면 마을마다 변화의 흐름을 수용하거나 받아들이는 것이 대체적인 흐름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화적 소양이 부족한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왜일까요. 행여나 이러한 현상이 너무 외형적인 모습에 치중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믿음이나 신념, 신뢰와 같은 정서적인 면에 소홀한 것에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러한 분위기로 인해 젊은이가 농촌에 들어와서 5년을 버티지 못하고 도시로 나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근원적으로 이러한 차이를 극복할 대안은 없는 것인지 정말 자문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 이러한 현상이 빌미가 되어 마을 공동체의 역량은 물론 이에 편성된 여러 비합리적 요소들이 오히려 변화의 걸림돌이 된다면 사뭇 농촌 위기의 전초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섞인 전망이 일기도 합니다. 이에 필자는 여전히 우리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두레 공동체의 신념을 상기해 봅니다. 두레 공동체는 나와 우리의 관계에서 전체이면서 부분이 조화롭게 살아가도록 역량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이탈된 심리가 아니라, 부분이 전체요 전체가 부분으로서 나를 인정하되 남도 인정하며 나와 남은 하나의 기운이요 살이며 정신과 마음이 합일한 공동체라는 의식을 견지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질서가 한국 농촌의 오랜 전통으로 가슴에 살아있다면 이것이 회생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여전히 놓기 어려운 정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농촌의 역량을 키우는 두레 공동체. 그 진정성은 변화의 항상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변화는 우리 일상의 터전에서 더 새로운 질서를 찾아 나서는 일이자, 항시 새로운 것을 담아내는 의지이며, 새로움을 현실에 드러나게 하는 시작입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심력(心力)에서 어제 먹은 마음과 오늘 먹은 마음이 같을 수 없으며, 어제의 그릇됨을 오늘까지 잇게 할 수 없습니다. 오늘이 주는 의미는 늘 새로운 의식을 일으키고자 하는 도약이자 다짐입니다. 새로운 의식은 기존의 것을 넘어 더 새로운 것으로 진화하는 과정이며, 이 새로움을 담아낼 신념이 농촌의 미래를 담보할 혜안임을 중국 고대 은나라 탕왕의 진언(眞言)을 통하여 다시 한번 확인해봅니다. 그는 매일 사용하는 세수 대에 다음과 같은 글을 새겨 놓고 매일 그러한 마음을 다짐합니다. 구일신(笱日新)이면 일일신(日日新)하고 우일신(又日新)하라. 진실로 새로워지려면 나날이 새롭고 또 새롭게, 나날이 새로움으로 다시 태어나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기존의 인식이나 과거 경험으로 인식된 고착된 사고를 버려야 만이 새로움을 간직하기가 용이하다는 것을 일러주고 있습니다. 마치 누에고치가 번데기로 다시 나방으로 변하는 것처럼 나의 육체도 수시로 변하며 끝없는 세포 분열을 통하여 새로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존의 질서나 습관처럼 달라붙은 경험적 사고를 넘어서야 비로소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이 기막힌 예지력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변화와 그 변화를 응용할 자세는 어느 시대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끊임없이 추구하여 온 과제요 숙제라면, 우리 시대 또한 그러한 역량에 순일함을 보일 때라야 마을의 성운을 제대로 기약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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