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가기 전인 11월 중순, 은퇴자들과 함께 경주의 황리단길을 둘러보고 온 선배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면서 남해는 이렇게 될 수 없을까 하는 얘기를 듣고, 지난주 그 길을 돌아보고는 똑같은 충격적인 느낌이 들었다. 

경주 황리단길 풍경은 평일인 수요일임에도 경주의 황리단길 3백여 개 정도 되는 어느 가게를 둘러봐도 젊은이들이 담소하고 음식을 즐기고 있었고, 전국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가득 찬 것 같다는 느낌이다. 평일임에도 이 정도인데 금·토·일 주말에는 주차는 물론이고 서울 강남 도심지와 같이 젊은이들이 밀려 다닐 정도로 넘쳐난다고 한다. 가게 앞에는 많은 사람이 줄지어 기다리는가 하면, 거리에는 사람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젊은 층이 가장 많이 보이긴 하지만 어린이를 데리고 온 가족들뿐만 아니라 학생들, 나이 든 어른들에다 외국인들까지 눈에 띄어 참으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국에서 가장 핫한 지역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 확실해 보였다. 

무엇보다 황리단길의 카페, 빵집, 식당, 민박을 하고 있는 가게는 기존 도심의 카페나 식당과 같은 현대식 건물이 아니라는데 있다. 황남동 주민들이 생활하던 옛날 한옥 주택을 가게로 개조해 다양한 먹을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가게들은 매출을 올려서 좋고 경주시로서는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으니 황리단길은 대단한 효자임이 틀림없었다. 경주시와 담당부서 공무원들의 참신한 기획도 좋았고 홍보도 잘하고 있으니 황리단길이야말로 경주시의 성공한 정책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군 남해읍 서변마을, 북변마을의 가정집과 비슷한 이곳의 무엇이 전국의 가장 핫한 지역으로 변모하게 했을까? 전국의 젊은이들이 매일 이곳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1960-70년대의 낡은 건물 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옛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한옥이라는 특징이 남해의 주택과는 다르다는 데 있고, 주위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신라의 문화유산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그 문화유산에 가는지 안 가는지 머무는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찾아 간 그날의 유적지에는 젊은이들이 거의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였고, 오히려 거리에는 평일임에도 어깨가 부딪칠 정도이다. 경주시에서는 이 곳의 2차선 도로를 전기 지중화를 통해 1차로 일방통행 도로로 변경하고, 이 도로는 가게들의 운송차량 외는 차량 통행이 거의 없다는 느낌이고, 도로의 기능이 차량보다는 도로 양편에 보도를 설치, 사람 중심의 도로로 완전히 새롭게 조성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민간이 운영하는 유료 주차장도 있고, 유료 공용주차장이 여러 군데 보였는데 평일임에도 만차가 되어 주말에는 주차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였다. 전국의 젊은이들이 찾아오기까지 경주시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담당 공무원들이 역할과 지원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이다. 

8일간 전국 휴게소 107개소 5000㎞ 홍보 포스터 붙여

코로나바이러스로 3년 만에 열리는 ‘2023 화천산천어축제’ 성공을 위해 강원 화천군 관광정책과 직원들이 고속도로 마케팅에 나섰다고 한다. 8일간 춘천에서 경남 고성과 전라도 목포까지 전국 주요 고속도로 휴게소 107곳을 방문한 것이다. 한국도로공사와 전국에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사전에 협조 공문을 보내 축제 포스터 230개, 리플릿 2만 3000개 배부와 휴게소 규모 등 상황에 맞춰 포스터는 2~4개, 리플릿은 100~200개를 비치했다고 한다. “3년 만에 열리는 축제가 널리 알려져 많은 관광객이 화천을 찾았으면 한다”며 “축제가 성공적으로 진행돼 화천군 지역경제도 살아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전국을 누빈 것이라고 한다. 

지나친 기대 속에서 좀 과장한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화천군 공무원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축제가 정상적으로 개최된다면 100만 명 이상이 축제장을 찾아 1000억 원에 달하는 직접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관광객이 얼마나 찾아올지 모르지만 화천군 관광홍보팀의 열정이 참 부럽고 대단하다는 것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지휘했던 신태용 감독은 당시 “우리나라 국민이 평상시에도 축구를 좋아하고, 프로리그 관중이 꽉 차고, 그런 상태에서 대표팀 감독을 욕하고, 훈계하면 난 너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축구장에 오지 않는 사람들이 월드컵 때면 3000만 명이 다 감독이 돼서 ‘죽여라, 살려라’ 하는 게 아이러니하다”고 했다. 신 감독의 지적처럼 우리 지역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우리 공직자들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고, 열심히 하는데 응원하지 않는다고 서운해할지 모르지만 대다수 군민들은 알고 있고, 소리없이 응원하며 신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황리단길에 가보면 오래된 한옥이 가게로 변경된 것, 사람 중심의 보도로 된 도로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는데도, 다양한 먹을거리, 즐길 수 있는 특화 거리를 조성한 경주시의 참신한 기획을 참고했으면 한다. 가능하다면 정책, 경영, 관광 관련 부서에서는 한 번 정도 가보길 권하며, 잘하고는 있지만 남해라는 테두리에서 한 번 정도 벗어나 다른 지역도 돌아보고 다른 시각과 젊은 감각으로 새로운 해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그리고 어떤 정책을 추진하든 화천군 관광정책과 같은 열정을 남해의 공직자들도 보여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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