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은 주​​​​​​​남해군생태관광협의회 사무국장
김 은 주
​​​​​​​남해군생태관광협의회 사무국장

가을이 깊어진다. 들판은 온통 황금색으로 물들어 간다. 부지런히 일하는 농부들 이마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힌다. 바야흐로 아름답고 풍성한 수확의 계절 가을이다. 예부터 가을걷이는 시기가 매우 중요했다. 비라도 내릴라치면 촌각을 다투어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바쁜 와중에도 새참은 꼭 먹어야 한다. 새참 먹는 장소로 딱 안성맞춤인 곳이 바로 설천면 고사마을 팽나무 아래다.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있어 수많은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곳이다. 넉넉한 품 제공해주는 나무 그늘이 얼마나 소중한 장소인지를 실감할 수 있다.

남해군 설천면 고사마을은 진목마을과 모천마을 중간에 있다. 왜 고사마을일까? 전하는 말에 의하면 마을 뒷산에 ‘고사독서혈’이란 이름난 땅이 있다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덕망 높은 선비가 독서하던 동굴이 있었던 모양이다. 공자를 추모해서 공자의 고향 동네 이름을 따 온 글자를 넣어 고사란 마을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원래 마을 이름은 ‘고랑 가에 있는 마을’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설천 고사마을 팽나무 두 그루가 녹음이 우거진 채 빼어난 수관을 자랑하고 있다
설천 고사마을 팽나무 두 그루가 녹음이 우거진 채 빼어난 수관을 자랑하고 있다

고사마을 팽나무 보호수는 남해군 설천면 진목리 355에 있다. 수령은 지정 일자 기준(1982.11.10.)으로 180년, 2022년 기준으로 220년이다. 지정 사유는 나무 모양이 아름다우면서 동네 사람들의 휴식 공간으로 이용된다는 점이다. 

팽나무 뒤쪽으로는 야트막한 산과 밭이 바다 쪽으로 내려앉은 듯 뻗어 있고, 앞쪽으로는 제법 너른 들판이 펼쳐진다. 다른 동네에 있는 여타의 보호수와는 달리 고사마을 팽나무는 나무 바로 옆에 터를 잡고 살아온 집안의 선조가 심은 나무로 알려져 있다. 그 후손들이 지금도 그 자리에 살고 있으므로 심은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나무다. 

고사마을 팽나무는 멀리서 보면 마치 한 그루처럼 보이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면 두 그루가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이다. 

고사마을 팽나무가 잎을 떨군 채 서 있다
고사마을 팽나무가 잎을 떨군 채 서 있다

두 팽나무가 서로를 극진하게 배려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두 나무 중에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는 한 그루다. 나무 아래서 주변을 둘러보면 특이한 건물이 하나 보인다. 초등학교 관사로 쓰였을 것 같이 느껴지는 건물이다. 알고 보니 천도교 포교당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방치된 상태로 남아있다. 

팽나무뿐만 아니라 나무 주변에 대한 전체적인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그런데 마을 당산나무는 따로 있다고 한다. 수령 500년으로 추정되는 마을 뒷산 소나무가 고사마을 당산나무다. 정밀한 조사를 통해 보호수 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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