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차가워진 공기, 잘 익은 대추, 가을을 알려 주는 현상들은 많이 있다. 아침저녁으로 냉기가 느껴진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내게 가을의 전령은 입현 매립지에 청둥오리와 기러기 찾아 오는 것이다.

청둥오리와 기러기들은 보통 10월 초부터 남해의 가을농사가 거의 끝나는 11월까지 계속해서 몰려온다. 떼로 날 때 힘내자고 추임새를 넣는 건지, 일행이 잘 따라오는지 서로 확인하는 건지 몰라도 기럭기럭 끊임없이 소리를 내면서 오는 것이다. 선소의  둑방에 서 있으면 입현 매립지에는 주로 오리들이, 반대편 선소 바닷가에는 기러기들이 모여서 떠드는데 꽤나 시끄럽다. 이런 소리를 봄과 여름에는 듣지 못하지만 가을이 오면 이런 소리를 듣고 자연의 섭리를 떠올리면서 감동을 하면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가을이 되면 이 소리를 듣고 존재감 있는 청둥오리와 기러기가 보고 싶어 틈만 나면 선소로 가 본다. 

오늘은 청둥오리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 때문에 얘기해 보고자 한다. 크기는 집오리보다 작은 50~70cm 정도이다. 호수, 하천, 해안, 농경지, 개울 등지에서 겨울을 나며, 낮에는 호수나 해안 등 앞이 트인 곳에서 먹이를 찾으며 저녁이 되면 논이나 입현 매립지 같은 습지로 이동하여 아침까지 머문다.

4월 하순에서 7월 상순까지 6∼12개의 알을 낳아 28∼29일 동안 암컷이 품는다. 알이 태어나면 새끼는 암컷이 돌본다. 식성은 풀씨와 나무열매 등 식물성 먹이 외에 곤충류와 소형 어류 그리고 무척추동물 등 동물성 먹이도 먹는다. 북반부 대부분의 지역에 분포하나 기후 조건에 따라 11월 경에는 남쪽으로 날아와서 겨울을 보낸다.

이름의 유래는 푸른 등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청등오리가 청둥오리가 되었다는 설과 푸른 머리를 가지고 있다고 하여 청두오리가 청둥오리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청둥오리는 천연기념물이고 식용으로 잡아서는 안되는데도 남해읍 식당 일부에서 겨울철이면 전문식당으로 판매하고 있을 정도여서 앞으로 청둥오리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을 경우 선소에서 청둥오리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청둥오리는 이름도 익숙하고 전국 어디에서나 습지가 있는 곳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종이라고 한다. 꿩과 같이 수컷이 암컷보다 더 아름다운 것 같다. 수컷의 머리는 광택이 있는 짙은 청록색이고 목에 흰 띠가 특징적이다. 암컷은 담황색 얼룩이 있는 갈색으로 보호색을 갖추고 있다.

청둥오리는 우리나라, 중국, 러시아, 유럽 및 북미에 이르기까지 분포권이 매우 넓은 종이라고 한다. 겨울철에나 볼 수 있어 더운 곳에서는 살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다른 조류에 비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높아 대만이나 필리핀, 호주, 뉴질랜드까지도 분포하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도 다른 새들에 비하여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사육하고 있는 오리 대부분은 야생 청둥오리로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소규모로 사육하던 과거에는 심각한 질병이 많이 없었지만 밀식사육을 하면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하였고 야생 오리류에 전파되어 감염되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청둥오리와 기러기가 있는 주변을 지날 땐 놀라지 않도록 조심조심 걷는다. 강진만에 도착하고 첨엔 많이 경계를 한다. 하지만 월동지인 입현 매립지 부근 지역에 도착한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처음엔 날아서 움직이기보다는 접근하는 사람의 속도를 보고 가능한 한 슬슬 걷는다. 눈치 보며 뒤뚱뒤뚱 멀어지거나 날아가는 기러기 모습이 웃기지만 예쁘고 사랑스럽다. 

청둥오리를 비롯한 겨울 철새들이 월동하는 보금자리 입현 매립지로 찾아 온다는 것은 우리 남해가 자연이 살아 숨쉬는 자연환경 보고라는 것을 한눈에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입현 매립지의 갈대와 해 질녁, 청둥오리와 기러기 등 철새들의 군무, 그리고 그 속에서 자연을 벗삼아 함께 살아가는 남해 사람들의 삶까지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는 보물이 탄생한 입현매립지. 이 가을철이 가기전 입현 매립지의 갈대와 철새들을 벗삼아 산책하며 모처럼 사색에 잠겨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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