碧松 감 충 효​​​​​​​​​​​​​​시인/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칼럼니스트

서포 김만중(1637~1692) 선생은 숙종이 정비인 인현황후를 폐비시키고 장희빈을 세우려하자 이를 반대하다가 남해에 유배당한다. 그가 절해고도의 남해의 유배지에서 쓴 남황과 사친시의 애달픈 사연을 떠올려 보며 시집과 고향신문에 발표한 필자의 시 한편도 말미에 적어 본다. 

南荒(남쪽의 변방)

西塞經年謫(서새경년적) 서쪽 변방에선 해를 지난 귀양살이

南荒自首人(남황자수인) 남쪽 변방에선 허연 머리의 죄인

灰心情攬鏡(회심정람경) 재가 된 마음에 거울 잡기 귀찮고

血泣情乘棦(혈읍정승쟁) 피눈물 흘리며 정신없이 뗏목에 올랐네

落日鄕書斷(낙일향서단) 해는 지는데 고향에선 서신도 끊기고

淸秋旅雁愁(청추여안수) 가을하늘 기러기에 수심 띄우네

向來忠孝願(향래충효원) 앞으로도 충효하기를 원하지만

衰謝恐長休(쇠사공장휴) 노쇠하고 시들어 길이 쉴까 두렵네.

귀양 온 첫해 가을에 지었으리라 짐작되는 오언절구 <남황(南荒)>은 오로지 충과 효로 삶을 이어온 서포 자신이지만 어지러운 세상에 나라에 대한 충성과 모친에 대한 효도마저도 여의치 못함을 통감하며 지은 글이다. 아울러 죽음의 어두운 그림자가 가까이 왔음을 예감하면서 지은 비련의 노래이기도 하다. 

사친시(思親詩)

今朝慾寫思親語(금조욕사사친어) 오늘 아침 어머니 그리워 글을 쓰자 하니

子末成時淚已滋(자말성시누이자) 글을 쓰기도 전에 눈물이 가득하구나

幾度濡豪還復擲(기도유호환부척) 몇 번이나 붓을 적셨다가 다시 던졌던가

集中應缺海南詩(집중응결해남시) 문집에서 남쪽 바다에서 쓴 시는 빼버려야 하겠구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석 달 전 생신날에 쓴 서포 자신의 마지막 어머니에 대한 이별의 시이기도 해 후세 사람들은 이 시를 보며 안타까움에 젖어들곤 한다.

〈붉은 동백 떨어지듯 노도의 한〉

벼랑 끝 걸린 달이 출렁이는 그 까닭을

몰라서 묻는다면 구운몽을 들려주랴

동백도 적객의 시름 눈물이듯 떨어지다 

- 필자의 제2시조집 〈남녘 바람 불거든 중〉의 1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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