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 남해의 4계를 찾아서 사진으로 담고 있는 서울의 친구가 내산에 단풍이 시작되었는지 한번 가보고 연락을 주라고 해서 지난 주말에 내산을 찾았다. 언제 누가 식재를 했는지 감각있게 진입로 초입부터 내산과 가장 적합한 단풍나무를 가로수로 조성했던 당시 담당했던 공직자에게 고맙다는 마음이다. 색깔이 유난히 빨갛고 노란 진입로의 단풍나무를 한동안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서울 친구가 이런 기대감으로 이곳에 다시 오고 싶어 했구나. 친구가 궁금해하는 내산의 단풍은 화려한 물감을 입히기 시작하는 듯 산 위부터 시작되어 아래로 매일매일 새롭게 물들어 가는 느낌이다. 

‘오매 단풍들겄네’. 단풍을 소재로 김영랑 시인은 이처럼 맛깔나게 가을을 표현했다. 계절에 맞는 분위기라는 것이 있는데 가을의 절정으로 치닫는 바로 이때 더 가을답게 만드는 하나만 꼽으라면 단풍만한 것도 없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내산의 단풍을 보면 가을이 더 짙어지는 느낌이다. 남해에 살면서도 내 옆에 있는데도 잘 느끼지 못하고 잘 다가가지 않는 그곳 가을의 색깔 추억을 누리기 좋을 단풍 명소, 내산에 단풍이 막 도착을 했고 오늘은 그 얘기를 해 보고자 한다. 

내산에 가을철 단풍이 시작되면 우리 지역에서 규모가 가장 큰 내산 저수지 호수와 어울려 다른 지역의 단풍과는 전혀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내산 저수지를 병풍처럼 두른 금산자락, 내산 편백 자연휴양림과 단풍의 조화를 감상할 수 있다. 저수지 주변에 단풍이 붉게 물들어 단풍이 연못에 반영된 모습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모습을 표현하기기 어려울 정도이다. 저수지 둑방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아보고 자연 휴양림의 편백 산책길을 구경하며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특히, 내산 자연휴양림을 새롭게 조성하면서 휴양림에 산책길을 만들어 건강과 힐링을 동시에 향유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숙박, 글램핑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추어지고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어 자연과 교감하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내산을 진입하는 진입부부터 형형색색 단풍나무의 가로수길을 드라이브하면서 보는 느낌은 남해라는 남쪽에서도 이런 아름다운 단풍이 있다는 특별함을 느낄 것이다.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 설악산을 비롯한 타지역의 산에 비해 내산은 조용하다 못해 한적하다는 표현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찾는 이가 많지 않아 한적하게 단풍을 즐기며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은 이에게 더욱더 좋은 곳이기도 하다. 이번 가을 멀리 단풍놀이 떠날 기회가 없다면, 이번 달 내산의 단풍을 찾아 가을의 정취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내산마을의 돌담을 음미하는 것도 내산의 단풍과 어울려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산림청은 단풍 나들이를 준비하는 국민을 위해 우리나라 주요 산림 지역의 2022년 가을 단풍 절정 시기를 전국 평균은 10월 26일로, 남부 일부 지역에서는 11월 초순이라고 밝혔다. 내산 단풍은 11월 10일경 가장 아름다울 것이라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11월이 시작되면서 아침저녁 서늘한 기운은 어느새 차가운 바람이 코끝까지 찌르고 옷깃을 여미게 한다. 심장을 떠난 피가 혈관을 돌듯이 나뭇잎의 줄기에 따라 잎사귀마다 붉은 빛이 흐른다. 빨간 잎 위로 하얀 서리 내리면 단풍은 봄날의 꽃보다 예쁜, 절정을 맞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또 다른 계절인 겨울이 찾아오겠지. 

인간이 태어나기 전부터 돌고 돌았던 순리, 새로운 것을 거부하지 않고 적응하며 받아들이는 것, 자연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과 영속성의 비밀이 아닐까. 내산에서 이 가을의 정취를 느끼고 산책길을 걸으며 모처럼 호젓한 사색에 젖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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